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모르는 신입 공무원 퇴사 이유

공무원으로 일하는 법(2)

by LaLa


신입 공무원들의 1~2년 차의 퇴사율은 거의 50%를 넘어간다. 특히 공무원 시험에 붙기가 어려워진 후로 아이러니하게도 퇴사율은 더 높아졌다.


어느 곳에나 마찬가지만, 특히나 할 일이 일정하게 정해져 있는 곳에서는 신입들이 일을 많이 한다. 신입들이 일을 좀 많이 하거니와 그게 뭐 억울한 일이겠소냐 싶을 수도 있다. 공무원의 특성상 막내들이 제일 일을 많이 한다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다.


누가 공무원은 칼퇴한다 그래?


내가 근무했던 곳이라고 다르지는 않았다. 신입들은 9시 10시까지 일을 하는 일이 많았다. 수기로 동의를 얻거나 걷어야 하는 자잘한 심부름이 많았고, 이런 일들은 전부 막내의 일이었다. 팀의 막내라면 다행인데, 부서의 막내가 되면 회계업무부터 시작해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인다.


공무원의 세계는 문서의 세계와도 같다. 어떤 일이 진행될 때 문서가 내려와서 문서로 작업하고 문서를 남겨놔야 한다. 전자결제가 존재해도 따로 종이로 제출해야 할 일도 많다.


거기에 때마다 찾아오는 불우이웃 돕기 성금, 크리스마스실 사기부터 시작해서 부서원들 생일, 간식 담당, 그리고 회식 장소 예약과 연락 관리까지. 그 외에 본래 담당하는 업무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분위기는 당연히 군대와 같다. 여자들의 세계는 더 고지식하다. 공무원을 하던 친척이 왜 이렇게 옷차림에 신경을 쓰나 했는데, 나 또한 이 세계에 들어와 보니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첫 번째 이유. 소문과 평판


얼마 전, 20대 공무원이 투신자살한 사건이 있었다.


<동두천시 20대 공무원 극단적 선택 배경>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092020255077513


명품 가방을 칼로 긁혔다며 의심을 받아 생겨난 일이었다.


공무원사회에서는 평판이 회사생활을 좌지우지한다. 공무원의 장점은 큰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잘릴 일이 없다지만, 반대로 말하면 나를 괴롭게 하는 그XX 도 잘리지 않는다는 일이다.


어느 회사에서나 작용을 하는 일들이지만, 공무원사회에서는 특히나 많이 사용되는 일이다.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나의 옷차림에 관심이 많고, 나의 머리에서 새치가 자라고 있음을 쑥덕거리고, 나의 살과 몸무게, 표정에 관심들이 많았다. 부부가 사이가 좋으면, 좋은 대로. 나쁘면 나쁜대로 소문이 돌았다. (사실 좋을수록 타깃이 되기 쉽다)


기본적으로 작은 섬마을로 출근을 한다고 생각하면 쉽다.

요즘 TV에서 한창 인기를 끌고 있는 <갯마을 차차차>를 보면 알 수 있다. 섬에 나타난 새로운 인물은 섬 전체에서 이목을 끈다. 물론 아름답게 표현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그리고 주인공이 의사 선생님이기 때문에 평온하고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만, 현실은 드라마가 아니다.


나 또한 다이어트 약을 사라고 종용당해서 사고, 녹즙 아주머니가 사정해서 몇 달 먹기로 한 아침마다 배달되는 녹즙을 받아먹는다고 눈총을 받고, 머리에 새치가 났는데 염색을 하지 않는다며 게으른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밥은 빨리 먹어도 혼나고, 늦게 먹어도 눈치를 본다. 혼자 먹어도 혼나고, 같이 먹어도 불편하다. 여자는 치마를 입어야 한다는 룰이 깨진 지 얼마 되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도 왜 치마를 입고 다니지 않냐고 내게 말하는 사람이 있었다. 사무실 실내화에 카카오톡 캐릭터가 있어서 한참을 혼나기도 했다.


공공기관, 그곳은 흔히 예민한 10대의 중고등학생 교실에서 일어날 법한 일들이 일어나는 곳이다. 반이 바뀌어도 소문이 따라다니는 곳.


나는 얼마 전 방연 된 TV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 상담소>에서 YG에서 힘들었던 공민지의 고민을 듣고 함께 공감했다. 매일 평가받고 그 평가가 벽보로 모두가 보는 곳에 붙여지는 일. 그런 일상이 공무원의 생활이라고 보면 된다. (다만, 그 평가는 험담이고 사석에서 이루어지는 담화가 주를 이룰 것이라는 것 과 나의 업무능력이 아닌 외적인 요소와 소문이 거의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환장할 노릇이다)


두 번째 이유. 악습의 대물림


자신의 몫을 챙기는 타입인 MZ세대에게 권위의식이 높은 공무원 세계에서 버티기는 힘들다. 자신을 희생하는 것에 특히나 신입이나 막내가 희생하고 피박 당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다. 물론, 요즘에는 많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시청과 같은 작은 단위의 공공기관들은 소위 '섬으로 이사 가는 것'과 같은 곳이 많다. 그곳의 이상하지만 자리 잡은 '그들의 만의 룰'이 있다.


나는 막내가 팀장(상사)에게 점심을 사야 한다는 룰이 있다는 한 공공기관(정확히 말하면 공기업)의 소식을 듣기도 했다. 물론, 처음 취지는 막내가 팀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상사가 점심시간을 배려해준다는 것에서 출발했을 것이다. (나의 추측) 하지만 이러한 전통으로 차를 대기해서 팀장을 모시고 나가 점심을 대접해야 한다는 점이 나는 아이러니했다.


공공기관에서 자리 잡은 상관들의 '대접받고 싶어 하는 마음' 이 불러오는 악습이 신입들이 그만두게 되는 일로 이어지지 않을까 싶다.


<대전시 9급 공무원의 극단적 선택 기사>

https://view.asiae.co.kr/article/2021100310184451712


1시간 전에 와서 물을 떠놓으라던가. 커피를 타놓으라 하는 것 또한 대접받고 싶어 하는 마음에서 불러오는 악습이다. 악습이라고 말한 이유는 그 일들이 '부당하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동안 다들 그렇게 해왔는데. 왜 너만 싫다고 하지?" 라며 특정지 어진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왜 너만 싫다고 하지? = 왜 너만 튈려고 하지?


하지만, 공무원의 특성상 "나는 미친놈이다. 건들지 마"라고 캐릭터를 잡기가 힘들다.

소문과 평판이 회사생활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나의 학창 시절, 소위 말하는 '은따'인 친구가 있었다. 우리 반이 아니어서 그녀가 왜 따돌림을 당했는지 모르겠지만, 우리 반 반장과 친해서 내가 다니는 동네 독서실에 함께 다녔었다. 그녀는 우리 학교에서 잘 배정되지 않는 고등학교를 지원해서 가게 되었다. 독서실이 끝나면 독서실 사장님이 봉고로 집앞에 내려주었는데, 우리는 같은 봉고안에서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녀는 고등학교 배정을 받고 나서 나에게 "이제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라면서 그동안 자신을 따라다녔던 소문 때문에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토로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나는 그제야 왜 아무도 잘 지원하지 않는 고등학교를 지원했는지 알게 되었다. 일부러 아무도 지원하지 않는 학교로 1 지망을 써서 새롭게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을 꺼라면서 설레 하는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고 2가 되기 전 그녀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자퇴'를 했다.

우리 반 반장과 나이가 들어서도 옆집에 나란히 살겠다던 얘기를 웃으면서 하던 그녀의 분위기와는 많이 달랐다. 나는 그녀가 새로운 학교에 가서도 힘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후에 안 일이지만, 소문이 새로 진학한 고등학교까지 따라와 새롭게 친구 사귀기가 힘들었다고 했다.


단위가 작을수록, 사생활에 대한 질문은 많을 것이다. 대답이 많아질수록 소문은 많아질 것이다. 불안감이 많은 집단에 들어가면, 질문이 많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정보를 바탕으로 그 사람이 위협적인지 아닌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번 찍히면 말이 계속해서 나오는 곳이다. 악법도 법이다. 라는 말이 통용되는 곳. 그래서 '섬' 같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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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tvn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 나오는 '홍반장'처럼 '서울대(고학력)'과 수많은 자격증 보유 능력을 가졌지만, 최저 시급만 받고 여기저기 부르면 달려가서 온갖 일을 다 도와주는 오지랖과 동네 사람들을 다 챙겨줄 능력치와 성격을 가졌다면,


당신은 공무원에 잘 맞는 사람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는 법 글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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