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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와 조카의 애틋한 사랑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이모,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조카

by 행복수집가

수지는 지금 3월 새 학기 시작 전 일주일 동안 방학이다.


마침 월요일은 내 동생이 쉬는 날이라 수지를 보러 온다고 했다. 방학중인 수지와 놀아준다고.


내가 와달라 말하기도 전에, 조카가 보고 싶어서 자기 쉬는 날 선뜻 와준다고 말하는 동생이 고마웠다.


내 동생은 나랑도 아주 친한데 수지와도 매우 각별하다. 수지는 이모를 무척 좋아한다. 내 생각에 엄마 아빠 다음으로 이모를 제일 좋아하는 것 같다.


이모는 수지랑 있는 동안 정말 다른 거 아무것도 안 하고 오로지 수지와 노는 것에만 집중한다. 수지가 해달라는 거 다 해주면서 놀아주는데, 한 번도 지친 기색을 보이거나 피곤해한 적이 없다.


노는 내내 얼굴에 웃음을 띠고 있다. 수지를 만나서 수지랑 헤어지는 시간까지 항상 웃고 있다. 오히려 엄마인 나는 수지랑 놀다가 지치면 '수지야 엄마 이제 그만할래. 엄마 좀 쉬어야겠어'라고 말하는데 이모는 그런 게 전혀 없다.


수지가 놀이를 멈추지 않으면 계속할 것처럼 잘 놀아준다.


그리고 놀 때도 수지 시선에 잘 맞춰주며 즐겁게 반응하고 적극적으로 상호작용한다. 내가 봐도 이모는 최고다.


그러니 수지가 이모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

23년의 어느 가을날, 이모랑 수지




이모가 오기로 한 날 아침부터 수지는 '이모 언제 와? 지금 자고 있어? 일어났어? 밥 먹고 있어? 씻고 있어? 화장하고 있어?' 하며 계속 물어봤다. 이모가 언제 오는지, 지금 뭐 하고 있는지 30분마다 한 번씩 물어본 것 같다.


이렇게 묻는 수지가 귀찮지 않았다.

이모를 간절히 기다리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수지가 하도 기다리니, 나도 덩달아 간절히 기다리게 되었다.


그리고 동생에게 연락했다. 수지가 이렇게 간절히 기다리니 좀 더 일찍 와도 된다고.


내 동생은 너무 귀엽다며 웃었다.


수지는 이 날, 이모를 기다리는 것에만 온 신경을 집중하고 다른 것은 잘하지도 않았다. 이 날 수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모를 기다리는 것이었고, 이모를 만나는 것이었다. 어떤 놀이를 해도 시큰둥하고, 평소처럼 열심히 놀지도 않았다. 이모만 기다리며 뒹굴 거리는 수지가 정말 귀여웠다. 이모가 없으니 다 재미없어하는 것 같았다.


정말 기다리다 목 빠진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리고 이렇게 간절히 기다린 이모가 드디어 우리 집에 온 순간! 수지의 얼굴엔 웃음꽃이 환하게 피었고 내 동생도 수지를 보고 "아 귀여워! 뚜지뚜지!" 소리를 지르며 발을 동동 굴렀다. 둘 다 정말 귀엽다.


이모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수지는 열정적으로 놀이를 시작했다. 이모랑 놀고 싶은 장난감을 다 꺼내오고 자랑하고 싶은 장난감도 다 가져왔다. 귀한 손님에게 이것저것 좋은 것으로 대접하고 싶은 집주인처럼, 자기가 갖고 있는 것 중에 좋은 것은 다 꺼내서 이모 앞에 가져다 놓았다.


내 동생은 그런 수지를 귀여워하며 수지가 하는 모든 행동과 말 하나하나에 다정하게 반응해 주었다.


수지가 이모랑 한 놀이 중에 가장 오래 했던 것은 시크릿주주 노트북으로 이모랑 채팅을 한 것이다.

키보드를 타닥타닥 치면서 입으로 내용을 말하는데 어찌나 귀여운지 보는 내내 웃음이 나왔다.


이모 : 수지야 집에 초대해 줘서 고마워.

수지 : 응. 우리 집에 와줘서 고마워.

이모 : 응 좋아, 우리 다음에 또 만나.

수지 : 응 우리 다음 주에 또 만나. 내가 초대할게.

이모 : 응 좋아!

수지 : 난 이모가 제일 좋아.

이모 : 나도 수지가 제일 좋아.

수지, 이모 : 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이렇게 사랑스러운 두 사람을 보고 있으니 정말 행복했다.


수지는 한참 동안 이모랑 이렇게 놀았다.




내 동생은 우리 집에서 저녁도 먹고, 그 후에도 한참 더 놀아주다가 저녁 8시쯤 돼서 집으로 돌아갔다.


보통은 저녁 먹고 바로 갔었는데, 이 날은 더 오래 있었다. 그래서 혹시 피곤하지 않을까 내심 걱정이 돼서 가도 된다고 했더니 더 있다 갈 거라고 했다.


더 있다 간다고 말하는 동생의 표정은 여전히 밝았다. 억지로 있는 모습이 아니었다. 그래서 나도 마음을 놓고 더 같이 있었다.


동생은 돌아가는 시간까지 수지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여전히 이 사랑이 가득한 눈빛으로 수지를 바라보며 놀아주었다. 동생의 눈에서 하트가 보였다. 그걸 나도 느끼는데 수지는 가까이서 그 사랑스러운 눈빛을 직접 받으니, 그 사랑을 더 크게 느꼈을 것이다.


아무리 조카라도 몇 시간을 쉬지 않고 계속 놀아주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동생은 지친 기색 하나도 없이 잘 놀아줬다. 정말 고마웠다. 이건 진짜 사랑이다.


동생이 집으로 돌아가고 나서 카톡을 보냈다.

오늘 잘 놀아줘서 고맙다고, 이모가 최고라고.


그리고 동생은 나에게 이렇게 카톡을 보냈다.


수지랑 놀고 와서 기분이 너무너무 좋당(하트)
겸둥이 보고 힐링(하트)
너무 귀여운 우리 뚜지(하트)
수지가 있어서 행복해요(하트하트하트하트)


동생의 이 메시지를 보고 무척 감동받았다. 정말 사랑이구나.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하다 못해 넘치는 것 같다. 이 사랑은 나에게도 전해진다.


아이랑 놀고 나면 내 에너지가 아이에게 가는 것 같아 빨리 피곤해지는 게 보통인데, 내 동생은 오히려 에너지를 더 얻고 기분이 한껏 좋아졌다. 수지에게 에너지를 뺏긴 게 아니라 수지에게서 기분 좋은 에너지를 가득 충전했다.


하긴, 우리 수지가 좀 많이 귀엽긴 하다. 옆에 있으면 웃을 일이 많고 '너무 귀여워, 아 이뻐!' 란 말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사랑스러움을 온몸에 다 바르고 있는 것 같은 우리 수지. 수지는 이 사랑스러운 기운을 주변에도 마구 퍼뜨린다.


그래서 수지 주변엔 항상 하트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다. 나도 수지 옆에서 날마다 행복을 느낀다.


늘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힘을 수지가 충전해 준다.

나의 힘이 떨어지지 않게, 수지가 늘 내 옆에서 웃음과 행복을 전해준다.


아이가 가진 사랑스러운 힘이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 이런 아이 옆에 있을 수 있어 정말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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