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안에서 빛나는 순간들”

#5

by 램프지니

전쟁통에서도 아이는 태어난다고 하지 않던가!.

절박하고 낯선 환경 속에서도 삶은 이어지고, 때로는 꽃을 피운다.

랭귀지 스쿨에서의 시간도 그랬다.

처음엔 모든 것이 두렵고 막막하게 느껴졌다. 영어라는 언어의 벽, 다른 문화에 대한 낯섦, 그리고 고립된 듯한 외로움. 하지만 그 안에도 분명히 웃음이 있었고, 낭만이 있었으며, 세상을 향한 설렘이 가득했다.


2002년 월드컵. 대한민국이 4강에 진출하던 날.

그날, 우리는 국적을 초월해 하나가 되었다.

학교 안 작은 펍에 모여,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며 모두가 한 목소리로 응원했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주먹을 불끈 쥐고 뛰어오르며, 환호성을 질렀다.

호주 친구들도 우리와 함께 흥분하며 “Korea! “를 외쳤다.

그 순간만큼은 영어 실력이 어색하든 말든 중요하지 않았다.

우리는 모두 한 팀이었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이었다.


랭귀지 스쿨에서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과정은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때때로 그보다 더 유쾌했다.

어느 날, 한 친구가 점심으로 케밥(Kebab)을 먹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내가 그 말을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되물었다.

“뭐라고? 개밥?”

내가 말을 꺼내자마자, 주변에 있던 친구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니야! 케밥이야, 개밥이 아니라!”

“와, 순간 개밥을 먹는다는 줄 알고 깜짝 놀랐어!”

배를 잡고 깔깔거리며 서로 장난을 주고받던 그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실수를 웃음으로 녹이며, 조금씩 언어를 배워갔다.


물론 영어 공부가 가장 중요한 목표였지만, 나는 이왕 온 김에 ‘호주’라는 나라 자체를 더 깊이 경험하고 싶었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활한 자연.

끝없이 펼쳐진 파란 하늘과 탁 트인 바다.

그곳에서 나는 숨을 멈춘 듯 가만히 서서, 오랜만에 깊이 들이마셨다.


“이곳에서 나는 또 다른 세상을 만나고 있다.”


랭귀지 스쿨에서는 분기마다 익스커션(Excursion, 현장학습)을 떠났다.

캥거루가 뛰노는 공원을 지나고, 시드니 오페라 하우스를 마주하며, 푸른 바닷가를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내 생각도 커지고, 시야도 넓어졌다.


비록 영어라는 큰 장벽 앞에 서 있었지만, 우리는 젊었고, 충분히 반짝였다.

우물 안 개구리였던 내가 조금씩 그 우물을 벗어나 세상을 배우고 있었다.

아직은 불확실한 미래였지만, 꿈을 꾸기에 그 시절은 충분했다.

조금씩 익숙해졌고, 조금씩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