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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라는 존재의 든든함

아픈 아이를 위해 생선을 굽는 아빠

by 행복수집가

아이가 며칠 전 감기에 걸려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알고 보니 독감이었고, 지금은 완전히 나았다.


수지가 독감 확정을 받기 전, 감기 기운이 있어 내가 오전에 병원에 데리고 갔었다. 그날 남편은 회사에 있어서 수지 소식을 메시지로 전해주었다.


몸은 회사에 있었지만, 남편의 마음은 온통 수지에게 가 있었다. 수지가 감기로 힘들어한다는 내 말에 남편은 바쁜 업무 중에도 틈틈이 감기에 좋은 음식을 찾아본 모양이었다.


그러다 고등어가 감기에 좋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심지어 고등어 냄새가 거의 나지 않게 굽는 방법까지 찾아봤다고 했다.


남편은 그날 저녁, 직접 고등어를 구워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지금까지 집에서 생선을 구워본 적이 없었다. 생선은 냄새가 많이 난다고 생각해 시도조차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선구이는 늘 식당에서 먹었는데, 그날만큼은 남편의 의지가 상당히 강했다. 내가 냄새를 걱정하자 남편은 자신 있게 말했다.


"냄새 안 나게 굽는 법 알아봤어. 나만 믿어."


생선은 수지가 좋아하는 음식이기도 했고, 감기에도 좋다니 남편의 의지는 강했고, 그 마음을 막을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저녁 메뉴를 생선구이로 정했다.


남편은 퇴근하자마자 마트에서 고등어를 사 왔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생선을 굽기 시작했다. 준비부터 굽는 과정까지 남편은 차분했다.


놀랍게도 생선은 노릇하게 익어가는데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다. 냄새를 맡으려 집중해야 겨우 느껴질 만큼 미미했다.


잠시 후 남편이 완성된 생선을 가져왔다. 겉모습부터 상당히 훌륭했다. 생선 굽는 일이 단순해 보여도, 노릇하게 잘 굽기 위해서는 불 조절과 세심한 정성이 필요하다. 잘 구워진 생선을 보니 남편의 정성이 단번에 느껴졌다.


나는 보자마자 감탄했다.

"맛있겠다!"


먼저 수지 그릇에 생선을 덜어준 다음 나도 한입 먹었다.


"우와, 맛있다!"


식당에서 먹는 것 못지않게 정말 맛있었다. 나는 남편에게 생선구이 성공이라고, 정말 맛있다고 연신 말했다.


몸이 안 좋아 소파에 누워 있던 수지도 생선만큼은 잘 먹었다. 우리가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며 남편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너희가 잘 먹으니 됐다."


남편은 그 한마디에 모든 마음이 담겨 있었다.


컨디션 때문에 다른 음식은 잘 먹지 못하던 수지가 생선은 잘 먹어줬다. 아마 아빠의 정성이 수지에게도 전해진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아픈 아이를 위해 몸에 좋은 음식을 찾아보고, 직접 해주려는 남편의 마음이 참 따뜻했다.


아플 때 가장 큰 보약은 잘 자고 잘 먹는 일이다. 거기에 누군가의 정성과 사랑이 더해지면, 그보다 더 좋은 약은 없다.


그날 우리가 먹었던 생선에는 딸을 향한 아빠의 사랑과 정성이 가득 담겨 있었다. 우리 집에는 생선구이 냄새보다 남편의 따뜻한 마음에서 피어나는 향긋함이 더 진하게 퍼져 있었다.


남편의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이런 마음이 든다.

'내가 이 사람을 참 잘 만났구나.'


남편은 좋은 사람이자 좋은 남편,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아빠다. 아이가 아플 때 나와 같은 마음으로, 아니 어쩌면 나보다 더 넓은 마음으로 아이를 품어줄 수 있는 사람이다. 이런 사람이 곁에 있다는 사실만으로 육아를 하며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아이가 아플 때마다 더욱 느낀다. 우리는 협력하고, 의지하고, 서로 돕고 챙기며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함께 아이를 키우고 함께 살아가며, 남편은 단순한 '남편'이 아니라 내 인생의 동반자이자 반려자, 그리고 든든한 협력자라는 생각이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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