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와 하수

누구나 갖고 있지만 모두가 알지 못하는.

by lagomji
brunch_3.jpg 후덛덜더덛더ㅓㄷ러덜덜. drawing by lagom_ji



오랫동안 주변에서 운동을 권했지만 듣는 척도 안 했다가, 언젠가부터 건강한 느낌이 부족하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에 오래전에 사둔 wii가 있어서 이걸로 혼자 근력운동을 하고 엄마와는 요가를 같이 하는데,

5년 정도 요가 수업을 수료하고 요가대회 1등이라는 수준급 실력을 가진 엄마와

대학생 때 요가 수업을 끊어놓고 3번밖에 안 나간 딸이 재미있게도 함께 요가를 한다.


한 지는 두 달을 꽤 넘었지만 요가는 너무 어렵다.

썩 잘하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실력이 꽤 늘었다.

어떨 땐 은근 잘 되기도 하고, 어떨 땐 덜덜ㄷ러덜 떨려서 보드 위에서 거의 몸을 베베 꼬며 춤을 춘다.

동작을 마치면 점수를 매기는데 100점 만점이지만, 이미 엄마가 고득점으로 순위를 점령해서 나는 점수 욕심은 없지만 (강조) 발 디딜 틈이 전혀 없다.


함께 요가를 하고 있으면 엄마가 항상 그러신다.

젊어서 유연하고 태도 나고 이쁘네.

정말 나의 몸매가 좋고 해서 그런 게 아니다.


또 집순이인 내가 어떤 때에 외출을 하게 되어 화장도 하고 챙겨 입고 나가는 모습을 보시고는,

젊음 그 자체가 이뻐, 좋아. 티 하나만 걸쳐도 이쁘고 하지. 그때는 몰라, 말해줘도.라고 항상 그러신다.


그런 말을 들으면 아직 나는 완벽하게 이해할 순 없지만, 대략 어느 정도는 알 것 같다.

예쁘고 소중한 지 모르고 당연하게 여기다가 시간이 지나 나중에 돌이켜보니 나도 나름 그런 때가 있더라는 것.

그때의 나는 몰랐지만, 그때의 너를 보며 나를 추억하는 것.


내가 거울을 보면서 '아, 정말 예전엔 피부 안 이랬는데, 나이 먹어서 그런가..' 하며 속상해하는 때가 많아진다. 그러면서 지하철이나 길을 지나다 보면 화장을 덕지덕지한 학생들을 볼 때가 있는데,

맨 얼굴이어도 정말 이쁠 때가 저 때인데, 저게 예뻐 보일까?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때는 몰랐지만 그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꼭 이쁘게 생긴 이목구비가 아니더라도 뽀송한 피부에

그저 맨 얼굴이 이쁘고 좋을 때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비슷한 맥락이 아닌가 싶다.


엄마의 그런 말들을 들으면서 지금의 모습에 감사하고 소중하게 생각한다.

지나가버릴 것들이지만, 모르고 지나가기 보단 누군가에 의해 알고 깨닫고 느끼게 되니

한량 라이프지만 그래도 감사하며 좀 더 풍부한 생활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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