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순간이 사랑이다
주말인 오늘 아침엔 아이보다 내가 먼저 잠이 깼는데 바로 일어나지 않고 침대에 누워서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잠시 후에 수지가 잠에서 깼는데 눈을 뜨고 제일 먼저 한 말이 ‘엄마 사랑해’였다. 아침부터 수지의 사랑고백에 마음이 다 녹아내렸다.
아침에 내가 제일 처음 들은 말이 ‘사랑해’ 라니. 아이는 눈뜨자마자 나에게 선물 같은 하루가 시작되었음을 이렇게 알려준다.
‘사랑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나도 사랑해’라고 말하며 안아주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마음이 들정도로 행복했다.
그리고 나도, 아이도 지금 감기에 걸려서 오전에 같이 병원 진료를 받고 왔다. 진료를 다 받고 나와서는 아파트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놀이터엔 아무도 없었는데 수지는 혼자서도 잘 놀았다. 매 순간 즐기고 웃는 아이를 보면 참 행복하다.
놀이터에서 놀고 나서는 마트 가서 같이 장을 봤다. 수지가 자기도 바구니를 들 거라고 해서 우리는 손잡이 하나씩 나눠서 잡고 장을 봤다. 작은 손으로 장바구니를 야무지게 잡고 엄마랑 같이 장을 보는 수지가 너무 귀여웠다.
내 옆에 수지가 있는 것만으로 괜히 마음이 든든했다. 어느새 아이가 많이 커서 내가 든 바구니를 같이 잡아주다니. 이런 작은 것 하나에도 감동을 받는다.
마트 장보고 나와서 수지는 근처 공원 연못에 물고기 밥 주러 가고 싶다고 했다. 그 공원 연못에 금붕어들이 있고 밥을 주는 체험도 할 수 있어서 가끔 가면 물고기 밥을 주곤 했었다. 수지가 그 생각이 났나 보다.
그런데 연못에 가보니 지금은 물고기가 하나도 없었다. 수지는 물고기가 없는 걸 보고도 그냥 돌아가려고 하진 않았다. 내가 수지에게 “수지야 물고기가 없는데 어떡하지?”라고 하니 “그럼 물 보자” 고 말했다.
물고기가 없으면 물을 보면 되는구나! 하고 머리에 반짝 불이 들어왔다. 아이의 순수함에 미소가 지어졌다. 수지는 그렇게 물고기 없는 연못 물을 한참 들여다봤다. 나도 수지 옆에서 연못 풍경을 감상했다.
연못 안에는 행운의 동전을 받는 돌 같은 게 하나 있었는데, 수지는 그걸 보고 물고기 변기라고 했다. 물고기가 쉬야하는 변기라며, 물고기가 쉬하면 저기 미끄럼틀에서 쉬야가 주룩주룩 내려온다고 했다. 그 표현이 너무 귀여웠다.
아이의 눈으로 보면 그렇게 보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오늘도 아이의 눈으로 보는 순수한 세상을 같이 옆에서 구경했다. 아이의 시각으로 보는 세상은 흥미롭고 귀엽고 아름답다. 즐거운 마음으로 나도 같이 연못 구경을 했다.
물고기 밥 주러 갔는데 물고기가 없어서 아쉬워하는 게 아니라 물고기가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는 아이의 모습이 마음에 많이 남는다.
’오히려 좋아 ‘ 하고 받아들이는 듯한 아이의 태도에 오늘도 하나 배웠다. 물고기가 없으면 어때, 그럼 물 보면 되지. 물만 봐도 이것저것 관찰하고 구경하며 즐거워할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집에 와서는 점심을 먹고 조금 놀다가, 내가 너무 졸려서 수지보다 먼저 쓰러졌다. 난 자야겠다고 말하며 놀고 있는 수지 옆에 누웠다. 수지는 처음엔 나에게 자지 말라고 하더니, 어느새 내 품에 쏙 들어와서 눕더니 잠이 들었다. 우리는 그렇게 달콤한 낮잠을 만끽했다.
햇살이 들어오는 거실에서 아이와 낮잠을 같이 자는 그 순간도 행복했다. 내 아이가 내 품에 잠들어있는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워서 그대로 멈추고 싶은 순간이었다.
오늘 멈추고 싶은 순간들을 자주 만났다. 귀여움과 사랑스러움이 가득한 아이의 모습을 보면 시간을 멈추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그런데 시간은 멈출 수 없으니 그 시간을 지워지지 않는 순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이렇게 기록을 남긴다.
오늘 이렇게 하루를 잘 보내고 자려고 침대에 같이 누워 있었다. 수지는 잠들기 전에 “엄마 잘 자 사랑해” 하고 잠이 들었다.
사랑해로 시작해서 사랑해로 끝난 하루다. 오늘 하루 모든 순간에 사랑이 없었던 적이 없다. 하루가 온통 사랑으로 물들었다. 오늘도 빈틈없이 행복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