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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킴 Lake Kim
Jun 29. 2021
영화를 보다가, 침대 위에 옆으로 누워 이불을 끌어 안고 눈물 흘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가, 줌아웃 되며 점점 작게 비춰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가, 텅 비어서 더 커 보이는 방에 비해 한없이 작고 가냘픈 모습으로 웅크려 있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다가, 눈물이 났다.
그보다 넓은 바깥 세상에 비하면 주인공의 전부를 차지한 슬픔 따위는 더욱 보잘것없어서, 그런 하찮은 것에 전부를 내준 듯 울어대는 모습이 우습기까지 해서, 그 모습에서 언젠가의 내 모습이 보여서, 눈물이 났다.
나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던 것처럼 나를 낳은 부모님에게도, 언젠가 내가 낳을 아이에게도,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그 사람이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이렇게 홀로 겪어내야만 하는 순간이 있었을 것이고 앞으로도 있을 거라 생각하니 인생이란 게 참 부질 없어 슬펐다.
우리는 왜 이렇게 살아야 하나. 왜 이렇게까지 살아내야 하나. 무엇이 우리를 힘들게 하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그러나 내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없고 무엇보다 나 자신조차 단 한 번도 그런 슬픔을 쉽게 보낸 적이 없다.
폭식으로도 혹은 폭식하듯 읽어내는 활자로도 치유되지 않아 괴로워 했고, 분출하고 침잠하기를 반복해도 언제나 응어리진 마음의 테두리만 빙빙 돌 뿐이었다.
마치 탄생과 함께 부여받은 운명의 구슬에 작은 슬픔의 조각이 박혀있었던 것만 같다. 마침내 조각이 사라진 줄 알고 살다보면 다시금 나타나 전부 착각이었음을 상기시켜준다.
그럼 나는 의례적으로 침대 위에 올라가 작은 무릎을 끌어 안고 가만히 흘러내리는 것을 느낀다. 그것이 눈물이든 내 인생을 지탱하는 기둥이든.
조각이 가진 힘에 휘둘리는 인생이란. 결국에 모든 인간은 이토록 작은 존재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우주의 가르침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