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남편이 아버님 휴대폰을 수리하러 삼성매장에 갔다가, 새로 나온 플립폰을 보고 돌아와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플립폰이 정말 예쁘다고.
우리 부부는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아이폰만 써오고 있는데, 남편이 다음번엔 삼성폰으로 바꿀 거라고 했다. 아이폰을 더 좋아하는 나는 남편의 말에 크게 반응하지 않고 그렇게 이뻤냐고 물었다. 남편은 내 시큰둥한 반응에도 개의치 않고 플립폰이 실제로 보면 정말 예쁘다며 나도 보면 좋아할 거라고 했다.
나는 플립폰을 실물로 봐도, 왠지 아이폰을 더 선호할 것 같긴 하지만 남편이 하도 이쁘다고 하니 다음에 같이 가서 보기로 했다. 그리고 남편에게 플립폰 살 거냐고 물었더니 하는 말.
"폰은 너랑 같이 바꿀 거야."
폰은 자기 혼자 안 바꾸고 꼭 나랑 같이 바꾸겠단다.
지금까지 우리는 폰을 바꿀 때마다 항상 함께 바꿨다면서, 폰은 꼭 같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다 보니 우리는 연애할 때부터 같은 폰만 써왔다.
폰을 바꿀 때도 늘 같은 날에 같은 폰으로 함께 샀다.
특별한 의미를 두고 그런 건 아니었지만,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고 남편은 거기에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우리 부부는 폰을 같이 바꾼다'는.
그런 남편이 조금 귀여웠다.
그리고 내가 물었다.
"그런데 내가 만약에 플립폰을 봐도 안 바꾸고 싶으면 어떡해? 계속 아이폰 쓰고 싶으면?"
"그러면 안 바꿔."
내 물음에 남편은 바로 안 산다고 했다. 플립폰이 예쁘다며, 이제는 삼성폰 쓸 거라고 당장이라도 바꿀 것처럼 말하더니 내가 안 사면 자기도 안 사겠단다. 그 말에 나는 또 웃음이 나왔다.
폰을 바꾸고 싶어도 나와 함께 바꿔야 한다며, 내가 안사면 자기도 안 사겠다는 남편. 괜히 고집부리는 아이 같기도 하고, 괜한 것에 의미를 두는 것 같기도 한데 그 모습이 왠지 귀여웠다.
남편과 연애하기 전, 그냥 알고 지낸 시간까지 합치면 우리 인연은 벌써 17년째다. 꽤 긴 시간이다. 이 시간 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고,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다.
우리는 부부가 되고 부모가 되면서 이전보다 한층 더 성장했다.
하지만 아직도 철들지 않은 어린아이 같은 면이 남아 있다. 그런 모습이 오히려 서로의 사랑스러움을 지켜주고, 더 많이 웃게 해주는 것 같다.
너무 어른스럽고 진지하기 한 것보다, 이런 철들지 않은 면이 우리 사이를 더 가깝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앞으로 나이가 들어도,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서로에게 계속 남아있길 바란다.
다음에 폰을 언제 바꿀지는 모르겠다. 지금 쓰는 폰이 아직 멀쩡하고, 만족스러워서 한동안은 바꿀 일이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언젠가 바꾸게 된다면, 남편과 커플폰으로 함께 쓸 것이다. 삼성폰이 될지 아이폰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우리는 같은 폰을 쓸 거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