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밥과 남편이 챙겨주는 모닝커피
아이 입원 이튿날 4인실에서 1인실로 옮기고, 아주 편안하게 잠을 푹 잤다.
수지도 1인실에 와서 더 조용하고 편안해서인지 오늘 아침 늦게까지 꽤 오래 잤다. 나는 수지보다 먼저 잠이 깼지만 수지가 잠이 깰 때까지 아이 옆에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렇게 누워 있는 사이, 병원에서 아침식사를 주는 시간인 7시 30분이 되니 여사님이 우리 방에 식사를 챙겨주고 가셨다.
식판을 방에 넣어주시고 나가셨는데 그 순간, 아침에 아직 일어나기도 전에 누군가가 밥을 챙겨주는 게 너무 고맙고 좋았다.
아이를 낳고 나서 나에게 부여된 임무 중에 하나가 아이 밥 챙기기다.
매번 밥을 챙기는 게 절대 쉬운 일이 아님을 절실히 느낀다. 엄청난 정성이고 희생이기도 하다. 내가 먹을 밥도 겨우 챙기는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의 밥을 챙기는 거라니. 이건 정말 대단한 노력이고 정성이다.
엄마가 대단한 이유 중에 하나는 이것도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빠가 밥을 챙겨주는 경우도 있으나, 일단 내가 자라온 환경과 내 주변엔 아이 밥은 엄마가 거의 다 챙긴다.)
아이를 낳기 전엔 내게 없던 일이었는데, 아이를 낳고 내가 책임지고 챙겨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긴 것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자연스럽게 이런 변화가 있긴 했지만, 이 책임감의 무게가 그리 가벼운건 아니다. 은근히 마음의 무게가 나가는 일이다.
그런데 병원생활을 하다 보니 삼시 세끼 밥을 제때 챙김 받는 게 너무 감사하고 좋다. 병원밥은 밥, 국, 반찬 3-4가지로 정갈하게 나와서 집밥 같기도 하다.
병원입장에서는 병실로 밥을 넣어주는 것이 그저 하나의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챙김을 받는 내 입장에선 이런 배려가 너무 고맙고 감사하다.
그리고 병원생활을 하니 몸이 막 힘든 일을 하는 것도 아닌데 달달한 커피가 너무 먹고 싶다. 아침에 달달한 카페인을 섭취해야만 답답한 병실에서 아이와 보내는 하루를 무사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런데 아이와 둘이 병원에 있으면 아이만 두고 밖으로 나갈 수도 없고, 나가도 아이를 데리고 가야 하는데, 몸이 안 좋은 아이는 아침에 나가려고 하지 않았다.
그래서 야간근무하고 아침에 퇴근하는 남편과 통화하다가 혹시 집에 가는 길에 잠시 병원에 들러서 커피 사다 줄 수 있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남편이 알겠다고 했다.
병원이 집과 가깝고 집 가는 길에 있긴 하지만 밤새 근무를 한 남편은 바로 집으로 가는 게 당연히 더 편할 것이다. 그걸 나도 알지만 이런 부탁을 하게 되었다.
남편은 커피를 사서 병실까지 와주고, 우리 얼굴도 보고 갔다.
남편이 이렇게 이틀 동안 아침 커피 배달을 해주었다. 이 커피가 아침을 시작하는 나에게 정말 큰 힘이 되었다. 남편에게 정말 고맙다.
병원에 있으니 평소에 늘 당연하게 하던 게 당연하지 않은 일이 된다. 아이의 아침식사를 내가 챙기는 것도 평범하고 당연한 나의 일상이었는데 병원에 오니 아이의 밥을 병원에서 챙겨준다.
그리고 아침에 커피를 마시는 것도 아주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었는데 병원에 오니 이 소소한 일상도 당연한 듯 누릴 수 없다.
커피 한 번 사러 나가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남편이 챙겨주는 커피를 받으니 이 한 잔의 커피가 나에게 큰 선물 같다.
병원에 있으면서 받는 이런 크고 작은 배려들이 감사하다. 이 배려의 힘으로 남은 병원생활도 힘내서 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