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호주에 온 지도 몇 달이 지나 계절이 바뀌었다. 가져온 돈은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고, 생활비는 생각보다 훨씬 많이 들었다. 수입은 없고 지출만 있으니 체감상 더 위기감을 느꼈다. 그래도 계절이 바뀌었으니 편하게 입을 옷을 사야 했다. 가장 저렴한 것으로, 꼭 필요한 것만.
친구와 함께 옷을 사러 갔다가 깜짝 놀랐다.
“어머나! 세상에 옷감이 왜 이래?”
한국에서는 본 적 없는 품질이었다. 얇고 거친 옷감이었는데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쌌다. 이 돈이면 차라리 고기를 사 먹고 몸보신을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 었다. 그렇게 고민하며 돌아다니다가
‘Second Hand Shop’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말 그대로 중고품을 파는 가게였다.
호주에서 처음으로 들어가 본 중고옷 가게. 예상보다 훨씬 다양한 옷이 걸려 있었다. 캐주얼한 옷부터 정장, 심지어 파티복까지, 시즌과 상관없이 여러 가지 옷들이 섞여 있었다.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고 신기했다. 그러다 누구나 아는 유명 브랜드의 옷이라도
발견하면 괜히 눈이 반짝거렸다. 고르고 골라 상태가 괜찮은 옷을 샀다. 비록 새것은 아니었지만, 그때의 나에게는 충분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정말 마음에 드는 파티복을 발견하면, 서로 입어보고 나서 웃음을 터뜨리곤 했다. “우리는 키가 너무 작아서 이 옷은 어울리지 않네,” “이건 너무 파여서 조금 부담스러워,” 하면서 품평회를 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만큼은 영어를 마음속에서 잠시 내려놓고, 짧게나마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알고 보니 호주에서는 중고샵이 꽤 인기였다. 옷, 가구, 그릇 그리고 그림까지 정말 다양한 물건들을 팔았다.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학생이나 젊은이들도 부담 없이 쇼핑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연스럽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 후로도 가끔 친구와 함께 중고 가게를 찾곤 했다. 머리를 식히고 싶을 때면 일부러 들러 옷을 구경하고, 주인과 짧게 대화를 나누며 새로운 문화를 배웠다. 중고샵은 우리에게 또 다른 배움의 공간이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중고 가게가 보이면 들어가 구경해 본다. 더 이상 생활이 빠듯해서가 아니라, 그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옷 사이를 천천히 둘러보다 보면 어느새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땐 우리가 그랬지.”
힘들어서 더 성장할 수 있었던 그때의 젊은 우리가 옷을 고르는 모습을 상상하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