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행복수집가 Dec 17. 2024

아이와 오리 미끄럼틀 장난감

아이의 사랑스러운 마음

아이의 장난감이 새롭게 하나 업데이트 됐다.

바로 '오리 계단 미끄럼틀' 장난감.


이 장난감은 오리 여섯 마리가 계단을 올라가서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건데 음악소리에 맞춰 오리들이 자동으로 움직인다. 머리띠를 사러 갔던 액세서리 가게에서 우연히 본 이 장난감 앞에 수지는 홀린 듯이 가서 멈췄고, 눈을 떼지 못했다. 결국 사려던 머리띠는 안 사고 오리 장난감을 데려왔다.  


작은 오리가 자동으로 움직이면서 계단을 올라가고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는 게 내가 봐도 무척 귀여웠다. 수지는 오리가 웃기다며 좋아했다. 오리들이 움직일 때 나는 음악소리가 조금 시끄럽긴 했지만 그래도 수지가 좋아하니 괜찮았다.


장난감을 사서 집에 오자마자 수지는 오리들과 놀았다. 한동안 혼자서도 잘 놀아서 나도 내 할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혼자 노는 게 심심했는지 날 바라봤고, 수지의 마음을 눈치챈 나는 하던 일을 멈추고 수지 옆에 앉았다.


나도 수지랑 같이 오리들이 미끄럼틀 타는 걸 봤다. 그렇게 옆에서 한참을 보고 있으니 장난감에서 나는 음악소리가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지경이었다. 나는 수지에게 살짝 말했다. "수지야, 오리도 이제 좀 쉬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이 말에 수지가 알겠다며 장난감 전원을 껐다.


그제야 집에 고요함이 찾아왔다. 오리들의 요란한 음악소리가 멈추니 집은 금세 조용해졌고, 난 이 분위기 탓인지 잠이 솔솔 밀려왔다. 쏟아지는 졸음을 참지 못하고 난 거실 전기장판 매트 위에 누웠다. 그리고 곧 잠이 들었다.


잠깐 자고 눈을뜨니 수지가 오리 장난감에 있는 오리를 손으로 직접 미끄럼틀을 태우고 있었다. 전원을 켜면 오리가 저절로 움직일 텐데 수지는 수동으로 하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수지야 왜 장난감 안 켰어?"라고 물었다.


수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엄마가 너무 자서."

"엄마가 자고 있으니까, 시끄러울까봐 안 켠 거야?"

"응."


자는 엄마를 배려해 준 수지에게 너무 고마웠고 감동을 받았다. 전원을 켜서 오리들이 미끄럼틀 타는 걸 보고 싶었을 텐데 엄마가 자니까 시끄럽게 하지 않으려고 혼자 조용히 놀고 있었다. 정말 이렇게 이쁜 아이라니.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 없다.


나는 수지에게 이제 장난감 켜도 된다고 했다. 그 말에 수지는 바로 장난감 전원을 켜고 오리가 미끄럼틀 타는 걸 다시 신나게 즐겼다.


처음엔 조금 시끄럽게 느껴졌던 장난감의 노랫소리가 나중엔 그저 귀엽게 들렸다. 귀여운 노랫소리와 함께 수지의 사랑스러운 웃음이 더해져 행복이 가득했던 저녁이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