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라류 May 17. 2023

더뜨아 vs 얼죽아

더워 죽어도 따뜻한 아메리카노

나는 더뜨아(더워 죽어도 따뜻한 아메리카노)일까?

 

5월, 날씨가 여름의 언저리 문 앞까지 왔다.

이 계절은 우리에게 또는 나에게, 고민 한 가지를  더 던져준다.  

바로  따아(따뜻한 아메리카노), 아아(아이스아메리카노)냐 그것이 문제로다!


이 고민이라 함은 탕수육을 먹을 때 탕수육 소스를 부어먹느냐, 찍어먹느냐 , 즉 부먹 이냐 찍먹 인가에 대한 뜨거운 논쟁과 개인의 취향이 갈리는 것에 비하면 가벼이 선택할 수 있는 즐거운 고민이 아닌가 싶다.

( TMI겠지만, 나는 찍먹파이자 민초단이다)


아침 출근길 회사 근처 카페에 들러 매일 메뉴를 고민하는 사람, 바로 나예요. 나. 


커피를 하루에 오전에 한잔 오후에 한잔 또는 두 잔을 꼭 매일 마시는 나로선 운전하는 경우나 정말 한여름 더위에 목이 말라 쓰러질 거 같은 날을 제외하고선,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는 편이다. 뜨겁고 진한 커피를 후후 불어 마시씁쓸한 한 모금 뒤에 목 뒤에서부터 잔잔히 올라오는 캐러멜 향이 퍼지는 커피를 좋아한다. 그리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셔야 그 속에 녹아 있는 카페인이 나의 내장 구석구석 온몸 곳곳에 흡수되어 밤새 잠자던 세포를 깨워주는 것만 같다.

얼음이 든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커피가 아닌 그냥 시원한 누룽지 숭늉물을 마시는 기분이랄까.


그래서일까, 더운 날이라도 나는 따뜻한 커피를 더 선호한다.

그래서일까, 한겨울 영하의 온도에서도 길거리에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젊은 친구들을 볼 때면 그들의 취향을 이해할 수 없음이 온몸의 소름으로 표현되기도 한다.

(추워서 소름이 돋았을 것이다! 아마도)


그럼 나는 더뜨아일까?!


혹자는 따아와 아아의 취향 차이를 나이와 세대로 구분하기도 한다. 젊을수록 아아를 마시고, 나이 든 사람일수록 따아를 마신다고 하는데,  이것이 통계청의 정확한 통계도 아니요, 식품업계 논문에 발표된 자료도 아니요, 그저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눈대중으로 말하는 '카더라'통신의 통계인데도 불구하고 때론 그 대중들의 시선이 정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주변의 지인들, 내 나이 또래는 대부분 따뜻한 커피를 선호하고, 직장의 젊은 후배들을 볼 때면 대부분 아이스아메리카노를 마시더라고.


한 번은 물어봤다.  젊은 친구들에게.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얼죽아파인 젊은 친구들에게 그렇게 추운 날에도 손을 호호 불어가며 아아를 마시는 이유를.


의외로 이유는 간단했다.


그저 들고 다니면서 마시기 편해서란다. 뜨거운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서 마시게 되면 불편하기도 하고 손에 흐르면 뜨겁기도 하고 무엇보다 물 대신 마신다고도 했다. 얼음이 녹으면 시원한  물처럼 마신다고...


아... 이 묘하게 설득력 있는 젊은 친구들의 이유에  잠시 내 취향마저 흔들릴 뻔했네.


물론 이또한 그 젊은 후배의 개인적 의견이며 취향이라 다들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설득력은 충분히 있었다. 하긴 뜨거운 커피는 식으면 별 맛이 없으니 차라리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루종일 조금씩 마시면 천천히 물처럼도 마실 수 있으니, 젊은 친구들의  취향이 합리적으로도 느껴진다.


원칙은 없다. 영원한 취향도 없다. 영원한 입맛도 없다.

변하 나름이다. 시기마다 계절마다 때론 그날의 나의 컨디션에 따라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마시기도 하고,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기도 하지.


그저 '더뜨아''얼죽아'냐 이분법적인 취향을 나누기보다, 나의 첫 발행글 "라떼는 말이야"에서와 같이, 이름도 어렵고 종류도 다양하며 밥 한 끼의 가격을 훌쩍 넘는 이 커피의 전성시대인 지금, 오늘 이 계절을 즐기련다.


https://brunch.co.kr/@lalaryu/20



 


매거진의 이전글 난 원래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