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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이와 함께 맞는 아침이 행복하다

엄마가 돼서 정말 행복하다

by 행복수집가


내 아이는 저녁에 일찍 자는 편이다. 정말 활동을 많이 하고, 에너지를 많이 쓴 날은 저녁 8시 반에 잠들거나, 보통 9시에서 9시 반사이에 잔다. 그래서인지 아침에도 일찍 일어난다.


내가 아침 알람 맞추어놓은 시간은 6시 40분인데, 수지는 6시쯤 되면 일어난다. 더 오래 잘 때도 있지만, 수지의 보통 패턴이 그 정도쯤에 늘 일어난다. 그리고 일어나서 나를 확인한다. 신기하게 수지가 깨면 나도 자동적으로 같이 깬다.


난 자고 있었는데, 아이가 일어나면 뭐가 연결이 돼있는 건지 나도 같이 깨버린다. 하지만 바로 몸을 일으키진 않고 최대한 누워 있다. 수지는 일어나면 날 보고 "엄마 나 잘 자떠"라고 말한다. 항상 일어나면 자기가 잠이 깼다는 표현으로 그렇게 말한다. 그러고 나서 "엄마 잘 자 떠?" 하고 물어본다.


그럼 나는 "엄마는 더 잘 거야"라고 하면, 수지가 "엄마 일어나 나가자~" 한다. 난 "아직 자는 시간이야~ 엄마는 더 잘 거야"라고 하면, 수지는 아무리 말해도 엄마는 지금 일어나지 않겠다 싶은지, 말을 멈추고 혼자 놀기 시작한다.


이제 37개월이 된 수지는, 나랑 아직 같이 자고 있는데 잠이 깨도 절대 혼자 거실로 나가지 않는다. 꼭 엄마랑 같이 나간다. 수지에게 "수지 먼저 거실에 가 있어~"라고 하면 수지는 "안돼 엄마랑 같이 갈 거야. 무서워"라고 한다. 이렇게 겁이 많은 수지가 너무 귀엽다.


어쨌든 아침에 난 더 자기로 하고, 좀 더 누워 있는데 수지는 누워 있는 내 옆에 누워서 노래를 부른다. 오늘 아침에도 아는 노래는 다 부른 것 같다. 흥얼흥얼 노래를 부르는 아기의 목소리를 듣고 있으니, 그 노래를 배경음악 삼아 내 아침이 뭔가 더 귀여워지는 느낌이다.


밖에는 빗소리가 들리고, 방 안에서 아이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행복했다.


수지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깜빡 잠이 든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알람이 울려서 정신을 차려보니, 수지는 여전히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귀여운 목소리로. 내가 이제 일어나야겠다 싶어서, 수지를 쳐다보니 수지가 "엄마 잘 자 떠?" 하고 물어본다.


그래서 "응 엄마 잘 자 떠~" 하고 아기를 안아주고 뽀뽀하고 달달한 아침 스킨십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서 내 눈앞에 보이는 아기의 모습은 매일 봐도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다. 자는 아기도 정말 이쁜데, 자고 막 일어난 아기의 모습도 정말 사랑스럽다.


이 사랑스러운 모습을 아침마다 볼 수 있는 게 감사하다고 느껴진다. 아기와 같이 일어나는 아침이 너무 소중하고 행복하다.


수지와 아침 기상 세리머니를 한참 즐겁게 하고, 이제 같이 거실로 나간다. 방문은 꼭 수지가 연다. 내가 열면 "수지가 열건대!" 하며 울고불고 난리가 난다. 방문을 여는 게 수지의 아침 루틴이다. 이렇게 우리의 아침이 시작된다.


그리고 예전엔 등원을 잘하다가 한동안 아침마다 울며 등원해서 마음 아팠던 시기가 있는데, 요즘엔 등원을 너무 즐겁게 잘한다. 아침에 아이와 실랑이하지 않고, 우는 아이를 억지로 떼놓지 않고 등원시키니 더 행복하고 감사하다. 우는 아이를 떼놓고 가는 일은 겪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들어가서는 잘 지내겠지 하는 걸 알지만, "엄마~~~~ 가지 마!" 하며 엉엉 우는 아이를 선생님 품에 맡기고 돌아 나올 때 마음 한편이 계속 무겁고 아팠다. 그럴 때마다 마음을 잡고 잡고 다잡아야 했다. 출근을 해야 하는 엄마라, 어린이집에 보내는 순간에 아이를 선생님께 다 맡겨버려야 한다 내 마음까지도 온전히. 아이는 보내놓고 마음이 계속 아이를 붙잡고 있으면 힘들다.


그래서 수지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난 출근하는 순간부터는 아이 걱정은 하지 않는다. 그 시간 동안엔 내 손을 떠났으니, 선생님께 온전히 맡긴다. 그리고 아이가 잘 놀 거라고 믿는다.


한동안 그렇게 힘들게 등원시키다가, 요즘엔 수지가 좀 더 커서인지, 아이에게 어떤 심경의 변화가 온 것인지 수월하게 등원한다. 매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그리고 아침 등원할 땐 놀이터에 잠시 들러서 그네를 꼭 한 번은 타고 간다. 그렇게 놀이터에 출근도장 찍고, 즐겁게 어린이집으로 간다.


아침에 그네를 타기 위해서, 조금 여유롭게 집에서 나간다. 아이와 아침시간을 더 보내기 위해 시간을 내는 일은 전혀 피곤하지 않고 행복하다. 그네를 탈 때 수지가 얼마나 환하게 웃는지 모른다. 미소가 가득한 아이 얼굴을 보면 나에게 큰 행복감이 정말 파도처럼 밀려온다. 아이의 웃는 모습에 나도 같이 함박웃음 짓게 된다. 아이와의 함께하는 등원이 즐거운 우리의 데이트 시간이다.






아이를 등원시킬 때 잠시 같이 노는 것은, 하원하고 나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르다. 아직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 일찍 나와서 아이와 둘만 즐겁게 웃으며 시간 보내고 하루를 행복하게 시작하는 이 느낌. 뭔가 기분 좋아지는 비타민을 잔뜩 먹어 즐거운 에너지로 든든하게 채워진 느낌이다. 수지와 등원하는 아침이 너무 소중하다.


그리고 이번주 내내 비가 오고 있는데, 오늘 아침에도 비가 와서 장화를 꺼내 놓았다. 수지는 저번에도 장화를 내 앞에 챙겨주어 날 감동시키더니, 오늘도 나에게 장화를 챙겨주었는데, 오늘은 내 발 앞에 놓여있던 장화를 내가 신기 좋도록 문쪽으로 방향을 돌려 놓아주었다.


이 섬세함에 깜짝 놀라서 감성이 폭발했다. 엄마 감동받았다고 수지에게 너무 고맙다고 몇 번을 말했는지 모른다. 아이의 세심한 배려에 너무 감동받고, 따뜻하고, 행복했다.


이렇게 하라고 시킨 적도 없는데, 아이 스스로 엄마를 챙기는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볼 때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아이에게서 내가 매일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느낀다.


엄마가 되어 내가 아이를 사랑하고, 아이가 날 사랑하는 이 마음을 느끼는 것이 너무 행복하다. 오늘도 '내가 엄마가 돼서 정말 행복하다'라고 생각했다.


아이를 향한 사랑과 아이에게서 받는 사랑으로 인해 내 마음이 사랑으로 가득 차는 이 삶이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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