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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의 크리스마스는 늘 가족이나 친구 혹은 연인과 함께하는 따뜻한 시간, 울려 퍼지는 캐럴, 하얗게 쌓인 눈, 추운 겨울, 주고받는 선물과 웃음소리로 가득한, 분주하고 사랑스러운 풍경이었다. 매년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때마다 기분 좋은 설렘이 가득했고, 모든 것이 특별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호주에서 처음 맞은 크리스마스는 내가 알고 있던 그날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한여름의 태양은 뜨겁게 내리쬐고, 거리에는 사람의 모습도, 차량도 보이지 않았다.
‘이건 뭐지? ‘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죽은 도시처럼, 그야말로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그 큰 도시에 나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친구 집까지 걸어가는 데 15분 동안 단 한 명의 사람도 마주치지 못했다. 이런 호러 무비는 상상도 못 했다. 다른 날도 아니고, 크리스마스에 이럴 수가 있을까? 의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어찌 되었든, 친구들과 함께 보내기로 한 크리스마스였다. 우리는 각자 음식을 준비하고, 나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며 기념하기로 했다. 다들 호주에서 처음 맞는 크리스마스니까. 다들 들떠 있었다. 나는 디저트를 맡았고, 친구는 크리스마스 전통 음식인 칠면조대신 닭볶음탕을 만들어 저녁을 먹고 나서, 우리는 다 같이 거실에 모여 앉아, 영화도 보고 크리스마스 캐럴을 부르기도 했다. 오랜만에 느끼는 즐거운 시간이었다.
당연히 한 여름의 호주는 눈이 내리지 않지만, 우리는 그 순간만큼은 눈이 내린다고 상상하며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 웃음이 터졌고, 아무도 제대로 노래를 부르지 못했다. 그 덕분에 분위기는 더 즐겁고, 크리스마스의 의미가 더 따뜻하게 다가왔다.
이 특별한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의 끝자락에서, 우리는 “내년 크리스마스에는 좀 더 준비해서 더 재미있게 보내자! “며 서로 다짐했다. 그런 다짐과 함께, 호주에서의 첫 크리스마스의 추억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은, 이곳에서는 크리스마스가 가족 중심의 명절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집에 모여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거리에는 사람도, 도로에 차도 거의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가게들도 모두 문을 닫고, 모든 것이 고요하고 황량해 보였다. 그 풍경은 정말 낯설고 기이했다. 지금은 호주의 문화에 익숙해졌지만, 처음 맞이한 크리스마스는 그야말로 당황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