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다 Jun 18. 2024

폴란드에서 안과 진료 보기

J가 될 수 밖에 없는 나라

폴란드에서 병원 진료를 보려면 예약을 해야 한다. 당일 진료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사람이 아픈 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아니다. 눈이 심하게 충혈이 됐고 약국에서 약을 사서 먹었지만 호전이 안 돼서 의사를 만나 진료를 보고 약 처방을 받고 싶었다.


운이 좋으면 다음날 진료를 볼 수 있지만 대부분 개인병원은 예약이 힘들고 국립병원은 진료를 대충보고 병원 시설이 낙후되어 있다. 국립병원은 진료비가 무료지만 무료인 이유가 있다. 돈을 내더라도 쾌적하고 진료가 정성스러운 개인 병원을 가는 것이 훨씬 낫다.


우선 내가 방문한 종합병원에 안과의사가 없었다.

진료 접수조차 어디에 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서 접수처 같은 곳에 물어보니 어디가 아프냐고 물어보더라.

그래서 눈이 아픈데 안과의사를 만나고 싶다 했더니

안과의사 만나고 싶으면 다른 도시에 가야 된다고 했다.

그럼 안과의사가 없으면 약 처방이라도 받게

일반 의사를 만나게 진료 접수를 해 달라고 했더니

안과의사가 없어서 진료를 못 본다는 것이다.


답답하다. 정말. 안과의사가 없으니 다른 일반 의사라도 만나서 진료를 보고 싶다고요.


한국에서 응급실에 안 가봐서 모르겠지만

안과의사를 만나지 못하면 일반 의사라도 만나게 해줘야 하는 센스가 없는 걸까?


접수처로 추정되는 곳에서 여기는 접수를 못하니까

다른 곳으로 가라고 했다. 그곳에 갔더니 거기서는 또 여기는 접수하는 곳이 아니라 했다.


청기 들어 아니야 백기 들어 아니 청기 들어

이게 지금 뭐 하는 것일까 정말 화가 났다.


결국 병원 밖으로 나와서 구글로 안과의사를 검색했고

택시 타고 10분 거리에 안과의사가 있는 곳이 있었다.

연락을 했더니 당일 진료는 안 된다는 답변을 받았다.

오늘은 진료가 불가능합니다.


걷다 보니 안과의사라고 간판이 쓰여 있어서 들어가려 했더니 문이 잠겨있었다. 전화를 하니 오늘은 진료를 하지 않아서  다른 도시에 가라는 답변을 받았다. 오늘은 도와줄 수가 없다는 말을 듣고 전화를 끊었다. 황당하다. 정말. 어떻게 안과의사를 만나는 일이 이렇게 힘들지? 여기 사람들은 도대체 어떻게 살지?


결국 다시 종합병원 밖에 방법이 없다. 종합병원에 가서 꼭 안과의사 안 만나도 되니까 그냥 일반 의사라도 만나게 진료 접수를 해 달라고 했다.


직원이 따라오라 해서 그 직원을 따라갔더니 잠깐 기다리라고 했다. 앉아서 기다리는데 10분 넘게 기다려도 직원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고 집에 가야 되나 생각하던 찰나에 직원이 돌아와서 어떤 방으로 들어가서 진료 접수를 하라고 했다.


접수처에서 또 똑같은 질문이 시작되었다.

어디가 아프냐, 안과의사는 없다. 안과의사 만나려면 다른 도시 가라.


나는 눈만 아픈 게 아니다. 알레르기라서 콧물도 있으니 그냥 일반 의사 만나서 약 처방받게 일반 의사 진료를 접수해 달라는 요청을 했다.


결국 접수처를 제대로 찾았고 진료 접수가 되었고 Pesel 번호랑 여권 보여줬다. 30분 정도 기다리다 의사를 만날 수 있었다. 당일 진료를 보려면 종합병원 야간진료릉 이용하면 된다. 가정의학과처럼 전체적인 간단한 진료를 봐준다. 엄청 자세히 봐주는 것은 아니고 약 처방 정도는 해준다.

진료는 그렇게 자세하지 않았고 눈을 대충 보더니 꽃가루 알레르기 같다며 약 처방을 해 준다고 했다. 눈 자체를 자세히 살펴봐주는 것은 없었다. 약처방을 받고 약국에서 약값을 지불했다. 처방받은 약은 약국에서 처방전 없이 산 약보다 강해서 바로 증상이 호전되었다. 바로 효과가 보여서 안심이 되었다. 진료비는 종합병원(국립병원)이라서 내지 않았다.


병원 가는 일이 힘들고 정말 온몸에 힘이 다 빠져서 택시를 타고 집에 와서 울었다. 밥 해 먹을 힘도 없어서 레트로 식품 갈비탕을 끓여서 먹는데 아파서 서럽다는 일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 한국에서는 바로 병원 진료를 내가 원할 때 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러지 못한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 아픈 건 계획대로 되는 일이 아니잖아.


요즘 한국에서도 의사 파업 문제가 심각하던데 정말 한국의 유일한 장점인 병원을 쉽게 갈 수 있는 서비스가 사라질것 같아 매우 유감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