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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수집가 Oct 14. 2024

행복을 모른채 지나가는 날이 없다

아이와 함께하는 일상 속 행복

어제저녁 택배가 여러 개 도착했다.

난 택배를 집안에 들이지 않고 문밖에서 뜯는데, 내가 택배를 뜯는다고 하니 아이도 와서 보겠다며 신발을 신고 내 옆에 쭈그리고 앉았다. 그리고 내가 택배 상자를 뜯어서 물건을 꺼내니 수지가 받아서 정리해 주며 보조 역할을 해주었다.


택배로 받은 것 중에 휴대용 물티슈가 있었는데 수지가 이걸 너무 이쁘게 나란히 정리했다.


내가 다른 물건 정리하는 사이 이렇게 가지런히 정리해 놓은 걸 보고 너무 놀랍고 기특해서 감격에 차오른 목소리로 수지를 많이 칭찬했다. 너무 이쁘게 정리했다고, 대단하다고, 고맙다고.

수지는 자기가 봐도 만족스러운지 배시시 웃었다.


택배 정리하는 게 별거 아닌 일인데, 수지가 도와주면서 함께하니 웃음꽃이 피며 즐거웠다.


수지는 자기도 나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끼는 것 같기도 하고, 나와 같이 무언가를 한다는 것을 기뻐하기도 했다. 나도 수지와 같이 하면서 참 기뻤다.




그리고 이 날 저녁 자기 전에 수지가 글자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공부를 하고 싶다는 말은 노트에 펜으로 뭔가 끄적이고 싶다는 말이다. 그래서 노트와 펜을 꺼내주었다.


따로 한글공부를 시킨 적은 없지만 그래도 유치원에서 한글을 배우고 있어서 자음, 모음을 얼추 비슷하게 쓰기도 한다.


자기 이름도 어설프게 쓰는데 노트를 꺼내주니 수지가 기억하는 글자들을 하나씩 써 내려갔다.

그리고 내가 노트에 수지 이름과 내 이름을 써주며 따라 써보라고 했다.


그렇게 글자 따라 쓰기 놀이가 시작되었고 나는 '사랑해'를 적고, “수지야 이거 사랑해야. 적어볼래?" 하고 펜을 수지에게 주었다.


수지는 펜을 야무지게 잡고 꼬물거리며 열심히 적었다.

그리고 “엄마 다했어” 하고 적은 글자를 보여주는데 '사 랑 해'라는 글자를 또박또박 잘 적어놓은 모습에 깜짝 놀랐다.


글자 따라 쓰기 한 것 중에 가장 잘 적은 글자였다.

이전에 쓴 그 어떤 글자보다 가장 정성 들여 쓴 느낌이었다.

수지가 또박또박 적은 ‘사랑해’라는 글자를 보는데 아이 마음속에 사랑도 선명하게 보이는 것 같았다.


수지가 적은 ‘사랑해’를 보는데 꼭 사랑편지를 받은 것처럼 마음이 몽글몽글하고 뭉클했다.

수지가 노트에 적은 '사랑해'는 내 마음에도 또박또박 새겨졌다.


엄마의 택배정리를 도와주며 기뻐하고, 사랑해라는 세 글자를 정성스레 꾹꾹 눌러 적어주는 아이 덕분에 사랑을 느낀 참 행복한 저녁이었다.


아이와 함께하는 모든 사소하고 평범한 일상들 속에 이런 감사와 행복이 항상 있다. 행복을 모른 채 지나가는 날이 없다.


아이가 늘 옆에서 ‘행복은 항상 여기 있어’ 하고 말해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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