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연화_시가 된 사람

by 램램

오랜만에 다시 극장에서 <화양연화>를 보고 나오는 길,

날카롭게 추운 겨울날이었지만

홍콩, 싱가포르, 앙코르와트의 습한 공기가 주변을 맴도는 기분이 들었다.



<화양연화> OST에 있던 엽서. 십여 년 전부터 계속 가지고 있었다


문득 <화양연화> OST에 있던 양조위 엽서가 기억나 오래된 물건을 뒤적거리다가

아주 오래전에 쓴 엽서를 함께 찾았다.

주소까지 적어놓고 왜 결국 부치지 않은 걸까 생각했다.

아마 그 엽서를 보내고 오지 않을 답장이 두려웠던 것 같다.


'아무것도 아닌 사이'였지만

‘아무렇지 않을 수 없는 사이'였다.

친구지만 그 이상의 감정을 공유한,

연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소중하지 않은 것이 아닌.

조금 더 어른이 되어서야 그것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다 흐지부지 멀어졌고.

이제 다시 서로를 찾지 않는다.

문득 떠오를 때마다

‘어딘가에서 잘 지내고 있겠지’ 생각한다.


학원 수업이 끝나고 산책하던 공원의 공기

시답잖은 이야기로 전화기를 놓지 못하던 밤들

주머니 속 캔커피의 온도

작고 작은 추억들이 미처 다 산화되지 않고 기억을 맴돈다.





화양연화의 두 사람은

서로의 배우자가 저지른 행동을 이해해 보려 애쓰고

그들처럼 되지 않으려고 더욱 애쓴다.

애쓰면 애쓸수록, 서로가 서로에게 어쩔 수 없을 정도로

소중해져 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그리고 멀어지기를 택한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상대를 아름답게 기억할 수 있는 건

결국 미처 하지 못한 말들을 남긴 채

헤어진 덕분 일지도 모른다.

모든 말을 다 전했더라면, 아름답지 않았을지도.


어떤 인연은 끝나지 않은 채 끝나버려서 영원해진다.

마음을 맴돌면서, 작아지고, 더 작아지지만, 사라지지는 않는다.

그렇게 줄어들고 줄어든 마음이 시가 되는 게 아닐까.

결국엔 시가 된 사람.

앙코르와트에 그가 남겨둔 것은 삼키고, 삼키며 시가 된 마음이었겠지.




글을 쓰며 생각난 노래를 적어보고, 기록해둔다.

반딧불이처럼 깜빡이며 나타나는 그리움들을 그러려니, 하며 다시 지나쳐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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