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
아이의 장난감이 새롭게 하나 업데이트 됐다.
바로 '오리 계단 미끄럼틀' 장난감.
이 장난감은 오리 여섯 마리가 계단을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건데 음악소리에 맞춰 오리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머리띠를 사러 갔던 액세서리 가게에서 우연히 본 이 장난감 앞에 수지는 홀린 듯이 가서 멈췄고,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사려던 머리띠는 안 사고 오리 장난감을 데려왔다.
작은 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게 내가 봐도 무척 귀여웠다. 수지는 오리가 웃기다며 좋아했다. 오리들이 움직일 때 나는 음악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수지가 좋아하니 괜찮았다.
장난감을 사서 집에 오자마자 수지는 오리들과 놀았다. 한동안 혼자서도 잘 놀아서 나도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혼자 노는 게 심심했는지 날 바라봤고, 수지의 마음을 눈치챈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수지 옆에 앉았다.
나도 수지랑 같이 오리들이 미끄럼틀 타는 걸 봤다. 그렇게 옆에서 한참을 보고 있으니 장난감에서 나는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수지에게 살짝 말했다. "수지야, 오리도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이 말에 수지가 알겠다며 장난감 전원을 껐다.
그제야 집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오리들의 요란한 음악소리가 멈추니 집은 금세 조용해졌고, 난 이 분위기 탓인지 잠이 솔솔 밀려왔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난 거실 전기장판 매트 위에 누웠다.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잠깐 자고 눈을뜨니 수지가 오리 장난감에 있는 오리를 손으로 직접 미끄럼틀을 태우고 있었다. 전원을 켜면 오리가 저절로 움직일 텐데 수지는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수지야 왜 장난감 안 켰어?"라고 물었다.
수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너무 자서."
"엄마가 자고 있으니까, 시끄러울까봐 안 켠 거야?"
"응."
자는 엄마를 배려해 준 수지에게 너무 고마웠고 감동을 받았다. 전원을 켜서 오리들이 미끄럼틀 타는 걸 보고 싶었을 텐데 엄마가 자니까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고 혼자 조용히 놀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이쁜 아이라니.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나는 수지에게 이제 장난감 켜도 된다고 했다. 그 말에 수지는 바로 장난감 전원을 켜고 오리가 미끄럼틀 타는 걸 다시 신나게 즐겼다.
처음엔 조금 시끄럽게 느껴졌던 장난감의 노랫소리가 나중엔 그저 귀엽게 들렸다. 귀여운 노랫소리와 함께 수지의 사랑스러운 웃음이 더해져 행복이 가득했던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