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을 핑계 삼아 혼자 거닐었다. 그날 밤은 유난히 사람도 없었다. 심하게 추운 날들이 계속되다가 살짝 추위가 풀릴 때가 있다. 깊이 접혀있는 두꺼운 패딩을 꺼내기가 버거워, 쉽게 손이 닿은 조금은 얇은 패딩을 입었는데, 신기하게도 그날은 춥지 않았다. 추위에 민감한 체질의 내가 그렇게 느낄 정도니 한겨울 밤 치고는 꽤나 춥지 않았던 듯하다.
어떤 생각을 꺼내어 만지작거릴까. 아무도 없는 고요한 밤. 그 위를 소란하게 걸었다. 소란하게. 나의 마음들은 자꾸만 소란소란 움직여댔다. 지나온 나의 삶, 시련, 내가 버텨온 고통과 외로움들, 그리고 나의 인연이 아니었던 스쳐간 수많은 사람들. 지겹도록 곱씹은 여러 가지 고민과 슬픔들. 그것들을 그저 그 고요한 길 위에 하나하나 툭, 떨어트리며 걸었다. 걷고 또 걸었다.
이 아이들을 떨어트려 놓고 사뿐히 즈려밟으며 걷다 보면, 그것들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그것이 무엇이든, 처절하거나 처량했던 무엇인가를 되돌아볼 때면 나는 작게 몸을 떨었다. 그래도 괜찮아. 공지영 작가님의 책 제목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행복하자. 행복하자. 행복할 거다. 그렇게 마음 깃을 여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