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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호 Oct 31. 2017

내일의 사랑을 미리 해야하는 걸까

고래의 노래

기다림과 가을 / 김선호


기다림이란 예쁜 다리로부터 스타킹에 올이 나가고 있는 것이 멈추기를 바라는 것과 사촌 쯤 될지도 모른다 때로 기다림은 살아가는 순간 가슴 아려지는 것이기도 하고 또 다시 만난다는 희망을 갖는 고래의 노래이기도 하다 그래서 기다림의 얼굴은 어쩌면 해녀의 후이후이 휘파람 소리를 닮았는지도 모르고 또 슬픈 눈동자가 바라보는 구름 낀  먼산인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일이라는 시간을 기다린다면 내일의 사랑을 미리 해야하는 것일까 아닐까 우리가 미래라는 시간을 기다린다면 미래의 희망을 미리 가불해서 쓰는 것일까 아닐까 그런 싱숭생숭한 생각이 거미줄을 치면 이 계절의 어느날 비는 하염없이 추적추적 내린다


좁지만 아담하고 사랑을 나누기에는 부족함이 없는 고래의 뱃속은 따뜻하다 그런데 거기가 어디인지 들어가 보기는 했을까 기다림은 그 따뜻함을 기억하게 하는 그림 일기장이다 그래서 더 예쁜 색으로 칠해져 있는 듯하고 또 칠하고 싶은 것이다  현실은 그럴까 그렇지 않을까 하지만 그렇다고 생각하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전설이 있다


 기다림 속에서 아름다운 꿈을 꾼 그 날은 우산을 쓰고 산을 오르는 안개비가 가끔 낮설지 않은 손짓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기다림에 지쳐서 철마다 아름다운 꽃과 사과나무를 심는 것은 욕망과 두려움으로부터 스스로 자유스러워 지려는 것이기도 하다 자유를 찾은 구름이 객쩍은 바람을 피해 높이 서성이면 가슴은 시려오고 이내 천천히 하늘 모서리부터 쪽빛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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