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으로 시작하는 새벽

하루에도 수십 번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엄마의 마음 챙김

by lalageulp

화가 나는 순간들이 너무 많아 일기장을 감정 쓰레기통으로 사용하 던 때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때의 부정적인 감정을 말로 내뱉기보다 훨씬 나은 방법이었지만 펼쳐보지 않아도 스멀스멀 어둠의 기운이 흘러나올 것만 같은 일기장을 나중에 다시 들춰 봤을 때는 괜히 그 마음이 지금까지 남아 있는 거 같아 썩 기분이 좋지 않더군요.


반성문을 쓰던 날들도 참 많았습니다. 안 그래야지 하면서 오늘도 아이에게 소리 지르고 나무란 뒤 '하~ 그 순간에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속으로 후회한 적이 셀 수 없이 많아 부끄러울 정도입니다. 한 육아 전문가는 절대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중에 하나가 그러고 나서 잠자는 아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속으로 미안해하는 것이라며 애초에 그런 행동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하죠.

그렇지만 엄마도 엄마가 처음인지라 나 하나도 버텨내기 힘든데 이 작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이 참 많이 버거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타 지역에 계신 부모님께 괜히 투정 부리기가 뭐 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진 못하고 그나마 일기를 통해 솔직하게 써 내려간 텍스트들이 나를 위로해 주고, 진정시켜 주는 친정엄마와 같은 존재가 되어 주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남편과의 관계와 나를 지켜내는 일까지 세상은 참 늘 숙제와 도전을 주는 일상의 반복입니다. 그 속에서 나름의 최선을 다하지만 만족스럽지 않은 날들이 훨씬 많기에 좌절과 실망감은 순식간에 나를 어둠 속으로 집어삼켰습니다. 그러면 그 우울한 감정으로 꾹꾹 눌러쓴 예쁘지 않은 단어들과 함께 더듬거리며 한 발짝씩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거 같습니다.




간혹 아이 엄마들과 얘기를 나누다 보면 글쓰기를 통해 육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마음이 차분해지고, 동시에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게 되는데 도통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 거지 싶다가도 글 쓰는 시간이 되면 그제야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럴 때 생각해 본 것이 '과연 한 아이를 잘 키워내기 위해서는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무엇일까?'라는 겁니다.

여러 정답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엄마의 불안과 부정적인 감정이 아이에게 흘러 들어가지 않도록 하는 것, 그것이 내가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해 줄 수는 없지만 정서적 빈곤을 주지 않는 방법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내 '의지'와 '행동'으로 가능한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미안함으로 끝내는 하루의 기록이 아니라 아이를 향한 새로운 마음으로 시작하는 기록을 쓰기로 했습니다. 매일아침 나에게 거는 최면이자 주술로 텍스트의 힘을 빌려 미래의 내가 나중에 후회하지 않게 현재의 나에게 주는 메시지로 말이죠.


이는 매일 새벽 눈을 뜨고 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쓰는 기록이기도 합니다.

비몽사몽인 와중에 무의식에 각인을 남기기 위한 것으로 오늘 하루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행동'과 '마음가짐'을 메모장에 적습니다.


- 내 기준이 흔들리지 않아야, 아이의 기준도 흔들리지 않는다.

- 아이의 꽃길은 엄마라는 정원사가 만들어 주는 길이다.

- 오늘도 우리 아이가 얼마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하고, 놀라운 하루를 열자.

-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행동에 결과를 남긴다.

- 포옹과 사랑으로 하루를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하자.


그 외에도 마음속에서 그때그때 떠오르는 아이를 위한 소소하지만 필요한 지침들을 채워 나가고,

노트의 제목도 적어 넣습니다.

바르고 사랑으로 키우기 위한 엄마의 다짐노트

그렇게 탄생한 '엄마의 다짐 노트'는 매일 기록의 시작이 되었습니다.

더 이상 예쁘지 않은 뾰족한 글들이 아닌 의식적으로 좋은 단어들을 골라 잘 배열해 주었습니다.

새벽에 가장 먼저 꺼내 마음에 새긴 글들은 마치 정말 그렇게 해야 하는 것처럼 하루를 조금씩 다듬어 주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말이 주는 힘만큼이나 텍스트가 주는 힘은 놀라울 정도로 커서 나도 모르는 사이 무의식에 자리 잡게 됩니다. 좋은 글은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는 흩어지게 하고, 긍정적 감정의 샘물은 조용히 차오르게 했습니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나와 같은 엄마라면 따뜻하고 좋은 글을 더 많이 쓰길 권합니다. 그 기록은 오늘을 살아가는 당신의 하루를 다정하고 단단하게 이끌어 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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