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안아주는 남편에게 설렌 아침
귀여운 애정을 받고 있어요
나는 아침을 꼭 먹는데, 주 아침 메뉴는 시리얼이다. 고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같이 아침엔 시리얼을 먹고 있다. 아침엔 다른 건 먹고 싶지 않고 오직 시리얼만 먹고 싶다. 결혼하고 나서도 아침엔 매일 시리얼을 주식으로 먹고 있다.
3교대근무로 출근 시간이 매일 다른 남편은 낮 근무 갈 때만 나보다 더 일찍 출근하는데, 남편은 아침을 안 먹는 습관을 가진 사람이라, 결혼하고 나서도 잘 먹지 않았다. 아침을 먹으면 오히려 속이 불편하다고 안 먹고 가는 날이 많았는데, 그런 남편을 보며 '그래도 아침에 뭐라도 먹어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남편이 일찍 나가는 아침 출근길에 간단하게라도 뭘 먹을 수 있게 바나나나 빵 같은 걸 준비해 두기도 하고, 가끔 시리얼을 먹고 가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 집엔 우유가 항상 냉장고에 구비되어 있다. 아이도 우유를 매일 먹기 때문에 우리 식구에겐 우유는 필수다. 나는 우유가 얼마나 남았는지 항상 체크하며 다 떨어지기 전에 미리 사두는데, 가끔 미리 사두는 걸 깜빡할 때도 있다. 하필이면 어제가 그랬다. 그리고 어제 남편은 아침 일찍 출근하는 날이었다.
난 일어나서 수지 아침을 챙겨주고, 방에 들어와 이불을 정리하고 잠시 스트레칭을 하고 있었는데 남편이 냉장고문을 열어서 우유를 꺼내는 소리가 났다.
그 순간, '아 지금 오빠가 시리얼을 먹으면 내가 아침에 먹을 우유는 없겠구나' 하고 생각했다. 우유가 없어서 시리얼을 못 먹는다 생각하니 슬퍼지고 있었는데, 그 찰나 남편이 말했다.
“어? 둥아, 우유가 조금밖에 없는데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돼?”
“(침울하고 가라앉은 목소리로) 그으.. 래...”
나의 대답을 들은 남편은 내가 있는 방으로 들어와서 “그 목소리 뭐야~!” 하더니 웃으며 나를 덥석 껴안았다. 침울하게 대답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마음의 대답을 남편이 알아들었나 보다.
남편은 오빠가 우는 여동생 달래주듯 나를 안고 몇 번 토닥이더니 다시 거실로 나갔다.
그리도 나도 곧 거실로 나갔는데 남편이 우유를 아주 조금 그릇에 부어서, 그 위에 꾸역꾸역 시리얼을 부어놓고 먹고 있었다. 그 모습에 웃음이 빵 터졌다.
“오빠! 시리얼을 우유 없이 이렇게 먹고 있어?!”
“너 우유 남겨놨어 먹어~”
우유가 거의 없이 시리얼을 먹고 있는 남편에게 우유 다 부어 먹으라고 했는데 남편은 아니라고, 나도 먹으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깔깔 웃으면서 남편이 남겨놓은 우유를 내 그릇에 부었는데 그냥 그릇 바닥에 조금 우유가 깔린 느낌이었다. 도저히 시리얼을 부어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었는데, 이거라도 먹으라고 남겨놓은 남편이 너무 웃기고 귀여웠다.
그런데 내 그릇에 부은 우유 양을 보더니 남편이 “어? 내 우유보다 더 작네?” 하며 당황했다.
우유를 남겨두며 아마 이 정도면 자기랑 비슷한 정도의 양으로 반반이겠거니 싶었나 보다. 그래도 난 웃으며 여기에 먹어보겠다고 했다. 그릇 바닥을 조금 채운 우유에 시리얼을 부었더니, 뭐 이건 시리얼에 우유 몇 방울 조금 섞은 것이었다. 그래도 맛있게 먹었다.
콩 한쪽도 나눠먹는다는 말이 바로 이런 상황이구나 싶었다. 내가 좋아하는 시리얼을 아침에 배부르게 먹진 못했지만, 남편이 나와 우유를 나눠먹으려고 남겨놓은 그 마음이 이뻐서 마음은 배부른 날이었다.
그리고 우유가 없어서 침울해하는 내 목소리를 듣고,
내가 귀엽다는 듯이 웃으며
껴안아주던 남편에게 사실 조금 설렜다.
아침 출근하기 전에 포옹한 건 오랜만이었던 것 같다. 우유가 모자라서 서운했던 마음을 남편이 귀여운 애정으로 채워주었다. 이 날 아침 특별히 더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