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ul 89 #7 : New York
♫ Howlin' Wolf - Smokestack Lightnin'
뉴욕에선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돌아다녔다. 긴장감, 화려함, 바쁜 행인들. 그 에너지에 홀린듯 매일 밤낮으로 거리를 활보하며 끊임없이 걸었다. 이곳에 오기 전 시카고에 잠시 방문하여 휴식을 취하고 무거운 캐리어를 두고 와 마음이 한 결 가벼워 진 덕도 있었다. 4박 5일 일정을 끝으로 돌아갈 곳이 있다는 생각에 시간과 건강의 압박 또한 없었다. '마음 놓고, 마음 껏 누벼보자.'
뉴욕 지하철 출구를 나오자마자 처음 마주한 광경은 대로를 빼곡히 채운 차량들과 노랑 택시. MoMA 미술관으로 향하는 동안 서부와 사뭇 다른 분위기에 사방팔방으로 고개를 기웃거렸다.
MoMA에서 처음으로 놀랐던 건 작품도, 인테리어도 아닌 우연히 누군가 지나간 자리에서 풍긴 향이었다. 우아하고 감각적인 블랙 드레스가 떠오르는 향. 그래서일까, 빽빽한 교통체증에도 불구하고 뉴욕의 첫인상은 고급진 무대의 이미지로 남아있다.
[Gallery] MoMA New York
야간 페리를 끊었다. 예상대로 10월의 2시간 남짓 되는 페리행은 추웠다. 관람을 마치고 숙소까지 30분가량 걸어갔는데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다.
아침 일찍 제퍼슨 마켓 도서관 방문으로 시작. 소호 거리, Financial District의 오큘러스, 황소동상 등 랜드마크 6곳을 찍고 브루클린 브릿지를 건너 덤보와 선셋 감상 후 다시 페리를 타고 돌아와 써밋 전망대에서 야경을 즐기고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타임스퀘어와 브로드웨이를 구경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긴 말이 필요없었다. 뉴욕이니까.
[Gallery] Financial District , Jefferson Market Library
뉴욕 공립 도서관 도슨트 투어 후 늦은 오후가 되어 다시 거리를 활보하였다. 이 날은 도서관 투어가 메인이었다. [Brunch] [북트립] 뉴욕 공립 도서관
전날 타임스퀘어를 오래 둘러보지 못해 남았던 아쉬움을 채웠다. 타임스퀘어는 길을 걷다 아무나 붙잡고 술 한잔 기울이고 싶게 만드는 곳이다. 거리 전체가 취한듯한 환상의 공간.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한 외국인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지 물었다. "그럼요." 그는 매일 보는 광경이라 감흥이 없다고 하고선 횡단보도로 사라졌다.
취기가 도는 거리를 과도하게 거닌 탓인지, 아침부터 센트럴파크에서 산책을 하는 일정이 숙취해소하는 기분이었다.
이윽고 오전부터 저녁까지 내내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머물렀다. 미술관은 작품 구경도 흥미롭지만 관람객을 구경하는 즐거움도 있다.(@Post)
현대미술이 취향껏 맛을 보는 느낌이라면 역사가 있는 미술은 그 기운을 경험하는 느낌이다. 패인팅이나 난해한 조형물들과 달리, 시대 재현의 공간과 입체적인 조각상을 보니 넋을 놓고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물론 이곳도 현대미술을 전시한다).
가장 흥미로웠던 섹션은 Arms and Armor. 갑옷과 무기에 매력을 느끼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겠냐만은.
전쟁터에 나간다면 무엇이 가장 중요할까? 기세다. 정교한 패턴으로 도금된 문양과 장식, 위압감을 주는 형상, 유연한 움직임을 위해 금속을 겹겹이 엮은 디테일, 위상을 돋우는 비문. 어떤 흉갑엔 "예수께서 그들 가운데로 지나가셨다" 라는 성경 문구가 적혀있었다.
메트로폴리탄은 해가 저문 시간의 분위기가 매력적이다.
[Gallery] Metropolitan
시카고로 돌아가는 비행기를 타기 전, 첼시마켓과 브라이언트 공원을 방문했다. 첼시마켓은 특별할 게 없었고, 브라이언트 공원은 뉴욕의 일상 그 자체였다.
[Gallery] New York
서부 여정을 돌아보면 마음의 여유와 도시마다의 템포가 글에서도 묻어나는 것 같다. 뉴욕에서 사유를 한 곳은 도서관과 미술관 정도였다. 생각을 덜어낸 2024년의 나에게 칭찬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