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사람은 없다
나는 누구인가?
영주가 자기의 성에서 나오는 것처럼
태연하고 명랑하고 확고하게 감옥에서 나온다고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자유롭고 다정하고 맑고 명령하게
간수들과 대화한다고
사람들이 자주 말하는 나는?
나는 도대체 누구인가?
침착하고 미소지으며 자연스럽게
승리에 익숙한 자와 같이 불행한 나날을 참고 있다고
사람들이 말하는 나는?
나는 정말
사람들이 말하는 것과
같은 자일까?
그렇지 않으면
다만 나 자신이 알고 있는
자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나는
새장 속의 새와 같이 불안하고,
부드러운 말과 인간적인 친근함을 그리워하고,
사소한 모욕에도 분노하며 몸을 떨고,
저 멀리 있는 친구를 그리워하다 낙심하고,
기도하고, 생각하고,
창작하는 데 지쳐서 허탈에 빠지고,
의기소침하여 모든 것에 이별을 고하려 한다.
나는 도대체 어떤자일까?
전자일까? 후자일까?
오늘은 이런 인간이고 내일은 다른 인간일까?
양자가 동시에 나일까?
사람들 앞에서는 위선자이고
자기 자신 앞에서는 경멸할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약자일까?
나는 도대체 어떤 자일까?
이 고독한 물음이 나를 비웃는다.
내가 어떤 자이건
아, 하나님 당신은 나를 아시옵니다.
나는 당신의 것이 옵니다.
(1944년 6월, 나치의 수용소 감방 안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