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부모를 향한 깊고 넓은 사랑
수지 하원은 나랑 남편이 번갈아가며 한다. 평일에 남편이 쉬거나, 일찍 마치는 날엔 남편이 하원시키고 그 외 날은 내가 5시 반에 회사 조퇴하고 가서 하원을 시킨다.
매일 하원하러 오는 사람이 다르다 보니 수지는 아침에 등원할 때마다 오늘은 누가 오냐고 물어본다. 며칠 전 아침에도 수지가 오늘은 누가 오냐고 물어봤다.
그날은 남편이 하원시키는 날이어서 내가 오늘은 아빠가 간다고 했다. 이 말에 수지는 “힝, 난 엄마가 오는 게 좋은데.”라고 말했다.
나는 “아빠가 수지를 얼마나 좋아하는데~ 아빠가 와도 좋지"라고 했더니 그래도 수지는 엄마가 오는 게 좋다며 입을 삐죽거렸다.
아빠가 하원시키는 날엔 차 타고 편하게 집에 올 수 있어서 더 편한데도 수지는 내가 오는 게 좋다고 했다.
아빠가 알면 섭섭하겠다 싶었지만 , 엄마가 오는 게 좋다는 수지의 말에 입꼬리가 씰룩거리며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수지에게 물어봤다.
“수지야, 엄마가 데리러 가는 게 왜 좋아?”
"엄마가 사랑스러워서."
수지의 이 대답을 듣고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다.
난 수지가 그냥 '엄마가 좋아서.'라고 단순하게 말할 줄 알았는데 엄마가 사랑스러워서 그렇다는 예상치 못한 말에 또 심쿵당했다.
아이를 키우기 전엔 몰랐다. 아이가 부모를 이렇게 많이 사랑할 줄은. 난 부모가 아이를 향한 사랑이 더 클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많이 느끼는 것은 아이가 부모를 향한 사랑이 바다처럼 깊고 넓다는 것이다. 때로는 나보다 더 깊은 사랑을 품고 있는 것 같아 놀라기도 한다.
수지는 나에게 혼나고 한바탕 울고 나서도 엄마가 좋다며 나에게 온다. 그걸 볼 때마다 ‘어쩜 이런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싶으면서 마음이 녹아내린다.
엄마가 사랑스럽다는 아이에게 내가 해줄 수 있는 건, 오직 사랑을 주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 날은 내가 하원시키러 가지 않아도 됐지만, 엄마가 왔으면 좋겠다는 수지의 말을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남편이랑 같이 하원시키러 갔다. 엄마 아빠가 같이 가니 수지는 더 좋아했다. 수지의 해맑은 웃음을 조금이라도 더 볼 수 있어 행복했다.
이렇게 사랑이 차곡차곡 쌓이는 날들이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