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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계절의 끝자락에서 “

by 램프지니

아침 공기가 달라졌다.

삼월 중순, 밤사이 내린 비 때문일까?

기온이 내려가고, 공기에는 낯설지만 익숙한 변화가 느껴진다.

마치 계절과 계절이 서로에게 “수고했어” 하고 악수를 나누는 듯한 순간.

그 짧은 교대식이 지나면, 또 새로운 계절이 시작되겠지.


그런데 정작 나는,

이런 작은 변화를 느낄 여유가 있었던가?

일하느라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이 흐르는 것을 애써 외면한 채,

그저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건 아닐까?


일하면서 나이 드신 환자의 정신 상태를 체크할 때면,

늘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름이 뭐예요?”

“오늘이 몇 월 몇일인지 아세요?”

“여기가 어딘지 말해보세요.”


그런데 문득, 스스로에게 묻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지금, 진짜 오늘을 살고 있는 걸까?

아니면 그저 흘러가는 시간 속에 잠시 머물고 있는 걸까?


하루는 길지만,

한 해 한 해는 손끝에서 모래처럼 빠져나간다.

아무리 정신을 부여잡고 살아도,

기억하지 못하는 순간이 너무 많다.


지금 나는, 어디쯤 서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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