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 방학에는 남편이 4일 동안 아이를 돌보고, 나는 하루만 연차를 냈다. 덕분에 이번 방학은 남편과 아이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방학이 아닌 평소에는 주로 내가 수지를 하원시켰고, 주말에도 남편은 출근하는 경우가 많아 수지와 나, 둘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았다. 그런데 이번 방학에는 남편이 그동안 아이와 함께하지 못한 시간을 보상이라도 하듯, 수지와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다.
나는 회사에 있다 보니, 둘이 뭘 하고 있을지 괜히 궁금했다. 그래도 둘의 좋은 시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어디서 뭐하는지 꼬치꼬치 묻지는 않았다.
그런데 내가 묻지도 않았는데, 남편이 먼저 수지와 뭘 하고 있는지 사진을 찍어 보내주었다. 수지 사진과 함께 짤막하게 써준 메시지가 참 반가웠다.
나는 수지 사진을 찍을 때 배경이나 구도를 신경 써서 나름 이쁘게(?) 찍는 편인데, 남편은 그런 건 전혀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막 찍은 사진이었다. 그래도 그 사진들 속에는 수지를 향한 남편의 애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부녀를 보니, 내 마음도 흐뭇하고 편안했다.
내가 묻지 않아도 먼저 사진을 보내주는 남편이 참 다정하게 느껴졌다. 그냥 막 찍은 사진 한 장에 짤막한 멘트 한 줄이었지만, 그 안에는 남편의 따뜻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두 사람과 함께 하지 못해 조금 아쉽긴 했지만, 행복해 보이는 모습만으로도 참 좋았다.
이런 행복을 전해주는 남편이 고마웠다. 이 또한 무심하게 그냥 지나치지 않는 세심함에서 나온 행동이란 생각이 들었다.
연락 한 번 하는 게 별거 아니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건 상대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으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귀찮게 여기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아무 연락 없이 그냥 지나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래서 남편이 아이 사진을 보내주는 그 연락이, 비록 내가 함께 있지는 않지만 나를 생각해 주는 마음 같아서 더 고맙게 느껴졌다. 이런 작은 고마움들이 쌓여 남편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더욱 깊어져 간다.
작은 배려와, 사소한 관심이 절대 작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낀다. 모든 큰 일은 작은 것에서 시작되며, 사랑과 믿음 또한 작은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이 작은 마음 하나하나를 소중히 여기며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