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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벅이 엄마라서 좋은 점

아이와 걷는 길에서 만드는 행복한 추억

by 행복수집가

뜬금없지만 하나 고백하자면, 나는 운전을 못하는 뚜벅이 엄마다. 요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중에 운전을 안 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난 요즘 흔치 않은 운전 안 하는 사람 중에 한 명이다.


그래서 남편이 없는 주말에 아이와 둘만 있으면 어디 멀리 가지는 못한다. 유모차로 갈 수 있는 거리에 가거나, 가끔 택시를 타거나 하는데, 집 근처를 잘 벗어나지 않는다.


이번 일요일에 남편은 출근하고 나와 아이 둘만 있었다. 아이랑 둘이서 집에서 그냥 쉴까 하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수지가 아침에 눈 뜨자마자 타요 키즈카페에 가고 싶다고 했다. 마침 별다른 계획이 없었던지라, 수지가 가고 싶다고 하는 타요 키즈카페를 가기로 했다.


수지가 좋아하는 타요 키즈타페는 다행히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 가끔 둘이 가서 놀다 오기도 한다. 그래서 이 날, 수지를 유모차에 태우고 키즈카페까지 걸어갔다.


집과 타요 키즈카페의 거리는 어른 걸음으로 15분 정도 걸린다. 이 거리를 5살 여자 아이가 걷기엔 조금 버겁다. 수지는 어디 놀러 가서 조금만 걸어도 힘들다고 아빠에게 안아달라고 어리광 부리는 아직 아기 같은 아이다.


그래서 차 타기는 애매하고, 걸어가도 되는 거리는 수지를 유모차에 태우고 다닌다. 유모차를 이렇게 오랫동안 쓰게 될지 몰랐는데, 아주 잘 애용하고 있는 육아용품이 되었다.


유모차를 타고 키즈카페를 가는 길에 수지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흥얼거렸다. 수지의 흥얼거리는 노래를 들으며 나도 기분 좋게 빗길을 산책하며 걸었다. 걸어가면서 보이는 풍경을 통해 계절의 변화를 느낀다. 길에 앉아 있는 새를 보고, 수지가 “어~새다!” 하고 새에게 인사를 하기도 한다.


키즈카페 가는 길에 강을 하나 건너야 하는데, 다리 위에서 수지와 같이 강에 떠있는 오리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천천히 걸으며 풍경 하나하나 감상하고 오감으로 느끼며 걷는 시간이 행복했다.




아마 내가 차를 운전할 줄 알았다면 이 거리도 당연히 차를 타고 왔을 것이다. 차를 타면 목적지에 빠르게 도착하긴 하지만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 쏜살같이 지나가버려서 천천히 음미할 수 없다. (물론 급할 때는 차가 최고다!)


그런데 이렇게 걸어가다 보면 내 주변의 풍경 하나하나 천천히 바라보고 충분히 음미할 수 있다.


아이와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느낀 점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것도
소소한 행복 중 하나다.


그리고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들으면 내가 매일 보는 이 풍경이 조금 더 사랑스럽고 이쁘게 느껴진다.


그래서 아이와 같이 산책하는 걸 참 좋아한다. 오늘 키즈카페 가는 길에 이렇게 유모차를 끌고 걸은 게 조금 오랜만이라 이 시간이 참 좋았다.




키즈카페에서 수지는 신나게 잘 놀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수지는 유모차를 타고 천천히 걸어왔다. 집으로 올 때는 비가 그쳐 있었다. 오전에 내린 비로 땅에는 빗물이 고여 있었는데, 수지가 유모차를 타고 있다가 빗물 고인 걸 보더니 밟고 싶다며 내리겠다고 했다.


수지는 유모차에서 내리자마자 빗물을 밟으며 첨벙 거렸다. 비가 많이 온 게 아니라 땅에 고인 빗물 양도 적었는데, 그래도 재밌다며 해맑게 웃는 수지를 바라보니, 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었다.

한 손에는 빨간 풍선, 다른 한 손에는 인형을 든 아이가 빗물을 밟으며 행복해하는 그 모습이 꼭 동화 속 모습 같았다. 순수하고 해맑은 아이는 순식간에 이 순간을 동화 속 세상처럼 아름답고 귀여운 장면으로 만들었다. 이런 수지를 바라보며 마음에 행복이 가득 차 올랐다.


내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차오르는 행복을 느꼈다.


내가 보는 이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이 존재가 내 아이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하고 행복한지,
이 사소한 순간이 내 마음을
빈틈없는 행복으로 채워주었다.

한참 그렇게 물을 밟으며 즐거워하던 수지는 다시 유모차를 탔는데, 장화가 아닌 운동화를 신고 물을 밟은 탓에 신발에 물이 들어가서 양말이 젖었다. 젖은 양말 느낌이 싫었던지 수지는 양말이랑 신발을 다 벗겨달라고 했다.


그래서 신발과 양말을 다 벗겼더니 작고 하얀 맨발이 나왔다. 그 맨발만 봐도 얼마나 귀여운지 내가 보자마자 “아이구 쪼만한 발~!” 하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세상에, 아이 발만 봐도 이렇게 즐거울 수 있다니. 정말 즐거웠다.


수지와 키즈카페에서 놀았던 시간도 좋았지만, 그보다 다녀오는 길에서 아이와 같이 보낸 시간이 더 좋았다.

아이와 보내는 시간은 매일 빠르게 흐르고 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다.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것도 감사하고 행복하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지금의 이 귀여움과 순수함이 조금씩 작아져 버릴 것을 생각하면 벌써 아쉽다. 그래서 내 아이의 순수하고 어린 이 순간을 소중히 끌어안는다.


지금 이 순간이 지나가는 게 아쉽고 소중해서 아이를 눈과 마음, 사진과 글에 담는다.


오늘도 사랑스러운 아이를 가득 담았다. 함께하는 이 평범한 일상이 정말 소중하다. 매일의 사소함에서 오는 행복을 놓치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잃지 않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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