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로키 여행하기 위해 그 시작점을 밴쿠버 또는 캘거리로 잡는다. 밴쿠버에서 시작할 경우 차를 빌려 로키산맥까지 10시간 정도 운전해야 한다. 서울에서 부산을 찍고 그대로 다시 서울로 돌아오면 대략 왕복 10시간이 된다.
캘거리에서 시작할 경우 밴쿠버에서 국내선을 타고 캘거리에 가서 차를 빌려 로키까지 2시간 정도 운전해야 한다. 나는 후자를 선택했다. 인천에서 10시간 비행기를 타고 와서 바로 또 밴쿠버에서 로키까지 10시간 운전하는 건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밴쿠버로 가는 비행기는 대한항공 직항을 선택했다. 밴쿠버에 한인이 많은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직항 편이 있기 때문 아닐까. 스카이팀 회원사가 이곳에서 운행을 하기에 처음으로 제2터미널에 가보았다.
전체적인 모양새는 제1터미널과 흡사했다. 누가 말만 안 해주면 1 터미널과 구분이 어려울 듯. 1 터미널과 마찬가지로 전체적으로 편의시설도 좋고 깔끔하고 쾌적했다. 하지만 중요한 건 비행 오래간만에 타보는 국적기였다. 에어캐나다는 시간대가 맞지 않아 포기
내가 탄 비행기는 대략 10시간을 날아가며 태평양도 가로지른다 하와이도 가보았지만 그때는 태평양을 가로지르진 않았는데 아메리카 대륙은 처음이란 것이지!! 일본을 지나 수시간만에 육지를 창밖으로 보았다. 로키 위를 지나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멋진 풍경이 밴쿠버 공항 착륙 직전 펼쳐지니 놓치지 말자.
비행기 차창 밖으로 보이는 광대한 산맥과 그 사이를 힘 있게 뚫고 지나가는 강물을 보며 스위스 50개를 합쳐놓은 것 같다던 캐나다 로키에 대한 기대가 더욱 커졌다.
밴쿠버 공항(YVR)에 내려 캘거리로 가기 위해 캐나다 국내선 비행기로 갈아탔다. 수화물이 바로 캘거리로 가지 않아서 일단 밴쿠버 공항에서 짐 찾고 출국심사도 마쳐야 했다. 그리고 둘러본 국내선 청사는 마치 하와이 오하우 공항을 보는 느낌. 중간에 잠시 먹을 것 있나 기웃거려보고 다시 캘거리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밴쿠버 공항에서 캘거리로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 반드시 로키산맥 위를 지나게 된다. 내리면 다신 볼 수 없는 멋진 장면들이 하늘 아래 펼쳐지니 놓치기 싫으면 꼭 창가에 앉자.
약 한 시간 반 정도 지나니 높다란 산맥이 끝나고 평지가 나타나 이내 곧 캘거리 공항에 착륙한다. 비행기 정지 후 내릴 때까지 기다리는데 창문 밖으로 짐 하차하시는 분이 내 캐리어를 드신다. 캐리어 엄청 무거웠는데 괜스레 미안해진다. 창문을 사이에 두고 여행과 일상(업무)이 갈라지는 순간.
인천에서 18시 50분에 떠나 밴쿠버에는 당일 12시 50분에 도착했다. 그리고 캘거리 가는 비행기를 16시에 타면 18시 25분에 캘거리에 도착한다. 결국, 인천에서 18시에 떠나면 당일 18시에 캘거리에 도착한다. 시간은 변하지 않았지만 뭔가 엄청나게 피곤한 것은 시차의 매직.
수하물까지 찾으면 대략 19시에 가까워진다. 이대로 캘거리 시내로 가는 건 무리고 (공항에서 캘거리 시내가 꽤나 멀다) 공항 근처 호텔에서 1박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정한 곳은 남들 많이 간다는 호텔 클리크(hotel clique) 캘거리 에어포트.
상대적으로 저렴하고 공항이랑 (그나마) 가깝다. 공항 직원은 호텔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했다. 그리고 셔틀버스 스테이션에서 호텔로 가는 버스가 정기적으로 운행한다. 하지만 집 떠난 지 거의 24시간이 지났고 양 손 가득 짐이 있어서 택시를 이용했다.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돈으로 시간과 체력을 사는 로키산맥 여행.
택시를 타고 가니 호텔까지 대략 15분 정도 걸렸다(자본주의 만세) 분명 공항 직원 혹은 호텔 프런트는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라 했다. 이 나라 사람들은 다들 무슨 운동선수야? 차로 15분이나 걸렸다고! 무거운 캐리어를 끌고 갈만한 거리는 절대 아니니 시도도 하지 말자.
호텔은 그저 무난했지만 태평양을 건너온 내 몸에 휴식을 주기엔 충분한 수준이었다. 어느 여행이든 여행지 숙소에 가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린다. 근데 이번 여행은 사실 캘거리 호텔에 도착해서도 안심할 수가 없었다.
백미는 내일부터 시작되는 캠핑카 여행이었고 진정한숙소는 바로 그 캠핑카여서 제대로 잘 렌털이 되었는지가중요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단 한시름 덜고 창밖을 바라본다. 근데..
대략 밤 8시에 창밖 풍경 무엇? 백야 선생님이신가요? 호텔 클리크 캘거리 에어포트 1층에는 식사를 할 수 있는 작은 레스토랑이 있다. 그쪽 창가에 자릴 잡아본다 9시를 향해가는데 이제야 겨우 해가 진다.
로키 여행 성수기가 7월인 건 눈이 녹아 푸른 숲을 볼 수 있는 것도 이유겠지만 하지만 7~8월에 해가 굉장히 늦게 져서 돌아다닐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나중에 글을 올리겠지만 캠핑장에선 밤 11시가 넘어야 비로소 어두워지고 새벽 1시는 되어야 별을 볼 수 있다. 별 보고 일찍 잠들고 싶었는데 새벽 1시까지 버텨야 했던 잔인한 현실..
간단하게 저녁 메뉴를 주문하고 고개를 돌려보니 메이저리그 경기가 한창이다. 1층 레스토랑은 BAR로도 이용되고 아침이 되면 조식을 먹을 수 있는 곳으로도 활용된다. 일단 로컬 비어를 주문하고 (맛은 별로 없었다 맹숭맹숭) 데리야키 소스로 샤워한 윙 몇 조각을 먹어본다. 맛은 뭐.. 그냥저냥.. 생존에 목적을 두자.
저녁도 간단히 먹고 호텔을 한 바퀴 둘러본다. 카메라 없이 그냥 휴대폰으로 막 찍은 사진들인데 느낌이 괜찮다. 이제 카메라는 필수가 아닌 것 같다. 두 편에 걸쳐 준비와 도착기만 다뤘는데 이제 다음 글부터 본격적인 캠핑카 여행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