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안부를 묻는 마음
오후 5시 45분쯤 아이 하원시키러 유치원에 갔다.
유치원 입구에 도착해서 선생님께 "박수지요~" 하고 말하니, 선생님이 수지를 불러주셨고 잠시 후 수지가 연장반 아이들이 모여있는 교실에서 걸어 나왔다.
종종걸음으로 걸어 나오는 모습만 봐도 너무 반갑고 귀여웠다. 난 "수지야~!" 하며 열심히 손을 흔들었고 수지도 날 보며 두 손을 흔들어주었다.
유치원 입구 문 밖을 나와서, 손으로 수지 볼을 비비며 "우리 수지 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말했다. 이렇게 말하면서 수지의 안색을 살피고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하루종일 유치원에 있었던 아이는 조금 고단해 보인다.
아무리 생기발랄한 아이여도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유치원에 있는 건 많이 힘들 거다. 늦게 하원하는 날의 수지는 조금 가라앉은 듯 차분해 보인다.
난 조금 지쳐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얼른 집에 가고 싶은데, 수지는 아무리 늦어도 하원하고나서 놀이터는 꼭 간다. 이 날도 어김없이 놀이터에 간다고 했다.
놀이터에 가면서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오늘 힘들었어? 괜찮았어?”
저번달부터 내가 일찍 데리러 오지 못해서, 늦게 하원하는 수지에게 조금 미안한 마음이 항상 있다. 유치원에 하루종일 있으면서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조심스레 물어본 내 말에 수지는 이렇게 대답했다.
“괜찮았어.”
수지의 이 대답에 안도감이 들었다.
수지의 '괜찮았다'는 말에 내가 묘하게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우리 수지가 오늘 괜찮았구나.'라는 생각이 드니 나도 모든 게 괜찮아지는 것 같았다.
수지의 안부를 묻는 대화를 나누면서 마음이 좀 더 따뜻해졌다. 아마 안부를 묻는 말속에는 관심과 사랑이 담겨 있어서 그런 것 같다.
내가 수지의 안색을 살피며 관심을 가지니, 수지도 엄마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 하루의 고단함이 조금은 씻겨 내려가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 끝에 아이의 안부를 묻고, 놀이터에서 같이 놀고 밤산책 하며 집으로 돌아오는 일상이 참 행복하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이 좀 더 짧아진 요즘이지만, 그래도 변함없는 건 사랑이다. 상황은 변했지만 사랑하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이 사랑 덕분에 매일 하루를 따스하게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