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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랭릭Langlic Apr 27. 2023

드라마보다 더한 직장생활기: MZ세대와 A세대

'어쩌다 팀장'이 된 당신에게 들려주는 오피스릴러 - 2편

오늘은 한(閑)중록이 아닌 일(勞)중록 같은 글입니다. 야근하면서 메일 한 번, 글 한 줄, 그러다 커피 한 모금 마시고 계약서 한 문단, 글 한 단어... 별 헤는 밤의 윤동주가 따로 없습니다. 지메일에 스치우는 메일 한 통에도 괴로운 것이 야근하는 직장인입니다. 일하면서 글을 쓰다니 월급루팡 아니냐고 하실 수도 있겠지만, 사실 그 이상으로 일을 하고 있으니 자신 있게 손해 보고 있습니다. 이상하게 일이 힘들고 많은 기간이 어느 정도 쌓인 다음에야 글이 써집니다. 왜 많은 유명 예술가들의 삶이 힘들었는지 이해할 뻔했습니다.


최근 회사 생활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을 공유해보고자 합니다.


MZ세대란 원래 그래? 같이 지내기 힘들어.
VS.
윗분들은 대체 왜 그러시는 거죠? 불편해요.


놀랍게도 1032056번쯤 들었...다는 건 반쯤 농담이지만, 내가 유독 이 질문을 많이 받은 주된 이유는 압니다. 나는 MZ세대의 어느 'M' 즈음에 태어났기에 생물학적으로는 젊은 사원들과 가까우나, 직급을 가지고 '윗분'들의 사고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 참 어중간하게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린 후배들과도, 임원 분들과도 곧잘 어울리는 편입니다. 자연히 양쪽의 고민과 불만을 가감 없이 듣게 되는데, 신기하게도 본질적인 내용은 늘 비슷합니다. 전자는 임원과 리더들이 본인 역할이 아닌 업무를 주며, 휴가나 주말, 퇴근시간을 존중하지 않거나, 사생활을 캐묻는 '비합리적'이고 '옛날 사람 같은' 언행을 한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가 왜 그걸 해야 하죠?'라는 말도 많이 합니다. 반대로, 후자는 '선배/상사로서의 지시'를 무시한다 하고, 일 시켰다고 뒷담화를 해서 힘들고, 회사인데 '까라면 까야'한다고 합니다. 이때 적대적인 관계는 서로를 '미친 팀장'과 '싹수없는 팀원'으로 생각하고, 그렇지는 않으나 갈등이 있는 관계는 '쟤를 어떻게 해야 하지'와 '제가 왜요'로 귀결됩니다.


내가 그 모든 고민과 일화를 듣고 연초에 귀에 염증이 생겨서 절개했습니다. 마취 안 하고 세 번 시술한 의사양반 잊지 않으리. 농이고, 아무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 말은 양쪽의 진실과 바닥을 다 본다는 것입니다. 저는 입장상 정확히는 아무 데도 속하지 못하며, 그런 입장으로서 확언하자면 둘 다 맞고 둘 다 틀립니다. 아니, 애초 '양쪽'이라고 2가지로 표현할 논제가 아닙니다. 세 가지 이유를 꼽아볼 수 있겠군요.


먼저, 세대란 것은 사람의 성향보다는 문화와 조건을 결정하는 편입니다. 아이가 많이 태어난 세대, 고도의 경제성장 아래 자란 X세대, 인터넷을 활발히 접하기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 최근 등장한 MZ, A세대 등이 있지요. 게다가 'MZ'세대는 80년대 초-00년대 초 출생이라 한 세대라고 하기에 너무 범위가 넓습니다. 물론 문화와 조건이 대체적인 성격 기반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지만, 그것이 직원 개개인의 동일성을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당장 친구들, 동기들과 본인의 성격이 동일한가 생각해 보면 다릅니다. 또한, 상대방을 단순히 '타인'보다 '나와 다른 세대/나이대의 사람'으로 보기 때문에 일어나는 오류가 있습니다. 상대방을 그냥 그 사람 자체로 보면 판단에서 생기는 오차가 감소합니다. 꼭 MZ거나 꼰대라서가 아닌, 그 사람이 그냥 원래 그런 성격의 사람이거나, 개인적으로 나쁜 상황에서 예민하게 행동하는 시기이거나, 혹은 적절한 소통법을 몰라 살면서 봐온 레퍼런스대로 행동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고요. 마지막으로 중요하지만 가장 어려운 건데,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진상'이 그가 아닌 나일 수도 있고, 둘 다일 수도 있고, 상황의 문제라 둘 다 아닐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합리적이거나 당연하다고 여기는 상식이 틀리거나 TPO에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 지점이 제일 어렵습니다. 올바른 피드백을 받기도, 스스로 하기도 까다로운 일이니까요.


나도 물론 그렇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안 좋은 사람이지 않을까요? 회사 내로 한정지어서 떠올려 보면, 팀장으로서 또래 팀원들에게 리더로 인정되지 않거나 아니꼬워 보이지 않을지, 상사들에게 건방지거나 뭣도 모르는 막내로 보이지 않을지, 후배들에게 지나친 권위나 지나친 관대함을 보이지 않을지 등 고민할 지점이 많았습니다. 자존감이 낮냐고 하시면 전혀 그렇지는 않지만, 원래 사람 간의 관계는 식물처럼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니까요. 그렇다고 너무 예민하게 신경 쓰면 부작용이 나서 본인부터 다치고요. 햇빛도 받고 폭풍도 맞고 그러면서 자기중심이 생기고 상호 간의 적절한 '선'을 알면 최소한 진상이 되는 건 피할 수 있습니다. 결국 세대 환경에 영향을 받을 수는 있지만, 어느 정도의 인품과 예의범절은 본인 스스로 단련하기 나름입니다. 어차피 사람 바꿔 쓰는 것 아니라고, 바꾸려고 노력할 수 있는 건 자신뿐이니까요.


회사 생활을 하다 보면 상처를 많이 받습니다. 시기질투, 저열함, 정치질, 앙심, 오해, 소시오패스, 불운, 기타 등등. 생각보다 막장 드라마가 힐링 에세이로 보일 정도의 일이 왕왕 있고, 이 글의 시리즈 제목이 '오피스릴러'인 이유입니다. 나도 얕고 깊은 상처를 입고, 슬퍼하고, 고독했고, 좌절한 적이 많아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일정한 '나'를 유지보수하고 자주 들여다봐주는 것이 나에겐 도움이 되었기에, 누군가에게도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중록을 남겨 봅니다. 반박 시 당신 말이 다 맞습니다만, 회사 내부의 여러 일로 지치는 시기라 나 자신을 다잡으려던 목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좀 특이한 취미를 가지고 있기에, 그거나 적어보고 싶어서 만든 브런치인데 하루 종일 회사에만 있다 보니 일스라이팅을 당했습니다. 노동자는 웁니다. 하지만 틈틈이 취미도 재미있게 소개해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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