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인사 한마디가 채워준 하루의 행복
아이를 등원시키고 출근하던 길이었다.
나는 집에서 회사까지 가까워서 늘 걸어서 출근한다.
얼마 전 아침에도 여느 때처럼 수지를 보내고 회사로 걸어가고 있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둥아!" 하고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알고 보니 차를 타고 신호 대기 중이던 남편이 지나가던 나를 발견하고 부른 소리였다.
남편은 야간근무를 하는 날에는 아침에 퇴근하는데, 그 시간이 내 출근 시간과 비슷해 가끔 이렇게 길 위에서 마주칠 때가 있다. 나는 걸어가고 있으니 차 안에 있는 남편을 잘 못 보는데, 남편은 운전석 창문 너머로 길을 보다가 나를 발견하면 늘 이렇게 인사를 한다.
혹시 내가 못 들을까 봐 창문을 내리고, 밝은 얼굴로 "둥아!" 하고 크게 부른다. 그때 남편의 표정이 얼마나 해맑은지 모른다.
'둥이'는 남편이 나를 부르는 애칭이다. 밖에서도, 사람들이 보든 말든, 마치 모두 들으라는 듯 크게 불러주는 모습이 그저 귀엽다. 남편은 그런 자신이 얼마나 해맑은 얼굴을 하고 있는지 아마 모를 것이다.
나도 반가워서 남편을 향해 손을 흔들며 "잘 가!" 하고 인사한다.
아침 출근길에 마주치는 이 순간은 아주 짧다. 그런데 그 순간이 남기는 행복은 하루 종일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생각해 보면, 남편이 나를 봐도 그냥 '출근하는구나' 하고 지나칠 수도 있다. 그랬다고 해서 섭섭할 일도 아니다.
그런데 남편은 나를 발견하면 꼭 창문을 내리고, 애칭을 부르며 해맑게 인사한다. 마치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난 것처럼. 그 모습을 볼 때마다 마음 끝까지 기쁨이 차오른다.
이렇게 나를 반겨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 왠지 행복하다. 분명 전날 밤에도 봤는데, 다음 날 아침에도 이렇게 반가워해주다니. 이게 사랑이 아니면 무엇일까.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서 사랑이 느껴진다. 남편의 애정은 늘 이렇게 자연스러운 말과 행동 속에서 흘러나온다.
남편과 길 위에서 인사를 나눈 날은 출근길이 조금 더 행복하다.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떠오르고, 발걸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이 날 만큼은 행복을 가득 품고 걷는 출근길이 참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