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귀여운 잔소리
아이 하원하고 나서 이웃 아파트 지하에 있는 키즈룸에 가서 놀았다.
그 키즈룸은 규모가 그리 큰 건 아니지만 볼풀장, 미끄럼틀, 방방도 있어 아이들이 놀기에 알찬 구성으로 잘 되어 있다.
수지가 키즈룸에서 놀고 있으면 난 바닥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아서 노는 수지를 구경한다. 또래 친구와 노는 수지를 보고 있으면 ‘수지가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이랑 이렇게 놀겠구나, 친구랑은 이런 대화를 하고, 이렇게 상호작용 하는구나’ 하면서 관찰하는 재미가 있다.
수지는 이 날 한 살 더 많은 6살 언니랑 같이 놀았는데, 언니랑도 참 잘 놀았다. 한참 이것저것 하고 놀다가 아이들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시작했다.
6살 언니가 술래를 했는데 두 명 이선 이 놀이를 할 수 없다며 수지가 엄마도 같이 하자고 했다. 그냥 편하게 앉아서 애들 노는 거 구경이나 하려고 했던 나는 얼떨결에 무궁화 꽃놀이에 참여하게 되었다.
나는 너무 오랜만에 하는 놀이라서 조금 뻣뻣하고 어색한 몸짓으로 놀이에 참여했다.
그리고 술래의 등을 터치하고 도망가다가 너무 열정적으로 도망가던 나는 미끄럼틀에 발이 걸려 바닥에 슬라이딩하며 넘어지고 말았다.
놀이할 때는 쭈뼛대더니, 도망갈 때는 온 사력을 다하다가 넘어지자 조금 민망했다. 아이들은 넘어진 나를 보고 웃었는데, 수지는 잠시 어색하게 웃다가 웃음을 멈추고 살짝 걱정 어린 표정으로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엄마, 눈 크게 뜨고 조심해야지. “
나는 겸연쩍게 “응 알았어”라고 말하고 일어났다.
그리고 다시 게임을 이어서 했고 이후에는 조심조심 안전하게 같이 놀았다.
뛰어노는 아이에게 내가 매일 조심해, 천천히 뛰어라고 말하는데, 이날은 수지가 넘어진 나를 걱정하고, 또 넘어질까 봐 조심하라고 챙겨주었다.
이거 뭔가 역할이 바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아이의 이런 관심을 받는 게 좋기도 했다.
조금 덜렁대고, 잘 부딪히고 넘어지는 나는 이런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오히려 수지는 조심스러운데 덜렁대는 엄마가 조심성 없어 넘어지는 경우가 발생한다.
그래도 이렇게 빈틈 많은 엄마지만, 이런 나를 좋아해 주고 챙겨주고 사랑해 주는 수지가 있어서 넘어지고 부딪혀도 그저 행복하다.
‘좀 넘어지면 어때, 그래도 수지랑 몸으로 같이 즐겁게 놀아서 좋은걸.’
수지는 집에 와서도 나에게 ’ 엄마 눈 크게 뜨고 조심해야 해 ‘라고 말했다. 그냥 조심해도 아니고 ‘눈을 크게 뜨고 잘 보라는’ 그 말이 너무 귀여웠다.
앞으로는 수지와 놀 때 눈을 크게 뜨고 주변 장애물을 살피며 조심히 잘 놀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