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을 쉬게하는 일상의 여백 만들기
내가 올해 목표로 정한 것 중에 하나가 '명상을 습관화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올해 1월부터 매일 명상하기를 실천해서 지금까지 꾸준히 해오고 있다.
일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항상 무언가 해야 할 일들이 있다. 그 해야 할 일을 하다 보면 일상이 촘촘하게 채워져 흘러간다. 촘촘한 일상에 여백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쉼, 휴식, 여백이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은 숨도 안 쉬고 달리기를 하는 것과도 같다.
예전에도 명상이나 마음 챙김에 관심은 있었지만 습관화해서 하고 있진 않았다. 그냥 생각날 때 잠시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다던지, 자연 소리가 나는 명상 음악을 듣는 게 다였다. 일부러 잠시 하던 것을 멈추는 시간을 갖지 않으면, 계속 무언가를 보고 듣고, 행동하며 나의 뇌는 쉴 틈 없이 자극을 받고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만들고, 내 일상에 여백을 만들어, 진짜 휴식을 누리기 위해 명상을 하기로 마음을 정했다.
그런데 막상 명상을 해보려고 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조금 막막했다. 명상법도 워낙 다양해서 어떤 걸 선택해야 할지도 잘 몰랐다.
그러다가 마음 챙김 유튜버 정민님이 쓰신 책 ‘내 안의 평온을 아껴주세요’를 읽다가 이런 글을 봤다.
‘삶이 그렇듯 명상에도 정답은 없다. 내가 평온하고 좋은 것이 내게 가장 좋은 것이다.’
사실 명상에도 정해진 답은 없는데 뭔가 난 처음부터 정답을 찾아서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명상이 어렵게 느껴지고,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글을 읽고, ‘아. 내가 나에게 휴식을 주려고 시작한 명상도 내가 잘하려고 정답을 찾아서 하려고 했었구나. 그런데 명상에는 정해진 답이 없구나. 내가 어느 것에도 메이지 않고, 그냥 내 마음이 편안한 대로, 마음이 이끄는 대로 해보자.’ 하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명상마저 잘하려고 했던 마음을 내려놓았다. 명상을 어떤 방식으로 하든 내 마음이 평안하면 되는 것인데, 명상을 어떻게 해야 잘하는 거고 올바른 건지 오답체크하듯 일일이 체크할 필요는 없었다.
이걸 알고 나서는 그날그날 내 마음과 감정 상태에 따라 명상 음악도 다른 걸 틀어보고, 하루는 가이드 있는 걸 들었다가 가이드 없이 배경음만 있는 걸 듣기도 하며 그날의 나에게 맞는 명상법을 찾아 하고 있다. 며칠 동안은 같은 방법으로만 명상을 하기도 하고, 또 며칠은 매일 다른 방식으로 하기도 했다. 명상도 남들이 좋다고 하는 것보다, 나에게 맞는 걸 찾아가는 과정이 좋았다.
이렇게 명상을 하다 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었다. 매일 저녁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오늘 하루 열심히 보낸 나를 토닥이고 쉬게 해주는 위로와 힐링의 시간을 가진다.
명상을 하면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힘도 더 키워가는 것 같다. 내가 생각의 노예로 끌려가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올라온 생각을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구나’ 하고 그저 바라본다.
생각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거기서 무엇을 더하지도, 빼지도 않고
생각 자체를 바라보며 흘러가게 둔다.
모든 생각은 왔다가 바람처럼 지나간다.
명상을 할수록 그것을 점점 더 알아간다.
이 것을 인식하고 생각을 바라보면 생각에 쉽게 끌려가지 않는다. 그리고 집착하지 않을 때 내 마음에 고요가 온다. 원래의 내 마음 상태, 텅 빈 우주 같은, 그런 마음의 공간을 만나게 된다.
내 호흡에만 집중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이 시간이 주는 고요함이 나에게 일어난 하루의 여러 일들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수용할 수 있는 마음의 그릇을 키워주는 것 같다. 이렇게 명상을 통해 마음에 쉼을 얻게 되면 다시 힘이 충전된다.
명상이 무엇보다 좋은 건,
일상에서 분리되어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것이다.
촘촘하게 채워진 일상에
여백을 만드는 시간이다.
이런 여백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글을 적을 때도 여백이 없는 글은 읽기가 힘들다. 문단이 나눠져 있지 않고 빈틈없이 글로만 채워져 있는 화면이나 책은 읽기에도 뭔가 숨이 턱턱 막힌다.
그런데 문단과 문단 사이 여백이나, 한 단락의 마지막 문장 다음에 여백이 있으면 이 여백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다시 다음 글을 읽을 수 있다. 그런 것처럼 삶에도 여백이 없다면 마음이 제대로 숨 쉬지 못할 것이고,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것이 힘들 것이다.
나는 명상 말고도 내 일상에 여백을 몇 가지 찾아 두었다. 명상, 독서, 필사, 음악감상, 산책이 내 일상의 여백이다.
독서도 하다 보면 명상과 비슷하다. 독서를 하는 동안엔 지금 내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다른 세상으로 들어간다. 책을 읽을 때는 그 책에만 집중하며, 책 읽기 전에 하던 생각도 멈춘다. 이것도 내 일상과의 분리다. 일상과 잠시 분리되어 책 속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책에서 얻는 기쁨, 평안, 지혜가 내 안에 채워진다. 헛헛했던 마음도 독서를 하고 나면 든든하게 채워진다.
필사를 하는 것도 참 좋아하는데, 필사는 손으로 하는 명상과도 같다. 필사를 하는 동안에는 오롯이 내가 적는 글에만 집중하게 된다. 잡생각이 없어지고 내가 쓰고 있는 글에만 집중하게 된다.
필사를 할 때는 다른 생각이 나지 않는다. 이런 필사의 매력을 알고 나면 헤어 나올 수 없다. 잡생각 없이 하나에만 오롯이 집중하는 게 이렇게 좋구나 하는 걸 온 마음으로 느낀다. 필사를 집중해서 하고 나면, 필사를 하기 전에 들었던 생각들이 어딘가로 사라져 버리고 없다. 필사를 하고 나면 정신을 깨끗하게 씻고 나온 것처럼 개운하다.
그리고 가사 없는 음악을 듣는 것도 내 마음의 평안을 지킨다. 피아노 연주곡이나, 클래식 음악, 재즈음악 같은 가사 없는 좋은 음악들이 너무 많다.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음악을 듣다 보면, 어느새 마음에 찌꺼기처럼 있던 생각들이 씻겨 내려간다.
음악에 나를 맡기고 감상하다 보면 내가 있는 이곳이 때로는 탁 트인 넓은 초원 위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고, 끝없이 펼쳐진 푸른 바다 앞에 내가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음악은 나를 완전히 다른 세계로 데려다준다. 기분전환, 생각전환에 음악만큼 좋은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틈틈이 음악을 들으며 내 일상에 여백을 만들고, 마음에 해방감을 준다.
일상에 여백을 만드는
이런 시간을 참 좋아한다.
이렇게 마음 청소를 틈틈이 해주면
에너지가 다시 충전이 된다.
마음에 휴식과 쉼으로 인해 생각들이 비워지면, 그 비워진 마음에 좋은 것으로 다시 채운다. 이렇게 비우고, 채우며 매일 새로운 힘을 얻는다.
누구에게나 이런 고요한 휴식의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을 통해 에너지를 충전한 뒤 내가 해야 할 일이 있는 일상을 잘 살아낼 힘을 얻는다. 일상의 여백, 비움, 휴식을 절대 소홀히 하지 말고 하루에 단 10분, 20분이라도 나를 위해 꼭 챙기길 바란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고, 내일도 기쁨으로 맞이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