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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Sep 02. 2024

풀벌레 소리만 들리던 고요한 밤

여름이 물러나고 가을이 오는 시간

이번 여름은 특히나 너무 더워서 집에서도 매일 에어컨을 틀었다.


에어컨은 쉴 새 없이 돌아갔고 에어컨을 켜놓는 동안 창문을 열 수 없으니 창문은 거의 닫혀 있었다.

자기 전에 거실 에어컨을 청정모드로 해놓으면 그때서야 창문을 열고 환기시킬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이전보단 조금 선선해진 느낌을 받는다. 낮엔 여전히 덥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는 조금 더 선선해졌다.


그래서 어젯밤에는 아이가 자는 방엔 에어컨을 켜두고 거실 에어컨은 꺼도 괜찮을 것 같아서 일찍 에어컨을 껐다. 이번 여름 내내 자기 직전까지 거실 에어컨이 항상 풀가동이었는데 어제는 오랜만에 에어컨을 조기 퇴근 시켰다.


끄고 나니 조금 습한 느낌이 살짝 들긴 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았다. 선풍기만 틀어도 충분히 시원했다.


그리고 에어컨을 끄고 창문을 열었는데 어두운 밤 속에서 찌르르 찌르르 노래를 부르는 풀벌레 소리가 귀에 선명히 들려왔다.


평소에도 저녁이면 늘 들을 수 있던 풀벌레 소리였는데 그동안은 에어컨을 트느라 문을 닫고 있으니 한동안 듣지 못한 소리였다. 그래서 풀벌레 소리가 새삼 반갑기도 하고 오랜만에 들으니 '이 소리가 이렇게 좋았나' 싶은 생각이 들어, 한동안 창문 앞에서 풀벌레 소리를 더 들었다.


그리고 창문에서 조금 떨어진 부엌 테이블에 앉았다.

그 자리에서도 풀벌레 소리는 은은하게 내 귓가를 맴돌았다. 참 좋았다.


저녁에 아이가 잠 들고나면 나는 책상에 앉아 일기를 쓰고, 책도 읽고, 독서기록도 하면서 나만의 시간을 보낸다. 독서기록을 할 때는 잔잔한 재즈나, 피아노 음악을 들으면서 했는데 이 날은 풀벌레 소리가 너무 듣기 좋아 아무 음악도 틀지 않았다.


그냥 내 귀에 계속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음악 삼아 조용한 나의 밤을 보냈다.


자연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다른 소리들은 소음으로 들리는데 자연에선 나는 소리는 어쩜 이렇게 다 듣기 좋을까. 풀벌레 소리가 커질수록 오히려 마음이 더 차분해지고 고요해졌다. 그 소리에 마음을 기대고 혼자 조용히 나만의 시간을 가지는 그 순간이 참으로 평화로웠다.




벌써 9월이다.

8월의 뜨거웠던 태양도 조금씩 그 열기가 식어가는 듯하다.


지금 주변의 풍경을 보면 여름 햇살을 받아 싱그럽고 선명했던 초록빛 가득했던 나무들이 이제 조금씩 가을빛을 머금는 게 보인다. 계절이 변하는 풍경을 보니 이제 또 새로운 시간을 맞이하는 것 같아 괜히 설렌다.


이제 에어컨을 틀기보단 창문을 더 자주 열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에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함께 풀벌레의 합주를 들으며 평안한 가을밤을 맞이할 생각을 하니 참 좋다.


조금씩 다가오고 있는 가을을 두 팔 벌려 환영한다.

그리고 뜨거웠지만 그만큼 강렬하고 행복한 추억을 많이 만들었던 여름도 웃으며 잘 보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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