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다루기

화를 내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by 강훈

우리는 언제 화를 낼까?

일이 내 뜻대로 안 될 때. 예상과 다른 상황이 벌어질 때.

그런데 가만 보면, 화는 외부 자극 없이도 난다.

혼자 생각하다가, 상황을 오해하다가, '내 인생은 왜 이럴까' 자책하다가.

결국 화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을 때, 또는 그렇다고 '생각할 때' 발생한다.


그럼 왜 화를 낼까?

답은 간단하다. 그 상황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통제할 수 있다면 화낼 이유가 없다.

그냥 해결하면 되니까. 하지만 화나는 상황은 대부분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아이러니한 건, 어떤 사람들은 화를 내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소리를 지르고, 물건을 던지고, 주먹을 휘두르면 뭔가 바뀔 거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화에게 통제당하고 있을 뿐이다.


고대 스토아 철학자 세네카는 "화는 짧은 광기"라고 했다.

순간적으로 이성을 잃게 만드는 감정이라는 뜻이다.


신경과학 연구가 흥미롭다.

화가 났을 때 우리 뇌의 편도체는 0.25초 만에 반응하지만,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작동하려면 3초가 걸린다.

그래서 '화가 나면 열까지 세라'는 옛말이 과학적으로도 맞는 것이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에 화가 난다는 건, 화를 내도 여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모든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여야 한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다'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둘째, 화는 시간이 지나면 변한다는 걸 기억하자.

10초만 참아보자. 처음엔 1-2초라도 좋다. 점점 늘려가면 된다.


심리학자 다니엘 골먼(Daniel Goleman)은

이를 '감정 하이재킹(Emotional Hijacking)'이라 불렀다.

감정이 이성을 납치하는 것. 하지만 몇 초만 버티면 이성이 돌아온다.


셋째, 화를 내도 바뀌는 건 없다는 진실을 받아들이자.

"속이라도 시원하잖아"라고? 정말 그럴까?


분노 연구의 권위자 브래드 부시먼(Brad Bushman)의 실험이 있다.

화가 난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눴다.

한 그룹은 샌드백을 치며 화를 표출했고, 다른 그룹은 조용히 앉아있었다.

결과는?

샌드백을 친 그룹이 오히려 더 공격적이 됐다. 화를 표출하면 화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늘어난다.


화를 내서 얻는 게 뭐가 있을까?

상황이 바뀌나? 아니다.

상대가 변하나? 오히려 관계만 나빠진다.

내 기분이 나아지나? 잠시뿐, 곧 후회한다.

바뀌는 건 딱 하나다. 내가 손해 본다는 것.


불교의 선승 틱낫한은 이렇게 말했다.


"화를 품는 것은 뜨거운 석탄을 다른 사람에게 던지려고 쥐고 있는 것과 같다.

화상을 입는 건 당신이다."


재미있는 건, 똑같은 상황에서도 어떤 날은 화가 나고 어떤 날은 안 난다는 거다.

월요일엔 폭발했다가 금요일엔 웃어넘긴다.

이게 뭘 의미하는가? 화는 상황이 아니라 내 선택이라는 것이다.

통제 가능한 영역이라는 증거다.


NBA 전설 마이클 조던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대해 화내지 않는다. 그것은 에너지 낭비다.

대신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에 집중한다."


오늘도 화나는 일이 있었는가?

10초만 기다려보자. 아니, 5초라도 좋다.

그 짧은 순간이 당신을 화의 노예에서 화의 주인으로 바꿔줄 것이다.

화를 내봤자 바뀌는 건 아무것도 없다. 바뀌는 건 오직 하나, 당신이 잃는 것뿐이다.

그러니 화내기 전에 자문해 보자.


"이게 정말 화낼 만한 일인가?"

"화를 내면 뭐가 달라지는가?"

대부분의 답은 "아니요"일 것이다. 그럼 그만두면 된다.

그것이 진정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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