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되는 진로 고민
한국이 아니면 어디에서 살 건데?
어떻게 살 것인가 보다 어디에서 살 것인지 나에게 더 우선적으로 결정돼야 하는 논제이다. 어디에서 살고 싶은지 정해야 어떻게 살 수 있는지 계획할 수 있다. 한국에서 살면 내 나라니까 모든 것이 편하지만 또 불편한 부분들도 있다. 한국에서 직장생활이 힘들어서 퇴사를 했다. 퇴사를 하고 한국을 떠나버리면 모든 것이 순탄할 것이라 생각하고 그리고 지금 나는 유럽의 한 작은 도시로 이직을 했다.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내가 여기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꽤 적응이 안 된다. 현실감이 없다고 해야 할까? 믿기지 않는 사실이다. 어딘가 공허하고 어딘가 텅 빈 느낌이 든다. 적응과 편함은 다른 것 같다. 낯설고 새로운 것에는 언제든지 시간이 흐르면 적응되지만 그로부터 편안함과 안정적인 것은 형성되기 어려운 심리적인 요소들이다.
한국을 떠난 이유가 뭔데?
사실 한국에서 안정된 직장과 충분한 월급을 받으며 커리어적으로 지속하여 성장하고 있는 회사를 다녔다면 아마도 나는 폴란드에 오지 않았을 거야. 언제까지 지금 다니는 회사를 다니게 될지 모른다. 하는 일이 재밌고 배움이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나의 경력으로 남아서 다른 미래의 어떤 일을 하는데 도움이 될지 안 될지도 모른다.
연고도 없는 낯선 나라에서 친구도 가족도 없이 산다는 경험이 인생에서 한 번은 해 볼만한 경험이라는 것은 알겠다. 한국에서 살았다면 굳이 겪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의 오류에서 오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는 것과 언어를 알지 못해 생기는 오해로부터 오는 낯선 상황에 익숙해지는 것과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편리함의 부재로 불편함을 인정하면서 이 사람들이 사는 삶에 스며드는 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로 남게 될까?
어디든 장점과 단점은 같이 존재하니까
한국에서 살았을 때도 어떤 안정감이나 균형 잡힌 삶을 살지도 않았기에 나는 어디에서 살아야 되는지 모른다. 그리고 이곳에서 살면서 확실히 경험 못 했으면 이 한 번 사는 인생에서 너무 아쉬울 일도 있다.
사실 나는 내가 과거의 했던 선택들이 불러온 현재의 내가 겪는 어떤 일련의 시련들 때문에 지난날의 나를 미워하기도 하지만 곧 나의 다가올 미래들이 예상할 수 없기에 시련이 될지 축복이 될지 내가 꾸려가기에 따라 어떤 일이든 의미를 부여하기 나름이라는 배움 덕분에 과거에 머무르는 나쁜 습관을 고치고 있다.
그 어떤 곳에도 장점만 있는 곳은 없으며 단점을 이겨낼 만큼 뛰어난 장점을 누리는 것에 집중하며 살아간다. 한국을 떠난다고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고 퇴사를 해서 모든 것이 완벽해지는 것도 아니었다. 모든 것은 내가 마음을 어떻게 갖고 회사를 다니는지에 따라 달라졌던 것이다.
퇴사를 하기 전에 반드시 퇴사 후에 계획을 세우고 사직서를 내야 한다는 말이 진심으로 정직했다. 단순히 이직을 한다고 능사가 아니다. 이직 후의 회사에서의 일하는 내 모습도 계획을 해 봤어야 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는 나를 알 수 있고 내가 겪어보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을 직면하면서 어디까지 내 감정이 나의 정신을 힘들게 할지 그 최고치가 어딘지 늘 새롭게 갱신된다. 어떤 끌림으로 내가 이곳에 오게 된 것은 운명이라 생각하려고 한다. 한국에 계속 있었다면 언젠가 해외로 나오고싶어서 나왔을 것이다. 결국 나무에 달린 포도도 직접 먹어봐야 신포도라는 것을 알게되니까. 내가 해외생활을 다시 도전한 것은 그렇게 달콤한 포도는 아니지만 포도는 포도다.
이곳에서의 삶이 끝나는 날이 오기 전까지 그 어떤 끌림이 뭐였을지 찾다 보면 한국에서는 얻을 수 없었던 이 삶에서의 가치 있는 깨달음들이 더 가득 채워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