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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23. 2024

아이가 준 편지

말보다 더 진한 글

하루는 아침에 아이가 일어나서 거실로 나오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종이에 무언가를 끄적거리더니 "엄마 편지야" 하고 나에게 주었다.


수지가 준 편지에는 수지랑 나, 그리고 하트가 있었고 수지가 적은 글자는 '엄마 사랑해'라고 했다.

아침에 눈뜨자마자 아이에게 사랑편지를 받다니, 벅찬 감동이었다.


이 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사랑한다는 편지를 적고 싶었나 보다.

사랑한다고 말로 해도 되는데, 수지는 굳이 종이를 가지고 와서 편지를 적어주었다.


때로는 '좋아, 사랑해'라는 말보다 글이 더 깊게 와닿을 때가 있다.


아직 글자도 모르는 아이가 적은 편지에는 사랑해라는 정확한 글자 하나 없었지만,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의 그림과 삐뚤빼뚤한 하트, 그리고 아이가 어설프게 적은 글자에서 그 종이를 가득 채우고도 넘치는 '사랑'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아마 아이가 말로는 그 마음을 다 전하지 못할 것 같아, 종이에 꾹꾹  눌러 담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소중한 마음이라 더 조심스럽게 전하는 마음 같기도 했다. '사랑해'라고 말을 하면 1초면 충분할 텐데, 수지는 몇 분 동안 바닥에 엎드려 편지를 쓰며 정성을 담았다.


이 편지를 받고 내 마음 깊은 곳까지 채워지는 따스한 사랑을 느꼈다.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

내가 사랑하는 아이의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아이는 자기가 가진 사랑을 나에게 한없이 한없이 쏟아낸다.


아이는 다양한 방식으로 온 마음을 다 해 나에게 사랑을 표현한다.

요즘은 엄마와 수지, 하트를 그린 그림으로 ‘엄마가 좋다’는 마음을 자주 표현한다.

이 그림편지는 받을 때마다 행복으로 충전된다.

행복에도 하루치의 양이 있다면, 이 편지는 하루치의 행복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모든 메시지를 핸드폰 화면으로 봐야 하는 요즘, 가끔씩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가 그립기도 하다.

이런 그리움을 아이가 채워준다. 나도 이젠 받기만 하지 말고 아이에게 답장을 써줘야겠다.


우리 세 식구 그림을 그리고 하트를 가득 채워 넣어야지. 그리고 '수지야 사랑해, 고마워'라는 글자도 적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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