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는 수지의 방학이다.
맞벌이인 우리 부부는 서로 시간을 조율하며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남편이 방학을 앞두고 미리 오프를 신청해 둔 덕분에, 나는 방학 기간에 하루 연차를 냈고 남편이 4일 동안 수지와 함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데 본격적인 수지 방학이 시작되는 월요일 아침, 남편이 감기몸살 기운을 보였다. 토요일에 야간근무를 하고 일요일 아침에 퇴근했는데, 제대로 쉬지 못해서 그런지 몸에 무리가 온 듯했다.
원래 남편은 이 날 하루 종일 수지를 돌볼 계획이었지만, 몸 상태가 좋지 않아서 나에게 육아시간을 써서 4시에 와줄 수 있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그러겠다고 했다. 남편에게는 병원에 꼭 다녀오라고 당부하고, 편치 않은 마음으로 출근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남편에게 전화를 했다. 남편은 병원에 다녀왔고, 수지가 책 사고 싶다고 해서 서점에 갔다가 밥 먹으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남편은 몸이 좋지 않은 와중에도 수지가 하자는 대로 해주려고 애쓰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남편에게 무리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내가 곧 갈 테니 조금만 더 힘내라고 했다. 남편도 나에게 힘내라고 말해줬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응원하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마음에 따뜻한 온기가 남았다. 아픈 몸으로도 아이를 책임지려 애쓰는 남편의 모습이 안쓰럽기도 하고 고마웠다. 그리고 자기 몸이 힘든 상황에서도, 오히려 회사에 있는 나에게 힘내라고 응원해 주는 그 마음이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내가 4시에 퇴근하고 집에 갔을 때 남편은 힘없이 누워 있었다. 모든 힘을 다 쏟고 난 최후의 모습 같았다.
점심을 먹고 난 뒤, 오후엔 수지가 집 앞 물놀이 공원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그때 정말 쓰러질 것 같았다고 남편이 말했다. 그래도 남편은 꾸역꾸역 참아가며 버텼고, 수지가 좀처럼 집에 가려고 하지 않자 몇 번이나 가자고 사정해서 겨우 들어왔다고 했다.
나는 남편에게 너무 고생했다고, 이제 좀 쉬라고 했다.
그제야 남편은 침대로 가서 누웠다.
수지는 힘들었을 텐데도 잘 놀아준 아빠 덕분에 무척 즐거운 하루를 보낸 것 같았다. 수지는 저녁 내내 기분이 좋았다. 남편은 아픈 몸을 이끌고도 수지가 먹고 싶다는 파스타를 먹으러 갔고, 수지가 좋아하는 크리스피 도넛도 사줬다. 그리고 집 앞 공원에서 물놀이를 하고 싶어 하는 수지를 실컷 놀게 해 준 뒤에야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 사랑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다.
남편은 그렇게 몸이 힘든데도 불평 한마디 없이, 짜증 내지 않고 아이를 끝까지 돌봤다. 내가 집에 와서야 비로소 한시름 놓는 모습을 보며, 나를 의지하는 남편에게 내가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게 새삼 뿌듯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분명 서로에게 큰 힘이 되는 존재다. 그 생각에 마음 한켠이 뭉클해졌다.
'세상에 내 편이란 게 이런 거구나' 하는 마음이 든다.
서로 믿고, 의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사이.
남편은 나에게 참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다.
아이의 방학처럼 서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일수록, 서로를 믿고 의지하는 마음이 더 단단해지는 것 같다. 결혼 후 지금까지 가정에 크고 작은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우리는 협력했고, 그 과정 속에서 우리 마음도 한층 더 성숙해진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 부부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며, 든든한 응원꾼이 되어 함께 걸어가길 바란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서로의 곁을 지켜주는 그런 존재로 남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