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요정님이 다녀간 아침

아이와 함께 본 올해 첫 눈

by 행복수집가

내가 사는 곳은 경남 진주다. 여기는 타 지역에 비해 기온이 따뜻한 편이다.


윗지방에 폭설이 내려도 이곳에서는 눈 내리는 모습을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가 그리 크지도 않은데, 이 작은 나라 안에서도 지역마다 기온이 이렇게 다르다는 게 새삼 신기하다.


나는 눈이 오지 않아도 괜찮고, 눈을 못 본다고 해서 크게 아쉽지는 않다. 하지만 내 아이는 다르다. 아이는 눈을 보고 싶어 하고, 눈 내리는 날을 기다린다.


눈을 자주 볼 수 없어서 더 눈을 그리워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보기 힘들다 보니, 아이에게 눈은 마치 동화 속에 나오는 꿈같은 존재다.


얼마 전, 윗지역에 대설특보가 내렸다는 소식을 두고 남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수지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눈이 보고 싶다고 했다. 우리가 사는 곳은 눈이 잘 오지 않는다고 말하자, 수지는 조금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그때 남편이 수지에게 물었다.
“수지야, 눈은 어떻게 오는 거지?”


수지는 아주 당당하게 말했다.


“눈은 눈요정님이 내려주는 거지!”


그 대답이 너무 귀여워서 절로 웃음이 나왔다.


우리는 “눈요정님이 여기에도 눈을 내려주시면 좋겠다. 기도하면 들어주시지 않을까?” 하며 웃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그런데 그 대화를 나눈 다음 날 아침,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아침에 눈이 내리고 있었던 것이다.


나보다 수지가 먼저 눈을 발견했고, 안방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던 나를 불렀다.


“엄마, 엄마! 지금 밖에 눈이 와! 이리 와봐!”


수지는 내 손을 잡아끌고 거실로 나가 창밖을 가리켰다. 수지 말대로 밖에는 눈이 내리고 있었다. 함박눈은 아니었지만, 얇고 작은 눈 알갱이들이 하늘에서 조용히 떨어지고 있었다. 바닥에는 마치 설탕가루를 뿌려 놓은 것처럼 길 위에 눈이 얇게 덮여 있었다.


올해 본 첫눈이다.


우리는 너무 기뻐서 손을 잡고 함께 뛰었다. 수지는 내 손을 꼭 붙잡고 폴짝폴짝 뛰며 눈이 온 기쁨을 온몸으로 표현했다.


눈요정님이 우리 이야기를 들은 걸까.
수지의 간절한 마음이 눈요정님에게 닿아서, 정말 눈을 내려주신 걸까.


수지는 눈요정님이 눈을 내려주셨다며 무척 좋아했다. 하얀 눈을 보는 것도 행복했지만, 그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눈을 바라보며 기뻐하는 아이를 보는 일이 나에게는 더 큰 행복이었다.


우리는 등원을 하러 밖으로 나섰고, 두 눈으로 가까이에서 눈을 바라보았다. 눈이 소복이 쌓이진 않았지만, 길 위를 얇게 덮은 눈길을 조심조심 걸었다.


눈이 많이 쌓이지 않아 눈사람을 만들 수도 없고, 손으로 만져볼 수도 없었지만, 눈이 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행복했다.


눈요정님이 눈을 내려준 그날, 나는 순수하게 기뻐하는 아이와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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