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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이디와 트램프 Apr 25. 2022

마법소녀의 33년 이야기 (2): 70년대의 등장 2부

큐티 하니의 등장, 그리고 진일보된 이야기들.

지난 이야기. 토에이는 말 그대로 '마법소녀 연작 시리즈'라는 연속적인 방영과 연출을 담당하며 마법소녀 작품들을 연달아 만들어 낸다. 마코짱으로 시작하여 사루토비 앳 짱, 챠피, 리미트짱 까지.  그리고 중간의 데즈카 오사무의 원작을 바탕으로 제작된 '신비한 메르모'의 이야기였다.


여기서 리미트짱의 실험적인 내용은 실패로 돌아가게 되었지만, 같은 시기에 방영되었던 한 작품은 파격적인 이야기와 다양한 모습으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게 되는데..



리미트쨩과 비슷한 시기, 같은 방송사에서 어느 작품이 방영된다.


7. '당신의 인생, 변할거에요!' 큐티하니의 시작.


드디어 등장한 전설의 큐티 하니. 너무나도 소개시키고 싶었었다.


앞서 리미트짱 부분에서 설명했듯 큐티하니는 원래 '여자를 타깃으로한 아동용 작품'이라는 명목 하에 제작되어 시간대 조정만 남겨놓은 상태였지만, 리미트으로 인하여 시간대가 옮겨지게 되었다.


리미트짱과는 이야기의 내용이 나름 엇비슷하긴 하지만, 여기서는 '죽은 딸의 영혼을 다른 안드로이드에 이식하여 만든 사이보그'로 부터 시작된다. 여기서 생겨난 사이보그이자 육체를 가지게 된 '키사라기 하니'는 자신의 초커 (목걸이의 일종)의 스위치를 조작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하고, 전투적 상황이 놓일때는 '큐티 하니'라는 여전사로 변신하여 악의 세력이자 범죄 결사대 '팬서 클로'에 맞서는 이야기로 되어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마법소녀'물에는 맞지 않는 이야기이다. 왜냐면 마법의 이야기가 크게 나오지는 않을 뿐더러 오히려 따져본다면 '격투소녀물'에 아까운 작품인 것. 사실 리미트짱도 그렇고 마법소녀에 맞지 않는 작품들이 많긴 하지만 예의상, 그리고 토에이가 만들어냈던 소녀 지향적 작품에 속하기 때문에 연작물에 간접적으로 속해있기는 하다.


원작 만화 '큐티 하니'의 표지.


어찌되었든 큐티 하니의 등장은 처음부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 굉장한 선정성과 격투의 과격성이 문제가 되어버린 것이다. 사실 이는 방송사와 스폰서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큐티 하니가 방영되던 시기의 1973년. 방송사였던 NET TV (지금의 아사히 TV이다.)는 경쟁사였던 TBS의 프로그램인 '8시다! 전원집합'에 밀려 시청률적으로 큰 고전을 면치 못하였다. 그런 탓에 방송사에서 방영하던 당시 특촬의 붐이 일며 가면라이더를 방영하고 있던 NET TV는 키카이다나 데빌맨 같은 변신물을 연달아 방영하기도 했었다. 여기서 큐티 하니는 위의 소녀 지향적 작품에서 남자 아이들도 끝어모으자는 취지로 이야기가 많이 변형된 것이다. 원작자 '나가이 고'가 청장년층도 의식하자며 의견을 불어 넣은것도 있었다. 물론 원작 만화만 보더라도 어차피 각오하고 방영했겠지만 말이다.


당장 원작자가 그 우명한 '나가이 고'이다. 말이 필요할까? 나가이 고는 파격적이면서도 과감한 설정을 자주 시도했었는데, 이는 그의 작품인 '마징가 Z'와 '그랜다이저, '데빌맨'에서 엿 볼수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큐티 하니 역시 그의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애니였으니까. (원작의 수위는 애니판보다 상당히 더하다.) 다행히 큰 인기를 얻는데 성공했고 고정 팬층도 늘어났지만 문제는 논란이 너무 많았다는 점이다.


하니의 노출이라던가 알몸으로 변신하는 장면, 오프닝에 나오던 여러 야릇한 장면들이 크게 논란이 되버린 것이다. 지금 봐도 굉장히 말이 많았을 것 같은데 이런 장면들을 내보낸 용기가 대단하다 생각한다.


이것만 보더라도 어느정도의 수위인지 감이 온다.


선정성과 잔인함과 같은 논란으로 나가이 고는 굉장한 비난을 받게 되었는데, 여기서 나가이 고의 대답이 상당히 걸작이다.


"하니는 안드로이드니까 벗어도 상관이 없습니다. 문제가 될것이 있나요?




라는 대답이었다. 


어찌되었든 큰 인기를 얻은 것은 확실했지만 논란속에 결국 3쿨로 예정되던 작품은 2쿨로 줄여져 조기종영하게 되었다. NET TV 자체가 정부의 지원속에 교육용 방송사로 의식이 되었는데 이런 선정성이 있는 작품이 나오면 안된다는 이유였다. 이 조기종영의 아쉬움 속에 나가이 고는 원작 만화도 동시에 끝낼 수밖에 없었다고 회고하였고, 먼 20년 뒤 후속작이 등장하게 된다.


1994년 제작된 OVA판의 표지. 야릇하니까 사람 많은 곳에서는 보지 말자.

이 OVA판은 위의 오리지날 1기와 이어지는 작품이다. 엄연히 스토리 자체가 연관이 되어있기때문에 하니의 이후 이야기를 다루면서 나오던 등장 인물들이 그대로 나오며 나가이 고 작품 답게 확실히 수위가 있는데다가 OVA의 순기능 덕분에 화끈한 액션과 여러 장면들이 나온다. 


작화의 차이가 많이 달라졌다. 어딘가 육감적인 느낌.


사실 이 작품은 단순한 후속작 OVA판이 아니었던 것 같다. 나가이 고의 작품의 오마주가 여럿 등장하기도 하고 미국 시장을 노리려고 했다는 설도 있었으니까. (실제로 외국에서 호평이 상당히 많다.) 그 덕분인지 OVA의 퀄이 유난히 좋은 것도 있겠지만 이 버전은 상당히 작화가 공들여서 그려졌다. 실제로 셀화를 고품질용으로 만 장을 사용했다니 이를 엿볼수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8화까지 잘 가던것이 제작중단이 되어 이야기가 끝나버린다. 본래 4부작으로 기획이 되어있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다음 회차들이 연장으로 제작된것임에도 퀄이 상당했었는데 '제작사의 부도'가 그 이유였다. 나가이 고의 다른 만화의 캐릭터들도 등장시켜서 지금의 '마블 유니버스'같은 모습을 기대하기도 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바로 끝나버려서 이런 설정은 먼 곳으로.... 결국 OVA판은 좋은 평을 받는데는 성공하였지만 이야기가 끊겨져 버리며 이렇게 끝나버리고 만다


4년 뒤, 새로운 큐티하니가 다시 사람들에게 찾아오게 된다. 바로 큐티하니 플래쉬!

약 4년만에 다시 돌아온 큐티 하니. 이 플래쉬의 특징은 바로 '어린 연령층'에게 자신을 낮춰서 등장했다는 점이다. 기존의 큐티 하니 시리즈가 청년층과 같은 계열의 시청자들에게 인지도가 많았다면 플래쉬는 어느정도 마법소녀의 요소를 차용하였고 등장인물들도 성격이 상당히 다르게 나온다. 물론 기존의 변신같은 요소는 빼놓지 않았으며 등장인물이 그대로 등장은 한다. 성격이나 외모가 달라졌을 뿐. 원작 만화 역시 존재하는데, 나가이 고가 아닌 순정만화가로 유명한 ' 이이사카 유카코'가 제작한 만화를 바탕으로 제작이 되었다. 이이사카 역시 애니판 제작에 많이 관여했었기에 우리가 알고있는 작품과는 어딘가 많은 차이가 나게 된 것.


이이사카 유카코의 만화 '큐티하니 F'의 표지.


어린 아이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오려 했던 시리즈이기도 하고 마법소녀의 요소를 많이 넣은 것도 있지만 나가이 고의 큐티하니 색이 상당히 많이 빠진 것도 한 몫했다. 사이보그에 대한 요소라던가  선정적인 분위기도 대폭 삭제 된 편이다. 물론 그렇다고 아예 안나오는 것은 아니긴 하지만 그 전의 큐티 하니와는 차이가 극명할 정도라 볼 수있다. 살짝 감미가 되어 있다고 보면 편하다.


캐릭터 디자인 담당을 세일러문의 작화가 중 한명이었던 '시모가사 미호'가 담당하였는데, 이 덕분에 세일러문의 작화와 똑같은 분위기가 날때가 종종 있다. 



바로 이렇게, 물론 좀 다르긴 하겠지만 시모가사 미호가 담당한 세일러문 에피소드를 잘 보면 큐티하니 느낌이 좀 날때가 많다.


작화도 꽤나 다양하게 나오는 편이다.


어찌되었든간에 새로운 큐티 하니를 표방하여 여러 시도도 많이 했는데, 바로 하니의 숨은 쌍둥이 동생 '세이라'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세이라는 사실 하니와 같은 '사이보그'의 가까운 존재인데, 그런 탓에 하니를 언니라 부르며 다닌다. 물론 세뇌가 된 상태에서 상대한 탓에 엄청난 적개심을 드러냈지만. 또한 다양한 직업군으로 변신하거나 변장을 하고, 인조인간이라는 하니의 이야기를 적절히 순화시키는 등 마법소녀의 요소를 적극적으로 차용했다. 이런 이야기가 가득했기에 마법소녀라는 인정도 어느정도 받을 수 있었고, 수위도 많이 줄어들었기에 즐길 거리가 많은 편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이자 현재까지는 마지막으로 정식 소개가 된 큐티 하니라는 것이다. 1998년 SBS를 통하여 방영 되었는데, 만화 자체가 큐티하니 시리즈 치고는 많이 수위가 낮은 축에 속하기도 했고 SBS가 당시 강렬한 만화를 들고 왔던 것도 있어서 가능했던 일. 하지만 오프닝 가사부터 개사를 '그리운 아빠의 미소'라고 해석하고 삭제신이 유독 많았던 탓에 어딘가 독특했던 추억의 만화로는 회자가 되는 편이긴 한데... 이럴거면 왜 데리고 왔냐는 말도 많았다. 사실 큐티하니 자체를 우리나라에 그대로 데리고 온 것부터가 기적적인 일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도 지금은 소소한 추억의 만화로 인식이 되는 듯하니까 다행이다.


(SBS에서 방영하던 당시의 오프닝, 제목은 '무지개 요정 큐티 하니'이다.)


그 외에도 실사 영화나 여러 작품이 있지만 여기서 더 길어지면 안되기에 넘어가도록 하겠다. 안노가 제작했던 큐티하니도 상당히 유명한데, 이는 '띵작 만화를 찾아서'에서 만나도록 하자!



8. 최초의 라이벌리 등장, 마법소녀 메구짱



큐티하니의 갑작스러운 조기종영과 리미트짱의 부진 이후 새롭게 등장한 토에이 마법소녀 연작물의 등장. 바로 마법소녀 메구짱이 나오게 된다.


이 메구짱은 사실 큐티 하니에서 있던 극중극에서 나오게 된 애니메이션이다. 그렇다고 나가이 고가 감수를 했다던가 그런 것은 아니고 정확히는 리미트짱의 제작진이 다시끔 이야기를 발전시켜서 내보낸 작품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마계의 여왕 자리를 놓고 메구와 논이 인간세계로 내려가서 경쟁한다는 이야기로, 마법소녀 최초로 '라이벌리'라는 요소를 도입하게 된다. 이런 노선은 그 동안의 작품들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재였고 단독 주인공이 주 된 캐릭터였던 마법소녀 장르에 하나의 이정표이자, 놀라운 이야기를 넣은것으로 평가가 된다. 이야기 자체는 여왕 자리를 놓고 둘이 경쟁하면서 가끔씩 서로를 도와주는 패턴이 주 된 이야기이다.


그간 지나왔던 마법소녀 작품에서는 볼 수없던 표정변화가 매우 일품이다. 솔직히 보면서 좀 웃었다... 


또한 그간의 주인공들은 항상 소녀소녀하면서 여린 성격을 지낸데 비해, 메구짱의 주인공 메구는 말 그대로 욕을 입에 담고살고 거친 행동이나 여자답지않는 언행을 보여주기도 한다. 많이 나오는 말은 '바까!' 그리고 이런 말괄량이 성격을 보여주듯 뛰어난 모습을 보여줬던 전작들의 주인공과는 달리 어딘가 좀 뒤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중심적으로 다룬 것도 특징이다. 


이런 요소들과 같이 나름대로 수위가 높은 장면들도 있긴 했지만 그간의 마법소녀물에서는 볼 수없는 세련되고도 독특한 설정은 인기를 얻는데 매우 충분했다. 사고를 치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어딘가 귀여운 구석이 있는 캐릭터 였기에 더더욱.


사실 메구짱의 또다른 인기 요소는 바로 라이벌 캐릭터이자 메구와는 상반된 이미지의 논이 한몫하기도 했다. 말괄량이 메구와는 다른 차갑고 도도한, 지금으로 친다면 쿨데레적 요소가 가득한 그녀. 인간들을 깔보면서도 어딘가는 따스함이 있는듯한 캐릭터성은 지금 나오는 만화에 넣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다. 사실 첫짤은 좀 귀여워서 넣어봤다 커여워 언니 


이 둘의 경쟁력은 피 튀기는 캣 파이트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였는데 바로 이렇게 벌어진다.


바로 이렇게.. 정말 눈물없이 못볼 캣파이트다.


어찌되었든 일본 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구축하며 마법소녀 작품에서는 지금까지도 라이벌리 작품에서는 매우 독보적인 위치에 서있다. 당장 세일러믄의 원작자 다케우치 나오코가 이 작품의 팬이라는 말도 있을 정도니까. 우리나라에서 유명한 '학교에서는 안봤다고 하면서 집에서는 계속 보는 작품'이 일본에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남자아이들은 다 똑같은가보다.


우리나라에서는 1976년 MBC에서 '요술천사 꽃분이'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70년대의 정서 상 일본만화를 그대로 가져오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어딘가 다른 나라에 있는 만화라 속이고 들여왔다고.  당시 TBC에서 방영하던 샐리 (우리가 알고있는 마법사 사리 맞다)에 대응하기 위해 소녀층들을 겨냥하고 방영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나름 인기를 얻긴했지만 선정성 논란으로 방영 7개월만에 조기종영되는 아픔을 겪고만다.


메구와 논의 색다른 성격과 캐릭터성은 지금봐도 손색이 없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꼭 보도록 하자. 꼭!



9. 나가이 고의 숨겨진 마법소녀 작품, 마법소녀 티클


메구짱 이후 1년을 쉬다가 1978년. 새로운 마법소녀 작품이 우리에게 찾아 오게된다. 바로 마법소녀 티클이다.


마법소녀 티클은 놀랍겠지만 '나가이 고'가 감수를 맡은 작품이다. 그렇다고 원작 만화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고 또 그렇다고 수위가 엄청 높은 작품이 아니다. 의외로 이야기가 매우 평범하다.


평범한 소녀 치코, 자신의 생일 전 친한 친구가 이사를 가버리며 상심에 빠지게 된다. 생일 파티에 같이 있겠다며 약속한 친구는 오지 못했고 상심에 실망감만 더해진 치코에게 치코의 아버지가 선물을 준다.


선물을 열어보니 동화책. 그 동화책 안에서는 어느 여자아이가 있었는데 갑자기 책에서 말을 건내게 된다. 그 책에서 말을 건내는 소녀는 치코에게 주문을 외치라며 말하고 얼떨결에 말하게 된 치코. 그리고 소녀가 책 밖으로 나오게 된다!


자신을 티클이라 소개하는 여자아이. 사실 티클은 마계에서 엄청난 말썽을 일으켜 벌로 책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우연찮게 만나게 된 치코와 티클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앞서 말했듯 나가이 고가 감수를 한 작품이긴 하지만 큰 역할을 놓고본다면 토에이와 선라이즈가 제작했었다.그런 상황에서 마법소녀물에서는 거의 최초로 주인공이 둘이나 되는 독특한 체재를 만들어냈던 것. 이 요소는 70년대 후반 일본을 흽쓸었던 아이돌 그룹인 '핑크 레이디'를 나름대로 참조했었다는 듯 하다.


또한 인간인 치코가 마법을 나쁜곳에 쓰거나 너무 많이 사용하는 티클을 벌주는 요소도 있다는 점에서 상당히 특이한 구성을 많이 사용했었다. 물론 티클의 캐릭터 성격상 이런 일이 자주 나오긴 한다. 마법에서 찾아온 마법소녀가 인간의 소녀와 동거를 한다는 설정은 (정확히는 마법을 걸어서 자매인척 한거다) 이 작품이 최초로 선보이게 된다.


이렇게 보면 상당히 평범한, 나가이 고가 참여했던 작품 치고는 꽤나 안정적이고 별 일 없는 만화인데 한가지 놀라운 점은 엔딩에 미국 만화 '루니 툰'의 트위티가 나왔다는 것이다. 바로 엔딩의 장면에 나온다.


바로 이렇게. 이는 방송사였던 아사히 TV (전의 NET TV) 가 위너 브라더스와의 계약으로 이렇게 캐릭터를 사용하게 된 것. 계약이 만료된 이후에는 DVD 발매가 되었는데 트위티가 있는 탓에 엔딩의 다른 버전은 수록이 되지 못하였다. 여러모로 좋아하던 트위티가 나와서 뜬금없긴 했지만 그래도 정겹긴하다.


이렇게 소소한 작품을 소개한 뒤. 우리에게 나름대로 일면식이 있을 만한 작품이 등장하게 된다.



10. 오늘은 기분이 룬룬하고 싶어. 꽃의 아이 룬룬


드디어 등장하는 이 작품. 바로 '꽃의 아이 룬룬'이 되시겠다. 우리에겐 '꽃천사 루루'로 알려진 작품.


메구짱 이후 약 3여년간 토에이는 마법소녀 작품을 제작하지 않았다. 그간 로봇물이나 여러 장르를 넘나들던 토에이는 다시끔 제작의 욕구를 채우게 되는데, 바로 이 작품이 그 예시이다.


룬룬의 방영시간대 전작은 우리에게도 유명한 '캔디캔디', 그러니까 들장미 소녀 캔디가 바로 이 작품의 전작이었다. 캔디의 대 성공으로 토에이는 유럽을 중심으로 하는 소녀의 이야기, 꽃을 찾는 여행으로 경험을 쌓으며 성장을 이루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했었는데 마침 이를 완벽히 만드는 것으로 마법소녀로 만들게 된 것이다.


꽃의 열쇠를 사용하는 모습.


룬룬이 사용하는 마법에서 '꽃의 열쇠'는 사실 방영 초기만 하더라도 의상을 바꾸면서 사건을 해결하는데에만 그쳤다. 불이 나면 소방대원 같은 복장으로 변신한다던가 그런 식으로, 그런데 도중에 이 열쇠가 깨져버리는데 다행히 어느정도 리뉴얼 시키면서 버프가 된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마법소녀의 도구가 새롭게 발전해 나간다.'는 것이 여기서 부터 시작된 것이다. 또한 복장의 변화의 이야기는 밍키모모에서 더 세련되게 나오기도 하는데, 원조가 바로 룬룬에서 등장한 것!


의상변화의 첫 시작. 79년작이지만 전체적인 퀄리티가 휼륭하다. 꽃을 소재로 디자인한 드레스도 일품.


또한 에피소드의 마지막에는 남자 주인공인 세르주가 (얘는 카메라맨인데 사실은 왕자다.) 에피소드의 주제에 맞는 꽃의 꽃말을 알려주며 이야기를 마친다. 무지갯빛 꽃을 찾는 여행에서 룬룬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받은 꽃씨나 연관된느 꽃이 매우 중요한 덕밥으로 이어지는것이 바로 세르주가 설명하는 이번의 꽃말과 같은 것 때문이다.


줄거리는 이렇다. 먼 옛날 인간과 꽃의 요정들이 공존하여 살아갔지만 인간들은 점차 자연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고 결국 꽃의 요정들은 지구를 떠나 어느 별에 정착하여 '플라워 별'이라는 이름을 붙여 살게 된다. 하지만 몇몇 요정의 남은 피는 인간과 혼혈이 되었고, 주인공인 룬룬 역시 그런 혼혈이었다.


룬룬이 사는 남프랑스의 어느 작은 마을. 할머니 할아버지와 같이 살아가는 룬룬에게 말하는 고양이와 개가 등장하게 된다. 동네는 말하는 동물때문에 시끌벅적한데 룬룬은 그저 천하태평. 사실 이 두마리의 축생...아니 동물들은 플라워 별에서 온 신하들로 꽃의 아이를 찾아 지구에 오게 된 것, 룬룬은 그런 혼혈이었기 때문에 찾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고양이의 이름은 케트, 개의 이름은 누보인데, 둘은 룬룬에게 새로운 플라워 별의 왕에게 지구 어딘가에 피는 무지갯빛 꽃을 찾아야 한다. 그 꽃을 찾을 수있는 사람은 꽃의 아이라며 룬룬에게 같이 여행을 떠나자며 제안하지만, 룬룬에게는 자신의 조부모님이 남아있어야 된다는 말에 주저한다, 그렇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룬룬을 다시 설득하며 여행을 부담없이 떠나도록 지원해준다.


그리고 그런 모습을 몰래 훔쳐보는 어느 사람들, 바로 토게시니아와 야보키이다. 토게시니아는 플라워 별의 몰락한 귀족 출신이고 야보키는 신하인데, 둘 역시 무지갯 빛 꽃을 찾기위해 지구에 온 것. 그리고 그 꽃을 가로채서 자신이 여왕이 되려는 욕심을 가진 악녀이다. (근데 막상 보다보면 개그캐인지 악역인지 구별이 안간다. 특히 야보키)


그렇게 시작되는 여행, 룬룬은 세르주라는 수수께끼의 카메라맨과 여러번 마주는데 알고보니 세르주는 꽃의 나라의 왕자였다. 그러니까 새로운 왕이 바로 그 어리버리 카메라맨이었던 것이다. 


어찌되었든 이야기가 길어지면 많이 늘어지기때문에 여기서 줄이고, 룬룬의 여러 이야기를 서술해보고자 한다.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이를 가지기 위해 여행을 떠난다는 이야기로 진행되는 작품인지라 여러모로 개고생도 많이 했었다. 룬룬이 납치된다거나 그런 이야기도 있었지만 어찌어찌해서 마법의 힘으로 이를 해결해서 기어코 다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는 많은 시청자들에게 흥미와 재미를 주었으리라 생각한다.


사실 이 작품이 일본 내에서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것도 있지만, 일본에서는 방영 이후 80년대 초 신조어로 '오늘은 기분이 룬룬하다' 라는 말이 유행어 처럼 돌았던 것도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가 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일본의 작가 하야시 마리코가 썼던 '룬룬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자!"의 표지.)

이렇게 일본 내에서 '룬룬하다'라는 말이 유행어 처럼 돌았고  책 역시 엄청난 인기를 얻으벼 베스트셀러를 기록할 정도였으니 말해 뭐해. 한국에서는 이 책을 '내숭울 떨까, 수다를 떨까'라는 이름으로도 발간 되었다고 한다. (출처 : 박복숭아님의 브런치 글 - https://brunch.co.kr/@literarysorry/9 )


이렇게 룬룬은 마법소녀 역사에 꽤나 한 획을 그은 작품으로 회자가 된다. 라이벌리 캐릭터도 적절히 사용하고 마지막도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니 이보다 더 완벽할수는 없을 것이리라. 룬룬도 룬룬하고 꽃도 룬룬하니까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영 1년 뒤 1980년 '꽃천사 루루' 라는 이름으로 방영되었다. 당시 인기도 꽤 괜찮았다는 증언이 있다. 


그리고 10여년이 지난 92년 (정확한 연도인지는 불분명하다.) 비디오사였던 대영팬더를 통해 '꽃의 천사 루루'라는 이름으로 비디오판이 발매 되기도 했다. 그리고 2년 뒤 다시 KBS에서 이를 가지고 와서 '꽃천사 루루'라는 이름으로 다시 재더빙하게 된다.


KBS에서 방영할 적 비슷한 시기 MBC에서는 '꽃의 마법사 마리벨'을 더빙 방영했었다. 같은 꽃을 소재로 하는 마법소녀물간의 대결이었던 지라 이를 회자하는 사람들도 종종 볼 수있는데 종영 자체는 루루가 먼저 끝났다. 마리벨은 95년 하반기에 종영되었으니까.


어찌되었든 룬룬 역시 토에이 마법소녀물중 최고 성공작으로 남게 되었다. 그리고 다가오는 80년대. 새로운 회사들이 마법소녀의 제대로 된 전성기를 여는데 엄청난 역할을 하게 된다.



글을 마치며.


이렇게 70년대의 이야기가 끝났습니다. 토에이의 대전성기로 꽃피운 마법소녀의 이야기. 중간의 데즈카 오사무의 새로운 도전 역시 볼 거리였지요. 큐티하니의 성공은 앞으로 등장할 '싸우는 미소녀'라는 장르를 완벽히 만들었고 메구짱의 라이벌 캐릭터 등장은 후에 등장하는 많은 라이벌 캐릭터를 만드는데 엄청난 도움을 주었습니다. 룬룬의 사랑스럽고도 평화로운 이야기 역시 잔잔한 마법소물의 이야기에 많은 영향도 주었구요.


앞으로 80년대의 이야기가 시작 될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이 아실 밍키와 새롬이, 그리고 각자의 놀랍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찾아올 마법소녀 친구들을 기대해주시길 바랍니다. 피드백과 댓글 부탁드리며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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