극복

by 라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학시험에서 18점을 받았다. 50점이 채 되지 않는 점수를 보면서 믿을 수가 없어서 몇 번이고 채점을 다시 했지만, 채점의 결과는 변화가 없었다. 인생 최대의 시련이었다. 이대로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대학에 못 가면 어떡하지 죽어버리고 싶었다. 시험지에는 눈물이 떨어져 틀린 표시를 한 빨간펜의 잉크는 피눈물이 되어 흘렀다. 고급 강사에게 과외를 받았지만, 도무지 내 머리는 수학 공식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결국, 수능을 볼 때까지 수학 점수는 50점을 넘지 못했다. 수학을 극복해 내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 내 인생은 망했을까?


비록 수학 점수는 50점을 넘기지 못했지만 수시 전형으로 운이 좋게 대학에 합격해서 졸업까지 했다. 믿기지 않게도 현재 회사에서는 월말 매출 실적 보고 담당을 맡고 있을 정도로 숫자와 가까운 일을 한다. 다행히 사회에 나와보니 제한된 시간에 어려운 공식으로 푸는 수학 문제는 없었다. 엑셀의 수식으로 신세계를 경험했고 언제나 계산기가 함께했다. 처음에 숫자와 관련된 업무를 맡고 나서 너무나 무서웠다. 숫자는 나에게 공포의 대상이었으니까.




성인이 되고 사회에서 수학을 못 한다고 나를 혼내는 사람은 없었다. 답을 모르는 어려운 수학 문제보다 답을 알지만 풀기 싫은 문제들이 많았다. 정답은 이미 사회가 정했고 문제 풀이에 필요한 공식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 단, 주어졌다. 20살이 되면 대학에 입학하고 24살이 되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해서 30살이 넘기 전에는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고 아이를 낳아 노후를 맞이하는 정형화된 문제와 답을 정해놨다.


수학을 잘하는 사람들은 정해진 공식에 숫자만 넣으면 결과는 정해져 있기 때문에 간단하고 쉽다고 했다. 정해진 틀대로 답을 찾아내는 방식을 거부하느라 수학을 지금까지 극복하지 못했다. 아니, 극복하지 않기로 했다. 이제 2차 방정식의 공식을 알려주는 수학 선생님이없는 나는 어른이니까. 내 인생의 공식은 내가 만들고 정답도 스스로 만드는 사람으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