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팀장'이 된 당신에게 들려주는 오피스릴러 - 1편
불행한 관리자가 행복한 관리자보다 많을까요? 그럴 겁니다.
그러면 굳이 불행할 확률을 시험해야 할까요?
매년 가던 국제 도서전에서, 어느 스웨덴 스님의 책을 홀린 듯 집어왔습니다. 젊은 나이에 대기업 최연소 임원으로 지명받았으나, 홀연히 그만두고 스님이 되어 평생 수행한 분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는 불행한 관리자가 되리라는 자신의 미래를 판단하고 미련 없이 그 길을 버렸습니다. 비슷한 기점에 놓인 나는 마치 프로스트의 시처럼 가지 않은 길을 가늠해 보았습니다. 미래형이지만요.
최연소, 업계에서 알려진 사람, 2년 연속 승진, 일 잘하는 검은 소, 성공할 것 같은 커리어, 혼자 일 다 하는 직원. 이력서의 사족처럼 나에게 따라붙은 낱말들이었습니다. 그런데 평사원인 나와 팀장인 나는 다를까요. 신입사원 때와 지금은 또 얼마나 다를까요.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고 하듯이 그래봐야 성격도 외모도 똑같은 나입니다. 하지만 저런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이유로 고평가 되어, 그 기대를 감당해야 하는 부담과 미래가 어깨에 묵직하게 내려앉는 기분을 체감했습니다. 자존심에 밥 먹여 줄 수는 있었지만, 결코 행복감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절벽 끝에 발끝으로 선 감각에 가까웠습니다. 두 가지는 확실했지요. 하나는 나에게 딸린 사람들과 의사결정에 책임져야 한다는 사실과, 둘째는 일이 어떻게 되든 모두가 보고 평가하고 저울질할 거라는 사실을요.
깨닫기엔 부족한 사람이라 외려 성취하고 경쟁하며 다투는 삶이 더 맞음을 인정하였습니다. 불행해질 확률을 감수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다만 그렇게 살면 화려한 포장지가 생기는 순간부터 스스로를 잃기 쉽다고 생각하였고, 그래서 딱 한 가지 원칙을 정했습니다. 어떤 처지이든 내가 나로 남아야 정확한 통찰을 통해 성장하여 오히려 그 기대에 부응할 수 있다고 여겼어요. 한낱 명함 위 완장에 속지 않고 나 자신에게 겸허하기로. 젊은 사람이 빠르게 성공하면 스스로의 마음을 곧잘 망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이런 상황에서 자신을 얼마나 정확히 보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기로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왜 빨리 팀장이 되었는지 궁금하신 분이 있을까요? 시작은 회사가 어렵고, 정해진 길도 없고, 전례도 없는, 불리한 일을 요구하였기 때문이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으나 나는 단순하게 생각했어요. 회사는 요구했고, 나는 돈 받았고, 그냥 할 일을 해야 한다고요. 결론은 담백했지만 쉽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일을 고민할 때는 두려웠고,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들과 협상할 때는 지쳤습니다. 나를 지탱한 건 아주 약간의 마음가짐이었습니다. 난처할 때마다 조금 더 용감하게, 조금 더 담담하게, 조금 더 괜찮다고 했습니다. 딱 심호흡 한 번 정도 할 만큼만요. 그 약간의 마음가짐이 누적되어 나타난 나비효과의 강력한 힘으로 여기까지 떠밀렸습니다. 보통 팀장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주어집니다. 예고편이 없다지만 회사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하나의 큰 흐름이 있어 그 안에서 나의 역할과 위치가 변해가는 걸 대략 짐작할 수 있습니다. 주로 변화 직전에 보여서 대비하기 어렵습니다만, 실력이든 운이든 연차든 반드시 하나 이상의 요인이 있습니다. 이 시리즈는 그렇게 '어쩌다 팀장'이 된 사람이 겪어낸 모든 마음과 일화를 적어 내려가는 글입니다. 과속 승진이었지만 그만큼 배워야 할 것이 많았고, 회사에서 날밤 새기 마련이었던 직원이기도 합니다. 낯선 관리자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분들이나, 중간관리자의 고충에 공감하고 싶은 분들, '리더'가 된다는 게 무엇인지 고민하는 분들, 그리고 회사 지박령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며 사나 궁금한 분들께 재미난 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