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구조대에게 구조받아 도착한 독일 알프스 동네

(5) 임멘슈타트

by Lanie

오후 3시 7분 기차를 타고, Shchwäbisch Hall에서 Immenstadt로 출발하였다. 이렇게 늦게 출발할 생각은 아니었는데. 예배와 박물관 관림과 점심식사까지 Shchwäbisch Hall에서 즐기게 될 줄이야. 그래도 그 마을을 아쉽지 않게 즐긴 것은 꽤나 만족스럽다. 그렇다고 해서 왠지 그보다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지는 않는다. 토요일의 시장과 주일날의 예배로 족했다. 그 이상의 머무름을 위해서라면 이곳에서의 일(생업)이 필요할 것이다. 그곳은 정말 아름답고 또 유서 깊지만 분명 어떠한 답답함과 지루함을 수반하고 있다. 도시로 나가면 나는 훨씬 개방감을 느낄 것 같다. 대형 마트에 들어가 자본주의의 산물들을 마주하고 싶었다. 아무튼 그렇게 그곳에서의 여행을 마무리하고 나선길이... 험난하다.


캐리어는 왜 이렇게 무겁고 바닥은 경사지고 울퉁불퉁한지. 기차는 3번을 환승하여 총 4가지로 타는 것이 계획이었는데 이 중 하나가 또 연착되어 5가지로 늘었고, 9시가 넘어 도착하게 생겼다. 아, 너무 여유를 부려 출발했다...


여정은 Shchwäbisch Hall - Heilbronn - Wendlingen - Ulm - Kempten - Immenstadt.


지금 일기를 쓰는 곳은 Wendlingen에서 Ulm까지 가는 기차 안이다. 방금 Wendlingen에서 대기 시간이 한 50분이라 나는 시내로 들어가 커피라도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역에서 그 시간을 보내기엔 시간이 아깝게 생각되었으며 역이 쾌적함과도 거리가 멀었다. 엄마는 불안함을 표했지만 나는 고집을 부렸고, 우리는 시내까지 15분을 걷고, 10분 만에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은 뒤 다시 15분을 걸어 역으로 왔다. 그다지 예쁘지는 않은 동네. 모던하고 지루해 보이는 동네였다. Shchwäbisch Hall과는 전혀 다른.


Wendlingen에서의 10분


비가 오다, 말다 한다. 도착하여 호텔 가는 길에는 비가 멈추기를(이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 오늘 참 잘 자겠다.




아무래도 여행 중에 일기를 쓰기 가장 적합한 곳은 기차 안이다.


그래서 지금은 Immenstadt에서 Augsburg로 가는 기차 안.


드디어 내가 바라던 기차의 풍경이다. 마주 보는 자리를 우리 둘이 차지하고, 널찍한 테이블에서 독서를 하고 글을 쓰는. 지금껏 낯선 동네에 있다가 아는 곳에 가는 마음이 훨씬 편하다. 여정도 직행으로 고작 1시간 10분 정도.


기차에서 여행 일기 쓰기




Immenstadt는 험난하고도 평화로운 곳이었다. 복잡 다난한 문명을 피해 평화로 닿는 길은 꽤 험난했다. 기차를 4번 갈아타고 겨우 Immenstadt역에 도착했을 때 그게 끝이 아니었다. 역에서 호텔까지 2km 정도를 걸어가야 했는데 매우 어두워진 상태인 데다가 비가 오고 있었다. 그래도 열심히 갔는데, 중간에 가로등이 없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지점부터 찻길 옆으로 나있던 인도가 찻길로부터 갈라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도대체 앞으로 쭉 나아가는 길인지, 산속으로 들어가는 길인지 알 길이 없었다. 역 앞에 있던 택시가 아른거렸다. 그냥 그것을 탈 걸... 아니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그걸 타고 다시 오는 게 나을 거 같았다. 나는 도저히 더 이상 앞으로 갈 수가 없었다.


가로등 하나 없는 이 낯선 길을 비 오고 깜깜한 밤에 갔어야 한다고 생각해 보라!

때마침 건너편에서 노란 형광 조끼를 입은 두 사람이 이마에 헤드램프를 달고 지나가고 있었다. 우리는 생존본능으로 그들에게 도움을 청했다. 구글지도를 가리키며 이 길이 맞는지를 물어봤더니 글쎄 차를 태워 주겠다는 것이다. 오, 감사합니다....! 정말이지 "Life savers"라고 했더니 안 그래도 개구리 두 마리를 살리고 오는 길이라고 했다. 개구리들의 산란 시즌에 로드킬을 당하지 않도록 하는 자연보호 자원봉사를 하는 젊은 부부였다. 그들의 눈빛, 못소리, 말씨에서 깊고 진정한 따뜻함을 느꼈다. 고마움의 표시로 소정의 돈을 드리려 했지만 그들은 극구 사양했다. 아, 정말 감사했다. 나도 더욱 도움을 주며 살아야겠다고 다짐했다. 갓 위기를 넘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내일의 평화를 기대하며 잠에 들었다.


아침에 눈을 떴더니 내가 기대한 풍경-알프스의 찬란한 푸른 들판과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은 아니었다. 산 할아버지는 짙은 구름모자를 쓰고는 벗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도 엄마는 그 풍경마저 너무 예쁘다며 찬사를 연발했다. 그거면 되었다.


짙은 모자를 쓴 산 할아버지


호텔 조식을 먹을까 하다가 마트로 갔다. 장을 보면서 나의 바람막이 하나, 엄마의 운동화 한 켤레도 함께 샀다. 완전히 독일 사람이 입을 것 같은 스타일의. 가격이 저렴하지만은 않아서 고민도 했지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것 같았고 빗속에서, 액티피티를 할 때, 숙소의 발코니에서도 편하게 입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것은 최상의 선택이었다. 덕분에 나는 하루종일 빗속의 산동네를 편하게 누볐으니. 생각해 보니 이 쇼핑 또한 생존본능에 의한 것이었는지 모른다. 그 이후로 외투로는 트렌치코트 하나만 챙겨 온 나와 신발이라고는 샌들만 챙겨 온 엄마에게 그 바람막이와 운동화가 없는 여행은 상상할 수가 없기에.


장을 보고 나와 호텔로 들어가서 짐을 두려 했는데 그냥 바로 Alpsee-Bergwelt(이곳에 온 이유)로 가기로 했다. 산동네 버스시간 맞추기가 어렵기 때문에. 엄마의 지혜로운 처사였다. 이 동네 버스 정보는 구글에 나오지 않았다. 아무 버스 기사 아저씨한테 그곳에 가려면 몇 번 버스를 타야 하는지 물어본 뒤 시간을 확인하니 꽤 오래 기다려야 하여 택시 타기를 시도했다. 여자 운전수가 약 19유로에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표를 끊고, 장본 집은 아래에 맡겨 놓고 바로 리프트를 탔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니 알파카 월드가 펼쳐졌다. 그건 예상치 못한 건데! 알파카 월드는 여기 올라온 값이 하나도 아깝지 않게 만들었다. 하여간 독일은 뭘 실망시키질 않아! 7년 전부터 독일에서 자주 느낀 것은, 물가가 저렴하지는 않으나 물건 값이든, 음식 값이든, 서비스 값이든, 어디 입장료든 값어치를 톡톡히 한다는 점이다. 솔직히 내 경험상 우리나라에서는 값을 내고 아쉬울 때가 종종 있다. 알파카들을 실컷 구경하고 드디어 Alpsee Coaster를 탔다. 영상으로만 보던 것! 생각보다도 더 스릴 있었다. 이것으로 Immenstadt에서의 스케줄은 끝!


Alpsee-Bergwelt의 알파카 월드와 Alpsee coaster

(Alpsee coaster에 관심 있으신 분은 다음 영상을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nKEI3lQvsmc)


버스를 타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발코니에서 장본 것으로 요기를 한 후 대학원 과제를 하나 하려는데 몹시 피곤했다. 앞으로의 여정을 위한 버스표나 좀 끊고, 낮잠을 잤다. 한 잠자고 나니 저녁 5시쯤. 동네 산책을 하고 7시가 넘어 다시 들어오니 발코니의 풍경이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제야 해가 좀 나는 것이었다. 정말 아름다웠다.


장 본 것으로 발코니에서의 요기 / 인생샷 시도 / 이제야 구름모자 살짝 벗은 산 할아버지


사실 이곳에서 주로 한 일은 풍경을 응시하는 일이었다. 자꾸만 너무 아름다워서 똑같이 찍은 사진을 또 찍고 또 찍었다. 나는 "응시"하는 데에 몇 시간을 소비했을까? 그 경이는 어떤 생각이 들게 한다기보다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게 해 주었다. 나는 여행 중에도 두고 온 현실에 대한 걱정이 여행을 방해할까 싶었는데, 오히려 너무하리만큼 현실을 떠올리지 않고 있다.


앞으로도 독일 여행 내지는 유럽 여행에서 앞으로도 나는 알프스를 결코 배제하지 못할 것이다.


겨우 저녁 9시가 넘었을 때 우리는 잠에 들었다. 짙은 산공기가 우릴 더 피곤하게 했을까? 아니면 이제 3일째가 된 여행이?


그리곤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원래는 10시 기차를 타려 했지만 8시 기차도 여유 있게 탈 수가 있었다. 기차역까지 버스도 매우 운 좋게 탔는데 그것이 꽤 기분이 좋았다.


여기까지가 저번 기차(Shchwäbisch Hall - Immenstadt)에서 내려서부터 이번 기차(Immenstadt - Augsburg)를 타기까지의 이야기이다.


Bis ba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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