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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헤다 Aug 03. 2022

부모가 날 결정할 수 없다

내 삶은 내가 정하는 거다.

 분명하게도, 내가 태어날 수 있었던 것은 부모 덕분인 것은 맞다. 그것이 덕분이든 때문이든 상관없이 내가 존재하는 그 기원은 내 부모에게 있다. 유전자로 분명하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내 성격이나 체질들이 아마도 그럴 것이다. 유전적으로 내려오는 어떤 결함이나 알레르기 같은 것들이 그렇게 영향을 끼쳤을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들 조차도 부모가 결정해 준 것은 아니다. 그들은 그것을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사실 없다. 좋은 것만 영향을 끼쳐서 태어나게 하려고 한다고 그게 되지 않는다. 부모의 좋은 점만 고르고 골라서 태어날 수도 있지만 그건 부모도 불가능한 영역이고 자기 자신도 불가능한 영역이다. 


 부모의 책임은 자녀가 성인이 될 때까지이다. 성인의 기준이 모호할 수도 있지만 자기 자신을 스스로 책임질 수 있는 그 순간이 바로 성인이라고 생각된다. 그 책임이 무엇인가? 무언가를 결정해주거나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이 아니다. 단어 자체만으로도 이미 큰 차이가 있다. 책임과 권한은 엄연하게 거리가 있는 단어다.   다른 차원으로 본다면 어느 시점부터 삶의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것을 망각한다. 게임을 하고 싶거나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에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달라고 요청하거나 심지어 싸우기도 한다. 반면 자신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면 그것을 부모의 탓으로 돌리기도 한다. 뭔가 유전적으로 연약한 부분 - 예를 들면 키가 작거나 뚱뚱한 몸매를 갖는 것들을 부모가 제대로 자신을 양육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신경을 써준다고 키가 쑥쑥 늘어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의학적인 도움을 받기도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키가 쑥쑥 크는 것을 무조건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정리한다면 부모가 내 인생을 결정하고 좌지우지할 수 없다. 반대로 나도 부모에 대한 것을 결정할 수 없다. 그렇다면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삶의 형편과 상황에 대해서 부모탓을 말할 수 있을까? 그럴 수 없다. 물론 세상에는 부모 세대가 이룬 것들을 잘 누리는 사람들도 분명하게 있다. 그렇다고 그들이 행복하고 잘 사는 것이 보장되는가? 꼭 그런 것은 아니다. 모 기업 회장의 딸은 스스로 자살을 하기도 하고, 그렇게 남 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상류층의 누군가도 이혼 소송을 하기도 한다. 어쩌면 그들의 부모가 좋은 것들을 물려주고, 좋은 결혼을 위한 어떤 결정을 해주었지만 그런다고 그것이 성공과 안정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다. 받은 것들이 있다면 그것을 잘 사용하는 것도 자립의 영역 중의 하나다. 무조건 부모의 것을 배척하고 등 돌리라는 것이 아니다. 책임 있게 누리고 사용하는 것도 일종의 능력이다. 역시 같은 차원에서 부모가 아무것도 나에게 물려준 것이 없다고 내 인생이 끝장난 것이고, 별 볼일 없을 수밖에 없는 걸까? 아주 쉽게 사용하는 말로 ‘자수성가’라는 말이 있다. 말 그대로 스스로 성공을 이룬 사람을 말한다. 분명하게 좋지 않은 환경은 존재한다. 하지만 그것이 내가 성공하지 못한 것의 핑계가 될 수는 없다.  


 범죄와 관련된 뉴스를 보면서 이런 내용을 어렵지 않게 본다. "어린 시절 부모님의 이혼으로 인한 상처로 인해.." 그것이 범죄를 저지르게 된 원인이라고? 정말 웃기지 않은가? 그런 논리라면 지금 보육시설에 있는 모든 아이들은 잠재적인 범죄자들이 아닌가? 부모가 이혼한 것은 그들의 결점이고, 그들의 결정이다. 나의 결점이 될 수 없고, 내 인생을 별로라고 정의 내릴 이유가 되지 못한다.  


 그런 무거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엄마가 나에게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아서 내 인생이 별로이고, 남들 다 입는 롱 패딩이 나에게 없다고 내 인생이 별로인 것은 아니다. 부모가 대학교수이고, 사회적으로 저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내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내 부모가 일용직 노동자나 쓰레기를 치우는 청소부라고 해서 내 삶이 망하는 길로 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인생은 오롯이 그냥 내 것이다. 부모의 것도 아니고, 내 자식의 것도 아니고 사랑하는 누군가의 것도 아니다. 그래서 그 누구에게서도 영향을 받을 필요 없다. 내 삶은 내가 정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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