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우울과 친구

by 랜선친구

나는 우울함과 아주 친한 사이다.

아주 어린시절의 내가 자주 우울해 했는지 까진 잘 기억 안 나지만 적어도 사춘기 시절의 나는 내 우울에 확신을 가졌었다.

나는 우울했다. 중학교를 처음 올라가 막 적응할 무렵 학교에서 실시한 우울증 검사지에서 약 서른명의 반 치구들 사이 3명이 위험수준의 결과가 나왔고 그 3명 중 하나가 나였다.

누가 우울증상을 겪는지 선생님께서 공개적으로 알려주신건 아니였지만, 학교에서 반강제로 연계한 정신병원 진료 차트에서 익숙한 이름들을 보았기 때문에 나를 제외한 2명의 정체를 알게되는건 어렵지 않았다.

그 아이 중 한명은 이미 나와 오래된 단짝이었고 나머지 한명은 그이후로 친해져 중학교를 졸업할때쯤 단짝이 되었다.

일부러 그런아이들하고만 친해지려 한것은 아니다 라고 변명해 나를 포장하고 싶지만 사실 맞다.

나는 나와 비슷한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느꼈다. 그 아이들의 존재는 나를 편안하게 했다. 다른 아이들과 있을때 사소한 대화에서 느껴지는 이질감과 나 혼자 받는 상처를 그 아이들과 있을때는 느낄 일 없었다.

나와 같이 정신적으로 돌아갈 집이 없는 아이들

오히려 그래서 나와 항상 함께 있어줄 수 있던 아이들

나는 내친구들의 흉터를 보고 기뻤다.

나에게도 나를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해줄 진짜 친구가 생겼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우린 서로의 흉터를 확인하고 급속도로 더 친해졌다.

이렇게 비슷해서 친해진 우리는 우울을 대하는 방식에서는 아주 달랐다.

나는 우울할때 우울한 감정에서 빠져나오려 노력하지 않았다. 방법을 몰랐을 뿐더러 우울에 익숙해 그 안에서 묘한 안정감을 느끼기도 했으니까

난 우울에서 빠져나와 현실감이 들때 정신이 또렸해지고 세상이 흑백이 아닌 빛깔로 보일때 오히려 불안했다. 하지만 내 친구는 나완 달랐다 힘들때 그 감정에 매몰되지 않으려 노력했고 노력하는데 익숙해 보였다.

그 외에도 나에겐 그 아이를 제외한 타인은 빛나 보이지 않았는데 그 애는 타인의 빛나는 점을 볼 줄 아는 점에서 달랐다.

그런 우울감의 고조를 경험한 후, 나는 십년이라는 세월을 통해 그때와는 다른 어른이 되었지만 문득 우울한 기분이 들면 그 친구가 떠오른다.

나의 우울과 함께해줬던 친구

나의 우울과 함께 보낸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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