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뜨고 감을 때까지 핸드폰을
일어나서 양치하면서 변기 위에서도 핸드폰을 한다.
집 밖에서 나오는 순간부터 회사에 오는 길을 걸으면서도 핸드폰을 한다.
회사에 와서 커피를 타거나 차를 만들고 자리에 앉아서 또 수시로 업무 하다가 하기 싫으면 핸드폰을 한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에 또 핸드폰을 한다.
퇴근하고 설거지하면서 조차 핸드폰을 보면서 한다.
가끔 회식이나 바깥에서 식사하면서 잠시 음식을 기다리거나 주문받으러오는 직원을 기다리는 동안에도 핸드폰을 한다.
저녁을 먹으면서도 핸드폰을 하고 빨래 돌리는 것을 기다리면서도 핸드폰을 한다.
샤워할 때도 핸드폰으로 노래를 켜두고 샤워를 하고 샤워 후에 머리 말리면서 또 핸드폰을 한다. 침대에 누워서 잠에 들기 전까지 또 핸드폰을 하다가 잠든다.
스스로도 스마트폰 중독이 매우 심각하다고 느꼈다.
꼭 필요한 순간이 아닌데도 핸드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내가 너무 이상하다고 느꼈고
스마트폰 사용량을 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어쩐지 눈도 너무 아프고 머리도 아프고
자세도 안 좋아지니 당연히 목이랑 허리도 아파졌다.
최근에는 무기력증이 심해져서 핸드폰 의존도도 매우 심각해진 것 같다.
살이 더 쪄서 허리가 아프고 어깨도 뭉치고 정말 이 몸이 너무 망가진 게 느껴져서
특단의 조치가 필요했다.
핸드폰 속에서 받는 해로운 자극
핸드폰으로 주로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영상, 둘러보기에 뜨는 알고리즘에 이끄는 각종 연예계 소식들
나는 sns도 많이 해서 유튜브, 블로그, 인스타그램, 스레드, 트위터, 브런치를 싹 도는 게 내 하루에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모든 매체를 들어가서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신적으로 피로한 굳이 알지 않아도 되는 일들도 알게 돼서
정말 조금이라도 사용량을 줄여보기로 했다.
우선 나는 시차가 있어서 자고 일어나면 대부분 한국 친구들이 내가 자는 사이에 카톡을 해서 엄청나게 카톡 수가 많이 쌓인다. 성격인지라 쌓인 알림 수를 못 견디는 타입이라 아예 신경 쓰이지 않도록 카톡 알림을 꺼 두었다.
그리고 업무를 카톡으로 봐야 해서 업무 보는 카톡만 가장 위에 고정시키고 핸드폰으로 카톡을 최대한 하지 않았다. 퇴근 후에도 핸드폰을 충전기에 두고 이불로 덮어서 내 눈에 안 보이게 해서 만지고 싶어도 참아봤다. 근데 정말 신기하게도 눈에 안 보이니까 굳이 그 이불을 걷어내서 핸드폰을 만지고 싶은 일이 귀찮아지더라.
월요일부터 디톡스를 하면서 느낀 점은 피로도가 매우 줄어들었다. 대신 빨래도 밀리지 않고 설거지도 미루지 않게 되었다. 귀찮아서 미루던 삶은 달걀 삶기도 매일 저녁 할 수 있었고 점심 도시락 만들기가 귀찮아서 사 먹어야 지하는 생각을 바꾸고 매일 도시락을 챙겨서 출근을 했다.
업무 중에도 계속 카톡을 하고 채용공고 보고 또 다른 것 찾아보고 그러니까 업무에 집중도가 낮고 내가 ADHD가 아닌가 의심할 정도로 하나를 오래 지속하지 못했는데 훨씬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물론 모든 SNS를 아예 끊을 수는 없었지만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그래서 보통 몇 시간이던 인스타그램 스크린 타임이 20분으로 줄어들었다.
핸드폰의 전자파가 인체에 얼마나 해로운지 알정도로 눈도 덜 아파졌고 하지만 매우 심심한 건 사실이었다.
그냥 천장을 멀뚱멀뚱 바라만 보는 게 재미가 없어서 오후 9시가 되니까 그냥 잠에 들어서 눈뜨면 새벽 6시가 되더라.
의도치 않게 눈에 보이면 보았던 각종 썰이라든가 이슈가 되는 뉴스 제목을 안 봐도 돼서 너무 좋았다. 자극적인 매체로 가득한 인터넷 세상에서 나도 모르게
굉장한 피로감을 얻었다. 인스타그램을 보면 굳이 묘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의 보여주기식 꾸며진 삶의 모습을 보는 것이 매우 피로했다. 이런 자극은 나를 더 우울하게 만들었다.
초등학교 때 어른이 된 나의 모습을 상상하는 시간이 있었다.
그 어린 나이의 나는 서른 살에는 집도 있고 차도 있고 떳떳한 직업도 있는 정말 멋진 어른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고작 핸드폰 속에서 좋아 보이는 순간을 자랑하는 친구들의 사진을 보고 그저 부러워하는 별 것 없는 어른이 되었다. 어른인데 아직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물정도 잘 모른다. 부끄럽지만 주식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어디 동네가 집값이 오르고 떨어지는지에 대한 진짜 어른들의 이야기에도 잘 낄 수가 없다. 정말 어른이 되니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다 할 수 없고 내가 벌고 싶은 돈이라고 다 벌 수가 없는 세상이다.
내가 상상한 어른은 하루종일 핸드폰을 손에 붙잡고 퇴근을 하고 핸드폰으로 릴스만 보다가 눈이 아파서 결국 잠에 들어 다음날 아침 좀비처럼 뜬 눈을 겨우 비비며 출근을 하는 어른이 아니었다. 여전히 나는 어른의 탈을 쓴 초등학생이나 다름이 없다. 오히려 요즘 초등학생들이 나보다 더 똑똑하고 아는 것도 많은 똘똘한 친구들이 많은 것 같다. 비록 부모님이 주신 용돈으로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를 사 먹지만 그래도 학원을 다니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니까. 어른이 된 나는 공부도 안 한다. 앞으로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그저 막막하다며 신세한탄만 하고 있다.
알고 싶지 않고 몰라도 되는 세상과 조금은 거리를 두고 사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매일은 아니지만 가끔 이런 시간을 가지는 것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