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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생일날 주고받은 말, '사랑해'

생일날의 큰 선물

by 행복수집가

지난 8월 28일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이와 나는 큰소리로 "생일 축하해!"를 외치며 하루를 시작했다. 출근준비로 드라이기로 머리를 말리고 있던 남편은 우리 목소리에 깜짝 놀란 듯 웃으며 "고마워"라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제일 먼저 한 말이 "생일 축하해" 라니, 왠지 마음이 따뜻해지고 좋았다.


친정엄마는 사위 생일이라고 용돈도 보내주시고, 우리 가족 단톡방에도 "박서방 생일 축하해!"라고 메시지도 올려주셨다. 남편에게는 따로 '생일 축하한다'라고 개인 톡까지 보내주셨는데 세심하게 챙겨주는 마음이 느껴져 참 감사했다.


나는 남편에게 "사랑받는 사위일세"라고 메시지를 보냈고 남편은 '맞아. 행복한 사람이지'라고 답했다.


짧은 한마디였지만, 평소 크게 표현하지 않는 남편의 마음속 고마움과 행복이 충분히 느껴졌다.




그날은 퇴근길에 미리 예약해 둔 케이크를 찾아들고, 수지를 하원하러 갔다. 수지는 내 손에 들려 있는 케이크를 보고 자기가 좋아하는 케이크라며 좋아했다.


생일 주인공은 아빠인데, 수지는 마치 자기 생일인 것처럼 좋아한다. 수지가 태어나고 나서는 사실 누가 생일 주인공인지가 크게 중요하지 않게 됐다. 누구의 생일이든 그날은 수지가 주인공이 된다. 그래도 좋다. 우리에게 가장 큰 선물인 수지가 즐거워하니, 그걸로 충분히 행복하다.


나는 수지에게 "오늘 아빠 생일이니까 좀 있다 아빠 오면 생일 축하해 주자"라고 말했다. 수지는 알겠다며 촛불은 자기가 끌 거라고 했다. 아빠 생일을 축하해 주는 것보다, 케이크에 촛불을 불 생각에 신난 수지가 마냥 귀여웠다.


집에서 잠시 기다리니,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왔다.

생일 주인공인 남편이 오자 평소보다 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우리 가족은 케이크를 가운데 두고 한자리에 모였다. 어느새 케이크 위에는 기다란 4개의 초가 꽂혔다. 남편이 23살 일 때 처음 봤는데, 벌써 40살이 되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이렇게 부부가 되어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 남편이 내 옆에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하고 감사하게 느껴졌다.


나는 진심을 다해 생일 축하 노래를 불렀다. 남편이 태어나줘서, 나와 결혼해 줘서, 그리고 수지 아빠가 되어줘서 고마운 마음을 가득 담아 축하했다.


생일 축하 노래가 끝나자, 수지는 온 힘을 다해 '후후' 불며 촛불을 껐다. 그렇게 우리의 짧고 소박한 파티는 마무리되었고, 케이크를 맛있게 먹었다.




나는 남편에게 손편지와 작은 선물을 건넸다. 케이크를 다 먹고 나서 남편이 내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남편은 읽으면서 혼잣말로 '그래, 맞아'라고 중얼거렸고, 그 모습에 괜히 웃음이 났다.


편지 마지막에는 '항상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라고 적었는데 남편은 편지를 다 읽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나도 사랑해"


순간, 남편에게서 '사랑해'라는 말을 직접 들은 게 너무 오랜만이라는 것을 깨닫고 괜히 쑥스러웠다. 갑자기 고백을 받은 것처럼 부끄러워진 나는 남편 눈도 못 쳐다보고 "구랭"이라고 이상하게 대답했다.


말로 사랑한다고 하지 않아도 늘 그 마음을 표현해 주는 남편이 이서, 사랑받고 있음을 자주 느끼고 있었는데 이렇게 직접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니 괜히 낯설고 쑥스러웠다.


생각해 보니 우리 부부는 서로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자주 하진 않았다. 아이에게는 늘 사랑한다고 말했는지만, 우리끼리는 그 말을 잘하진 않았다.


그런데 생일이라는 이유로 편지에 사랑한다고 적고, 또 직접 그 말을 들을 수 있어서 '이게 바로 생일날의 큰 선물이구나' 하고 느꼈다.


늘 마음속에 있는 말이지만, 평소에는 잘하지 못했던 '사랑해'라는 말을 전할 수 있어 감사하고 행복했다. 평소에 자주 하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특별한 날에 한 번씩 하니 그 말이 평범하지 않고 더 소중하고 귀하게 느껴졌다.


이날의 생일 파티는 소소했지만, 무척 행복했고 사랑이 마음을 가득 채워 따뜻했다. 이 따뜻함이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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