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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란초 Sep 16. 2021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완벽한 사람은 없다

<슬기로운 의사생활> 11화에 석형의 고백 장면이 나온다. 석형은 민하에게 자신이 나쁜 사람일 수도 있는데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을 바라볼 수 있냐고 묻는다. 민하는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안심하셔도 된다고 답한다.

   그 대화를 들으며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생각해보게 된다. 늘 친절하고, 어떤 일에도 쉽게 화내지 않고, 자기가 맡은 일에는 끝까지 최선을 다하고, 친화력이 좋아서 주변을 편안하게 만드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좋은 사람의 일면일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꼭 완벽해야만 좋은 사람은 아니다.

   오히려, 자기 자신이 완벽하지 않은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훌륭한 인격을 소유했다고 느끼던 사람도 아이를 키우며 존재의 바닥을 경험해봤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그렇다고 '매번 나쁜 엄마인가'라고 묻는다면 그렇지도 않다.

   감추고 싶은 취약한 부분도, 남들에게 보이고 싶은 좋은 모습도 모두 ‘나’이다. 그렇게 통합된 자신으로 ‘나’를 이해할 때 다른 사람도 완벽하지 않은 존재라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그 인정에서부터 타자를 온전히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타자의 취약성을 받아주는 대표적인 선수들은 우리의 자녀들이다. 부모가 아무리 못난 모습을 보여도 아이는 부모를 사랑한다. 부모의 사랑에 사활을 거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 부모의 사랑보다 아이의 사랑이 더 크게 느껴지는 순간들도 있다. 그 사랑이 부모의 자격도 없는 것 같은 죄책감을 느낄 때에도 구원의 길을 낸다.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 안심하셔도 된다.’는 그 말속에서 ‘나'도, ‘너'도 다 연약한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태도를 느낀다. 네가 설령 나쁜 사람이라도 나는 별로 놀라지 않을 것이라는 그 깊은 사람에 대한 이해가 상대를 안심시킨다.

   우린 모두 착하기도, 나쁘기도, 이상하기도 한 사람들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을 때, 우리는 비로소 좋은 사람일 수 있는 건 아닐까. 비슷한 고민이 담긴 내용의 시를 소개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나는 누구인가?      

 ㅡ 디트리히 본회퍼, <저항과 복종> 책에서

나는 누구인가?
영주가 자기의 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태연하고 명랑하고 확고하게 감옥에서 나온다고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유롭고 다정하고 맑고 명령하게
간수들과 대화한다고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침착하고 미소지으며 자연스럽게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불행한 나날을 참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나는?

나는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자일까?
그렇지 않으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새장 속의 새와 같이 불안하고,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하며 몸을 떨고,
저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낙심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창작하는 데 지쳐서 허탈에 빠지고,
의기소침하여 모든 것에 이별을 고하려 한다.

나는 도대체 어떤자일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일까?
양자가 동시에 나일까?
사람들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약자일까?

나는 도대체 어떤 자일까?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내가 어떤 자이건
아, 하나님 당신은 나를 아시옵니다.
나는 당신의 것이 옵니다.

(1944년 6월, 나치의 수용소 감방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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