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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Jun 23. 2023

만 3살 아이의 친구관계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의 눈으로만 바라볼 것.

수지는 돌이 되기 전, 만 0세부터 어린이집을 다녔다. 내가 복직을 앞두고 있었고, 적응기간이 조금 필요할 것 같아, 아파트 단지 안에 가정 어린이집을 보냈었다. 거기서 3살까지 다니고, 올해 초에 지금 다니는 어린이집으로 새로 옮기게 되었다.


지금 어린이집은 아무래도 이전 가정어린이집보단 규모도 크고, 체험하고 활동하는 프로그램이 훨씬 다양하고 재밌는 게 많아서 키즈노트에 올라오는 수지 사진을 보면 항상 신나 있고 즐거워하는 모습이다. 수지가 잘 다니고 있다.


수지는 4살에 여길 오게 됐는데, 다른 기존의 아이들은 이미 0세부터 지금까지 다니고 있는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처음엔 어린이집을 새로 옮겨서 적응을 잘할지 여러 가지로 궁금하고 조심스럽기도 하고 염려가 되기도 했는데, 수지는 예상보다 더 잘 지내고 적응해 주었다. 그런 수지에게 항상 고마운 마음이다.


그리고 오늘은 수지 하원하고 어린이집 앞 놀이터에 어린이집 친구가 놀고 있는 걸 보고 수지는 그 놀이터로 향했다. 수지는 친구 A와 A의 오빠가 놀고 있는 그 무리에 끼여서 놀려고 하는 귀여운 수지였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친구 A가 간다고 해서, 수지는 친구한테  “잘 가 안녕~” 하며 수지가 친구를 안아주고 싶다고 가서 안아주려고 다가갔는데, 친구가 뒷걸음질 치며 안지 않으려고 했다.


수지가 그런 친구의 모습에 살짝 서운했는지, 친구가 돌아가고 나서 고개를 숙였다. “안아주려고 했는데”라고 말하며 입을 삐죽이는 수지. 그래서 내가 수지를 안아주며, “괜찮아 수지야, 친구가 부끄러운가 봐. 우리 저기 가서 놀자” 하고 아이를 이끌었다.


요즘 놀이터에서 같은 어린이집 친구를 만나면, 수지가 애정표현을 많이 한다. 친구가 울면 안아주기도 하고, 친구가 간다고 하면 가서 안아주기도 하고, 만나서 반갑다고 안아주기도 한다. 스스로 먼저 가서 안아주는 수지를 보며, 우리 수지가 이렇게 적극적인 면도 있구나 하고 알게 되어 새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그런데 오늘 친구 A가 안아주고 싶어 하는 수지를 거절하니, 아이의 마음에도 그게 서운함으로 왔나 보다. 이제 모든 감정을 다 느끼는 아이다. 싫고 좋고 서운하고, 이 여러 감정의 세계를 아이가 알아가고 있다.


고개 숙인 아이를 보니 순간 마음이 아팠다. 앞으로 내 뜻대로 되지 않는 일들이 더 많을 텐데, 이런 과정을 겪으며 나의 작은 아기도 더 단단해지고 성장해 가겠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성장엔 늘 성장통이 따른다. 그리고 아픔을 겪어야 하는 아이를 보는 엄마의 마음도 아프다. 사실 그냥 내 아이의 삶은 편안하게 늘 좋게 흘러갔으면 좋겠지만 그렇지만은 않을 것이다.


어떤 아픔을 겪어도 건강하게 잘 회복하고, 그 아픔이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옆에서 응원해 주는 엄마가 되어야겠다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수지는 다른 놀이터에 가서 놀았다. 거기 가니, 또 다른 어린이집 친구 B가 있었다. 수지는 그 친구와 신나게 잘 놀았다.


놀이터 바닥에 죽은 벌레 한 마리가 있었는데, 이 벌레를 보며 거의 30분 넘게 그 자리에 앉아서 둘이 놀았다. 작은 아기들이 죽은 벌레를 가지고 이리저리 노는 걸 보니, 그 아이들의 세계가 신기하고, 아름다웠다. 아이들이 자연을 보고 자연에 집중해서 오래도록 노는 걸 보면 정말 신기하고 아름답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오늘도 아이들은 어른들에게 이 아름다운 세계를 보여주었다. 핸드폰이 없이도, 그 어떤 디지털 기기가 없이도, 이렇게 재밌고 행복하게 놀 수 있다는 걸. 그리고 나도 어릴 때 그렇게 놀았는데, 그때 얼마나 마음이 행복하고 즐거웠는지 떠올리기도 한다.


그렇게 놀다가 아까 다른 놀이터에서 만났던 친구 A가 왔다. A가 B를 보더니, “oo야!” 하고 이름을 크게 부르며 뛰어간다. 친구 A는 수지는 한 번도 찾지 않았다. B랑만 노는데 그걸 보는 내 기분이 묘하게 이상했다. 이런 건 엄마가 되고 나서 처음 느끼는 마음이었다.


아무래도 친구 A는 수지를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때, 모든 사람이 나를 좋아할 수 없다는 말이 떠올랐고, 그게 내 아이에게도 적용이 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친구 A와 B는 1세 때부터 어린이집을 같이 다니며 그때부터 친했던 친구다. 아이들은 자기와 보낸 시간이 오래된 사람을 더 의지하고 좋아한다. 이제 겨우 그 친구들을 알게 된 지 4개월 된 수지가 그 아이들의 관계 사이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은 게 당연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이들은 우리 어른의 기준으로 생각하는 것만큼 그렇게 복잡하거나 많은 걸 계산하진 않을 것이다. 처음 보고도 금방 친해지고, 처음 만났는데도 헤어질 때 우는 게 아이들이니. 수지는 새로운 친구들과도 잘 지냈을 것이고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다.


친구들 중에도 수지를 잘 챙겨주고 좋아해 주는 아이가 있고, 거리를 두는 아이도 있다. 이게 좋고 나쁜 것이 아니라,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다. 수지를 좋아해 주면 너무 고맙지만, 수지를 좋아하지 않아도 그건 그 아이의 마음이니까. 누구나 자기랑 잘 맞는 성향의 사람이 있고 또 안 맞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아이들도 마찬가지일 거다.


수지도 유난히 좋아하는 사람이 있고, 천천히 마음을 여는 사람도 있고 그랬다. 아이들도 각각 고유한 성향과 마음이 있으니까.


그리고 오늘 놀이터에서 A와 B 두 명의 친구가 그네를 같이 탄다고 했다. 한 그네를 두 명이 그네 줄 쪽으로 돌아 앉아서 타면 아이 두 명이 그네를 한 번에 같이 탈 수 있는데, 그렇게 탈거라고 했다. 수지도 그네가 타고 싶어서 그네 옆에 있었는데, 친구 둘이 와서 같이 탄다고 하니, 순간 나는 ‘수지도 같이 타고 싶어 할 거 같은데’라고 생각했다.


수지는 옆에 두고, 다른 친구 둘만 그네를 타는 그 상황에서 수지는 “내가 밀어줄 거야”라고 했다. 의외의 말이었다. 같이 탈거라고 울고 떼쓰면 어쩌나 하고 생각했는데, 수지는 친구들을 밀어준다고 했다. 그래서 “그래 엄마랑 같이 밀어보자” 하고 나랑 수지가 아이들 그네를 밀어주었다.


다른 친구들이 그네를 다 타고나서도 같이 탈거라곤 하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후 친구들은 돌아갔고, 수지도 나랑 아빠랑 같이 편의점에 가서 간식도 사고 잠시 산책도 하고, 다른 놀이터도 가서 잠시 놀기도 하고 기분 좋게 놀다 왔다. 비록 친구와 그네를 같이 타진 못했을지라도, 엄마 아빠랑 같이 있는 것만으로 아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하는게 느껴진다. 아직은 아이의 세상을 가득 채우는건 엄마 아빠다.


오늘 놀이터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어른인 내 기준으로 볼 땐 친구들 두명이 자기들끼리만 놀고 수지는 멀리한것처럼 느껴져서 괜히 속상하고 신경쓰였다. 그런데 그 아이들은 이미 어릴때부터 친한 아이들이고, 이런 상황도 생길 수 있다는걸 받아들여야 겠다는 생각이들었다.


그리고 오히려 이런걸 의식하지 않고 그저 노는것에만 집중하는 수지를 내가 괜히 안쓰러운 눈빛으로 보는게 더 독이 되겠단 생각이 들었다. 안쓰러움이란 안경을 쓰고 아이를 보지 않고, 늘 내가 수지를 있는 그대로 볼 때 가지는 그 사랑의 안경으로만 아이를 봐야겠단 마음이 들었다. 수지는 친구 두명이 따로 놀아도 주눅들거나 눈치보는 것 전혀 없이 잘 놀았다.


아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이는데, 엄마가 심각하게 받아들일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


우리 수지도 언젠가 나중에 크면, 친구문제도 생기고 사람관계에 대해서 고민하며 말하는 날도 올것이다. 아이가 스스로 고민이 돼서 나에게 말을 한다면 그 고민 상담을 지혜롭게 해 줄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지금부터 경험하며 하나하나 배워가는 중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나는 내 아이를 있는 그 자체로 소중히 여기며 어떤 상황에서도 사랑의 눈으로만 바라보고 싶다.


이렇게 매일 아이와 같이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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