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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다 Mar 26. 2020

거실이 방이라고?

해외 셰어하우스 현실, 룸 렌트와 홈스테이와 비교

처음 밴쿠버에 와서 사람들과 친해지면 어떤 동네에 사는지, 어떤 방에서 사는지를 물어보게 되는데,

제일 많이 들었던 이야기는 거실에서 산다는 것이었는데, 어떻게 거실에서 사람이 살지? 이해가 안 됐다.

한 집에 많게는 6명이 산다는 이야기도 듣고, 도대체 그 집의 정체는 뭔지 궁금했다.


홈스테이를 나와 집을 찾아 살다 보니 나도 거실에 사람이 사는 집에서 살게 되었다.


홈스테이에 살아보고, 셰어하우스에서도 살아보면서 두 주거형태를 비교해 봤다.



홈스테이에 대한 환상


특히 어학연수를 오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홈스테이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지 않았을까 싶다.

나 역시, 영어를 배우러 캐나다에 가는 거니까 캐나다 가정집에서 지내는 것이 안전하고

영어 공부도 할 수 있고, 그때 당시에는 룸 렌트에 대한 개념도 몰라서 타지에서 모험을 하고 싶지 않아서

편하게 어학원에서 구해준 홈스테이에서 지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영화 속에서만 나올 법한 아기자기한 주택단지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면서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가정집에서 지내는 거니까 안전하지 않을까? 처음 도착하면 잘 모르는 타지 생활의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그런 마음으로 홈스테이에서 살기를 결정했었다.




홈스테이에서 지내는 것이 꿈만 같았다.


홈스테이 가족들은 나쁜 사람들은 아니었다. 이미 한국인 이웃이 있어서 한국에 대해 조금은 알고 있었고,

홈스테이 가정의 아이들도 한국인 친구가 있어서 나를 낯설게 보지는 않았다.

하지만, 애 둘이 있는 집에서 살다 보니 나도 육아를 분담하는 일들이 있었고,

정신없는 와중에 내 식사를 챙겨주는 모습을 보니 내가 이 집에 지내는 것이 민폐 같았다.


하지만, 가족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조금이라도 영어를 쓰는 것은 좋았다.

홈맘과 함께 장을 보면서 필요한 물건을 사러 나갈 때, 차가 없는 나는 편했다.

주택단지라서 그런지 꽤 조용했다.

도시락을 싸주셔서 끼니 해결에 대한 스트레스가 없었다.

홈스테이 가족들은 생활하면서 궁금한 점을 물어보면 해결해 주고 도와주려고 했다.

주말 아침에는 팬케이크를 만들어주셔서 커피 한 잔도 마시면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도 꽤 재밌었다.

가족들의 행사(유치원 학예회, 축구 경기)에 데려가서 이곳의 문화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게 도와주셨다.





그 환상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밴쿠버에 도착해서 내가 지낼 곳이 있었다는 사실이 참 편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니 내가 편하게 지내야 할 집이란 공간이 너무나 불편하게 느껴졌다.

반지하에 있던 내 방은 난방이 제대로 되지 않고 위풍이 심해서 손이 시리고 발이 시렸다.

전기장판이 없었고, 이불을 두툼하게 덮어도 얼굴 위로 차갑게 도는 공기가 너무나 추웠다.

숙제를 하려고 불을 켜도 어두컴컴하고 노란 조명은 스탠드 조명을 하나 더 키게 만들었다.

손이 시려서 스탠드의 조명에 손을 녹이면서 숙제를 했던 기억도 있다.


내 독립 전인 방이 있지만, 그 방은 가족들의 공용 컴퓨터가 있는 방이라 가족들의 출입이 잦았다.

제한된 공간에 있었던 모든 일을 다 적을 수 없지만, 남의 가족 틈에서 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홈스테이 학생이 나뿐이라서 더 불편했다. 다른 홈스테이 학생들이 더 있었다면 조금은 눈치가 덜 보였을 것 같다.


아침, 점심, 저녁의 3끼가 제공이 되지만 아침은 시리얼과 빵, 점심은 매일 똑같은 재료의 샌드위치라 2끼를 먹어도 배가 차지 않는다. 저녁은 파스타, 피자, 닭고기와 같은 소화가 잘 안되고 기름지고 느끼한 음식을 주로 먹다 보니 한국 음식이 너무 먹고 싶어서 도저히 견딜 수가 없어 바깥에서 한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면서 식비가 이중으로 들었다.




처음엔 식사, 숙박이 제공돼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매일 똑같은 재료의 샌드위치만 먹다가


7kg 정도 감량을 하면서 제대로 된 강제 다이어트를 하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홈스테이의 단점을 알고 나서는 일주일 뒤에, 당장 하루라도 빨리 나가고 싶어서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룸 렌트, 셰어하우스는 도대체 무엇일까?

왜 다들 홈스테이에 살다가 방을 구해서 나가는 걸까?


홈스테이에 살다 보니 식사에 대한 자유로움이 없고, 남의 가정집에서 산다는 것에 대한 불편함을 도저히 이겨내지 못했다. 밴쿠버에서 홈스테이가 아닌 주거 형태는 어떤 것이 있는지 찾아보았고, 사람들이 여러 룸메이트들과 한 아파트에서 같이 산다는 것을 보고 어쩌면 홈스테이보다 자유롭게 밥도 해 먹고, 룸메이트들과 요리도 해 먹고, 놀러도 다니면서 지내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밴쿠버는 집값이 비싸서, 아니 대부분 해외에서 부담스러운 집값을 좀 덜어내기 위해서 여러 명이 같은 집에서 살면서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한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이런 셰어하우스 개념의 집들이 많아지고 있다.


한인 커뮤니티가 워낙 잘 형성되어 있는 밴쿠버에서 내 방, 룸 렌트를 찾는 것은 그렇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방을 찾기는 정말 힘들다.

대부분 같은 방을 계속 렌트로 돌려서 침대나 가구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고,

디파짓으로 사기를 치는 악덕 집주인들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룸 렌트에 도전하기가 처음에는 두려웠다.




룸 렌트, 거실에서 사람이 산다고?

출처 : www.borderless-house.com

거실이 방이 되는 마법의 룸 렌트 세계


본격적으로 방을 구하다 보면 덴, 세컨드 룸, 마스터룸, 거실, 솔라 등 생전 처음 들어보는 단어들이 많다. 이 단어들은 방의 이름을 지칭하는 것들이다.

집마다 거실에 사람이 사는 경우도 없는 경우도 있지만 나에게 거실에 사람이 산다는 것은 처음에 꽤 충격적이었다. 문이 없는 거실에 어떻게 사람이 살지? 근데 그것이 현실이었다.

거실의 넓은 공간에 커튼을 쳐서 문처럼 만들고, 책상, 침대, 간단한 가구만 배치해서 그곳에서 사람이 산다.

이렇든 창고,베란다,거실도 방은 아니지만 방으로 꾸며 렌트비를 받고 한 아파트가 닭장이 돼서 여럿이 모여 살고있는 것이 현실이다.


룸 렌트, 살아보니 어때?


확실히 홈스테이를 벗어나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먹고 싶은 음식을 마음껏 만들어 먹을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다.

하지만, 매일 끼니를 만들어 먹다 보니 재료 관리, 장 보기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어학원을 다녀서 점심에 먹을 도시락을 싸는 것도 귀찮아졌다.

같이 사는 사람들과 부엌과 화장실을 공유하다 보니 서로 간의 생활습관으로 갈등이 생기기도 했다.

원만하게 대화로 해결을 할 수 있지만, 그 대화가 다툼으로 번지는 것도 시간문제이다.

서로 잘 맞고 서로 잘 배려한다면 서로 예의 있게 잘 지낼 수 있지만,

과연 그런 사람들이 몇이나 될까 싶다.


예민한 사람이라면 다른 룸메의 생활리듬이 달라서 소음에 시달릴 수도 있고

사람마다 다른 청소방법에 신경이 쓰일 수도 있다.

사소한 규칙을 지키지 않는 룸메가 미울 수도 있다.

생판 남이랑 같이 산다는 것이 결코 줄 거지 많은 않고 불편함이 따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좋은 룸메이트를 만나기란 쉽지 않지만, 서로가 배려한다면 누구나 좋은 룸메이트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지 않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문제이다.





생전 처음 생판 남이랑 같이 살아보니 엄청난 교훈을 얻었다.

사소한 생활습관도 타인에게는 불편함을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모든 행동을 조심스러워하다 보니 내가 돈 주고 사는 집인데도 불편한 적이 많았다. 하루의 일과가 끝나고 집에 오면 편안하게 쉬는 공간이 집인데 편안함보다 불편함이 커서 내 집의 소중함을 간절히 느꼈다. 반대로, 나는 상대를 배려하는데 왜 상대는 나를 배려하지 않고 비도덕적인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인류애가 상실했다.


역시나 한국을 떠나도 세상 살기가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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