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자세에서 건강한 정신이
정신력 강화 훈련 첫 번째
어릴 때 체육선생님이 자주 하던 말이 있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
의심 많은 어린이였던 나는 체육선생님이 체육시간에 대충 시간만 떼우고 넘기려는 학생들에게 수업에 집중하라고 하는 잔소리인 줄만 알았다.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은 모두 정신적으로도 병들기라도 한단 말인가. 지나치게 건강한 신체로도 정신적으로 이상해 보이는 사람들은 또 어떻게 설명할 거냔 말이다.
의심 많은 어린이는 의심 많은 어른으로 성장했고, 공황 증상과 불안장애로 병원을 드나들면서도 신체 자체의 관리는 별개로 여기고 있었다. 몸 관리로 정신적인 안정을 얻고 있다는 걸 느끼게 되기 전까지는 그랬다.
몸 관리의 시작은 정신건강과는 상관없이 고질적인 허리 문제 때문이었다. 나름대로 가슴을 펴고 똑바로 걷는다고 생각하고 40년을 살아왔는데, 옆에서 보기에는 여전히 구부정해 보인다는 지적을 받았다. 자연스러운 상태보다 목을 더 당기고 어깨를 뒤로 더는 젖힐 수 없을 때까지 젖혀 통증으로 소리를 지를 정도에다가 갈비뼈를 위로 끌어당기듯 올려서 복근이 당겨져 팽팽하게 되자, 그제야 바른 자세가 되었다고 했다. 자세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땀이 났지만 거울로 비춰보니 내가 봐도 확실히 다른 자세였다. 자신감 있는 당당한 자세, 1g 정도는 거만해 보이기까지 한 자세였다.
숨을 쉬는 것도 대충 쉬지 않고 가슴을 열었다 닫는 걸 느끼면서, 약간의 복압을 유지하면서 깊게 들이쉬고 길게 내뱉는다. 자세와 호흡을 유지한 채로 걷기까지 제대로 해내야 한다. 잘 걷는 것이 허리 건강을 유지하는데 최고라고 들었다. 첫날은 어깨와 가슴과 배가 너무 아파 비명을 질렀지만 며칠 만에 몸이 적응하자 힘들지 않았고, 이제는 구부정하게 걷는 것이 훨씬 불편하다.
그렇게 건강한 자세와 호흡과 걸음걸이로 매일 걷기 운동을 하면서 전반적으로 허리가 안정되는 것을 느끼고 있다. 처음 허리디스크를 얻고 20년 가까이 구부정한 골렘 자세로 운동해왔던 시간이 몹시 아깝기만 하다.
그리고 자세와 호흡을 바꾼 이후로 정신적으로도 안정적인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것을 확실히 느끼고 있다. 여전히 크게 놀라거나 스트레스받을 일이 있으면 긴장되고 불안해지려 하곤 하지만, 자잘한 자극들에 쉽게 반응하지는 않고 있다. 조금 힘들 것 같다 싶을 때에도 자세를 고쳐 가슴을 펴고 호흡을 가다듬으면 금세 괜찮아지곤 한다. 허리 건강에 좋은 몸을 갖추려 애썼더니 정신건강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창 불안장애나 공황장애와 관련한 책과 자료를 뒤져볼 때 신체적 운동 등이 도움이 된다는 내용을 읽은 듯도 한데, 당시에는 솔직히 별로 염두에 두지 않았다. 뭐든 좋은 건 다 하면 좋겠지만 핵심적인 것은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직접 몸으로 느끼고 있는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몸과 정신은 별개의 것도 아니었고, 하나가 다른 하나의 부수적인 것도 아니었고, 긴밀하게 연결되어 설명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 있었다. 독립적으로 한쪽만 튼튼하게 만들 수 없는 것은 아니나, 양쪽 모두를 관리하는 편이 쉬운 방법이다.
그리고 대개의 경우에 마음을 달리 먹고 생각을 고치는 것보다 자세를 고치고 몸을 움직이는 편이 훨씬 간단하고 즉각적으로 취할 수 있는 해결 방식이다. '괜찮을 거야'를 백번 되새길 동안 가슴을 펴고 크게 호흡한 번 해주는 것으로 그 되뇜을 훨씬 가볍게 해 줄 수 있다.
가슴을 편 당당한 자세로 깊고 길게 호흡해보자. 안정된 호흡과 힘찬 몸은 불안의 신호를 잠재우고 안정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